​[스타트人⑰] “정치적 다양성 담아내는 커뮤니티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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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11-1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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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소폴리틱스 유호현 대표, 유찬현 COO 인터뷰

  • 정당‧이념‧색깔 아닌 동물 부족으로 그룹화

  • “생각의 차이 확인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플랫폼”

  • “정치 성향 바탕으로 개인 대변할 국회의원 매칭 예정”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스타트업이 세상에 등장했다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2의 배달의민족을 꿈꾸며 열정을 불태우는 젊은 창업가부터,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 채 조용히 퇴장하는 기업까지. 법인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시간은 그들 ‘인생’의 전부지만, 대부분 시간은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조용히 흘러갑니다. ‘스타트人’에서는 숫자가 아닌 속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소리소문없이 창업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스타트업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편집자 주]

 
정치와 혁신, 그리고 스타트업

스타트업은 정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창업가 정신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한다.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를 발굴하고, 분류 및 종합한 뒤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은 스타트업의 숙명이다. 정치권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문제를 만들어내는 곳 중 하나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복잡해 해답을 제시하기 어렵다. 생활, 경제, 환경 등 전방위적 혁신에 앞장서는 창업가들조차 정치 문제는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다. 옥소폴리틱스는 ‘혁신의 불모지’인 정치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정치적 견해의 다름을 설득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직시하고, 생각의 차이를 인정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꿈꾼다. ‘선거의 국가’이자 ‘창업의 국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유호현 대표와 유찬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화상으로 만났다.
 

[유호현 옥소폴리틱스 대표. 문과 출신이지만, 미국에 건너가 트위터에서 3년 에어비앤비에서 4년간 엔지니어로 활동했다. 기업문화에 관심이 많아 글을 썼던 그는 조금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사진=옥소폴리틱스)]


- 옥소폴리틱스는 무슨 일을 하나

유호현 대표(이하 호) : “사용자가 정치 성향 테스트를 통해 자신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확인하고, 사자·호랑이·코끼리 등 동물 부족에 배정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다양한 정치적 사안을 다루지만, 설득하거나 싸우지는 않는다. 서로 생각이 얼마나 다른지 확인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플랫폼 안에서 정치 사안마다 OX 답과 댓글을 받고 있다.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한 시민이 누구에게 투표할지 예상할 수 있다. 사용자의 생각이 어떤 정치인과 일치하는지, 개인의 정치적 아젠다를 어떤 후보가 풀어줄 수 있는지 매칭도 가능하다. 지금은 선거가 아니면 국회의원을 볼 일이 없지만 향후에는 나를 대변할 국회의원을 연결하고, 후원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 왜 이런 플랫폼을 개발하게 됐나

호 : “트위터에서 3년, 에어비앤비에서 4년을 일했다. 7년간 경험한 실리콘밸리의 의사결정 방식은 신선한 충격적이었다. 이곳에서는 직원들끼리 의견 충돌이 있어도 싸우지 않는다. 한국이라면 윗사람이 와서 해결하겠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데이터에 기반해서 입장을 정했다. 엔지니어, 디자이너, CEO 시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누구도 절대 선은 아니다. 한국계, 인도계, 일본계 직원도 각 위치에 맞게 다양한 의견을 낸다. CEO 의견을 따르기보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정반합을 만들어 낸다. A B C안 중 어느 것을 고르기보다 새로운 알파의 답을 만들어 내는 거다.

기업과 사회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국 사회도 변화를 받아내려면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현재 한국 정치는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좌냐 우냐, 집이 있냐 없냐,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에 따라 편이 갈라진다. 정치는 좌우로 나뉘었지만, 그 가운데는 큰 공간이 있다. 여기에 속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대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치가 다양성을 품어낼 수 있으려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다양성을 보여줘야 정치가 바뀌고, 법이 바뀌기 때문이다.“


- 단순하게 바라보면, 일반적인 정치 커뮤니티 느낌도 든다. 옥소폴리틱스가 개발하는 플랫폼에는 어떤 기술이 적용돼 있나

호 : “첫 단계는 위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용자를 벡터로 만들어 사안‧사람 간 유사도를 구했다. 한 사람의 문제가 100개면 100차원이 된다. 이를 다시 2차원으로 표현해 지도에 표시하고, 다른 사용자와 얼마나 멀거나 가까운지, 서로의 거리를 볼 수 있게 했다.

데이터 사이언스와 딥러닝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어떤 투표를 할지도 예측 가능하다. 성별이나 나이, 지역은 활용하지 않는다. (플랫폼에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별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존재를 예측할 수 있다.“


- 설명을 듣다 보니 더 어렵다. 기업 정체성을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겠나

호 : “기존 카테고리로 나누면 어렵다. 굳이 분류한다면 겉으로는 정치 소셜네트워크, 속으로는 데이터 플랫폼이다. 지금도 끼리끼리 커뮤니티는 있다. 그 안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이 과대표 되고, 다수의 의견은 전달되지 않는다. 옥소폴리틱스는 정치 결정권자가 유권자의 X Y Z 의견을 다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한다.”


유찬현 COO(이하 찬) : 결국 정치인과 유권자를 연결하고, 대의민주주의가 잘 돌아가게 돕는 기업이다. 사람들이 청와대 게시판에 가서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유권자가 정치인과 소통하고, 정치인은 자신을 후원해 줄 사람들에게 광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우리는 정치의 온라인화를 고민한다. 아마존이 상거래를 온라인화 했듯이 정치라는 모든 행동을 온라인화하는 것이 목표다.

 
지속가능한 정치 플랫폼
 

[유찬현 옥소폴리틱스 COO. 미국에서 활동하는 현직 목사다. 주말에는 목회 활동을 하고, 주중에는 옥소폴리틱스에서 일하는 독특한 커리어를 쌓고 있다.(사진=옥소폴리틱스)]


- 수익 모델이 궁금하다. 지속가능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찬 : “광고다. SNS 기능이 작동하고, 사람이 모여야 플랫폼이 잘 돌아갈 수 있다. 이후에는 정치인이 직접 광고할 수 있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지금은 현장에서 1000명이 모이면 명함을 돌린다. 우리는 명함을 돌릴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광고와 스폰서 콘텐츠만 쌓여도 플랫폼은 유지 가능하다.

옥소폴리틱스는 조사 플랫폼이기도 하다. 정책과 법안을 만들기 전에 가볍게 여론조사를 돌려 볼 수 있다. 최근에 정부에서 통신비 2만원을 지급했는데, 우리가 자체적으로 돌려봤을 때 좌우 상관없이 80%가 반대했다. 이 결과를 알았다면 정부가 통신비를 지급하지 않았을 거다. 여론조사 기관에서 드는 비용이 200만원이라면, 우리는 20만원으로 여론을 파악 가능하다.“


- 정치 이슈를 다루다 보면 정치적 시각에 노출되기 쉽다. 의도와 다르게 어느 한 편을 든다는 비난을 받거나, 돈을 벌기 시작할 때 의심 섞이 시선이 따라올 수 있다.

호 : “그 고민을 많이 했다. 어렸을 때부터 정치 생리를 많이 봤기 때문에 (정치 문제를) 단순하게 선악구도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고, 누구의 편을 들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사실 개인의 이해관계와 정치, 돈은 연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와 돈이 연결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후원금은 결국 정치로 들어간다. 미국만 봐도 로비가 있고, 정치 후원금이 투명하다. 미국 정치가 우리나라보다 낫다는 건 아니지만, 투명하고 단순하다. 꼬아서 이야기 하지 않고, 가감 없이 드러낸다. 선거철에는 각 후보 진영에서 20달러를 후원금으로 보내달라고 문자가 온다. 시민들이 10달러, 20달러씩 낸 돈은 기업의 돈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의원들도 지역구에서 후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

과거 정치는 옳은 길을 제시하고 대중이 따라오게 하는 방향이었지만, 이제 옳은 길이란 없다. 각자의 이해관계를 풀어주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 정치다.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정치다.“


-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엔지니어로서 돈도 많이 벌고 있었는데, 꼭 창업의 길로 들어섰어야 했나

호 : “늘 후회하고 있다(웃음).옥소폴리틱스가 아무리 대박이 나도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시절 연봉에는 못 미칠 것 같다. 다양성의 시대를 살아보니 행복했다. 미국 기업에 다니면 백인처럼, 네이티브처럼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영어를 잘 못 하지만, 한국어는 잘하는 사람으로 일했다. 내가 나로서 기여할 부분이 있어 신났다. 한국도 멋지게 변하고 있다. 여기서 (정치 관련) 화두를 던져서 변화의 시기에 돌파구를 찾고, 여러 방향 중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 싶었다.“


찬 : “저는 직업이 목사다. 지금도 안정적으로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고, 옥소폴리틱스를 돈 버는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주말에 목회하고, 주중에는 팀에서 일하는 시간이 의미 있고, 보람을 느낀다.”


호 : “몇년 또는 몇십 년 희생해서 성공할지는 몰라도 꿈꾸던 일을 하니까 기쁘다. 실리콘밸리에서 7년간 돈을 모아뒀으니, (그 돈을 활용해서) ‘한 명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 나오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사업 목표를 정리할 때 '정치를 온라인화해서 비효율을 없애자'고 말한다. 조금 더 실질적으로는 대의민주주의를 정상화하고, 정치가 다양성을 포용하는 거다. 그 이후에는 경제와 기업 환경까지 영향을 준다. 다양성을 포용하면 성별, 성 정체성, 국적,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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