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이후, 김정은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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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
입력 2020-11-0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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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교수 ]


[주재우의 프리즘]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현지시간)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바이든 후보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 한·미 관계의 미래에 대해 강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이번 대선이 사실상 바이든 승리로 끝났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하지 않고 법적 소송에 나서면서 바이든 후보의 당선 확정 공식발표는 지연되고 있다. 전례에 없는 1억명 이상의 미국 유권자들이 코로나19사태로 사전투표와 부재자투표(우편투표)를 하면서 그의 당선 확정의 공식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그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청와대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12시간이나 하면서 새로이 선출된 미국 대통령의 한반도정책 대비책 마련에 분주했다. 한미동맹과 관련하여 바이든 정부의 초기 정책 기조는 지난 10월에 발표된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이 당면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진행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바이든의 당선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이다. 바이든은 역대 미 대통령 그 어느 누구보다도 외교경험이 풍부하다. 선임 대통령에 비해 그는 외교에 있어서만큼은 준비된 대통령이다. 냉전 이후 역대 미 대통령 중 해리 트루먼,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조지 H. 부시 등만이 외교적 경험을 가지고 취임했다. 이들은 모두 부통령 출신 대통령이었다. 이들을 제외한 대통령들은 모두 주지사나 상원의원(버락 오바마) 출신이었다. 이 중 로널드 레이건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재직 동안 1975년에 대만의 장제스 총통 장례식에 미국 조문단의 대표로 참가한 것이 유일하게 외교분야 경험이었다. 

이들의 외교분야 경험 유무에 따라 외교에 대한 접근방식도 독특한 유형을 보였다. 외교경험이 있었던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 때부터 자신의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선 유세 때 발표한 구상 전략을 관철하기 위해 공세적으로 외교정책을 개진한다. 즉, 이들은 외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외교경험이 없는 대통령은 이와 반대적인 경향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미국 대통령이 연임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초임과 재임 시기에 그들의 외교 태도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첫 임기 때 이들은 외교에 대부분 소극적이다. 특히 미국이 적대적으로 인식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말이다. 두 번째 임기에 오면 외교에 편안함을 느끼면서 이들의 외교 태도가 전환된다. 자신감을 가지고 적대적으로 여겼던 국가와의 관계 개선이든 모종의 합의를 달성하면서 어느 정도의 외교적 성과를 올렸다.

이에 반해 바이든은 상원의원으로 미국의 외교정책 비준 작업에 36년 동안 참여했다. 그의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가 2000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인준하는 것이었다. 그는 또한 미 상원대표단의 일원으로 1979년 4월에 덩샤오핑을 생전에 만난 경험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통령으로서도 미국의 외교전선에서 8년 동안 활동했다. 따라서 그가 대선 유세 때 밝힌 외교정책의 구상은 실로 유의미하다.

바이든의 외교구상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알려졌다. 하나는 2019년 7월 뉴욕시립대학에서의 연설이었다. 다른 하나는 2020년 3월 <포린어페어스>에 게재된 “왜 미국이 리드를 해야 하나”라는 기고문을 통해서였다. 이들에서 드러난 바이든의 외교 신념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미국의 이념과 가치다. 즉, 자유와 인권의 가치, 그리고 민주주의 이념을 얼마큼 존중하고 준수하는지에 따라 그 나라와 미국과의 관계가 결정된다는 의미다.

이는 가히 중국과 북한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바이든에게 외교에서 미국의 가치와 이념에 타협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바이든의 외교는 트럼프와는 상반되게 추진될 것이다. 가령, 트럼프는 사욕(재선)과 국익(경제이익)을 위해 이들의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과 밥 우드워드 기자의 <레이지(격노)> 책에서 나타났듯이 트럼프는 미국의 이념과 가치가 외교의 정무적 판단 근거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합의서를 도출하기 위해 신장, 티베트와 홍콩 문제가 중국의 내정 문제임을 시진핑 주석에게 직접 시인했다. 그리고 미국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도 거절했다.

바이든은 미국의 가치와 이념을 수호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하는 최선의 전략으로 인식한다. 이를 위해 다자주의에 입각한 다자협력을 최적의 방법으로 확신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한 가지 사실은 바이든의 다자주의가 개방적이고 포용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즉 ‘뜻을 같이하는 나라(like-minded state)’와의 협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들과의 연대를 통해 그렇지 않은 나라에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선이 깔려 있다. 따라서 그의 다자주의는 배타적이고 차별적이기 때문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바이든이 김정은에게 더 이상 ‘귀인’은 아니다. 김정은의 ‘귀인’은 트럼프였다(본지 2019년 3월 21일자 “‘귀인’ 만난 김정은 위원장, 70년 숙원 풀까” 참조). 불행하게도 그 귀인은 4년 만에 사라졌다. 바이든은 김정은의 악몽이 될 것이다. 김정은이 북한의 인권 개선과 자유를 보장하지 않으면 제재 완화는 어불성설이다. 더 이상 비핵화 의사 표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김정은의 완전한 비핵화(CVID) 의지가 확고해도 북한 사회가 개방되고 개혁되지 않으면 미국의 제재 완화는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우리는 김정은과 만날 의향이 있다는 바이든과 그의 참모의 발언에 현혹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바이든 캠프 외교정책 고문인 브라이언 매키언 전 국방부 수석부차관은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의 계승 여부를 묻는 질문에 "바이든은 오바마가 아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바이든은 10월 22일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김정은과의 만남 조건을 묻는 질문에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해 그가 핵능력을 축소하는 데 동의하며 한반도가 핵무기 없는 구역(nuclear free zone)이 돼야 한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김정은과의 만날 의향과 그 조건을 밝힌 것에 불과했다. 바이든의 북한 비핵화 해법을 묻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그는 이미 북한이 미국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 능력을 갖추는 데 기여한 정부의 핵심 인사라는 시선을 받고 있다. 북한이 네 차례 핵실험과 수많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으로 미국에 대한 위협의 완성도를 높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정치적 부담이 그의 대북 강경책을 부축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바이든은 8년 동안 부통령을 역임하면서 북핵문제의 본질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했다. 북한의 얄팍한 눈속임의 꼼수는 그에게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행동 대 행동’과 같은 비핵화의 단계적 접근방식으로 바이든의 미국을 설득할 수 없다. 북한 인권문제를 명분으로 미국이 취한 제재는 지금까지 하나였다. 지난 4월에 발효한 이른바 ‘웜비어법’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자제해도 미국이 대북제재를 더 강화할 수 있는 유효한 명분이 인권에 있다.

따라서 북미 핵협상이 어떠한 타결을 보기 위해서는 김정은이 미국의 가치와 이념을 반드시 수용해야만 한다. 그리고 바이든의 미국은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완화 요구에 동일한 조건으로 응수할 것이다. 대북제재 완화의 선결조건이 북한 인권문제의 개선임을 명확히 할 것이다. 이를 남북한이 수용하지 못하면 한반도에서의 ‘신냉전’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신냉전’이 한반도에서 출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적 선택은 하나다. 변화하는 상황에 우리의 대북전략도 적응해야한다. 우리가 존중하고 수호하는 자유 가치와 민주주의 이념이 투영된 대북전략만이 그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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