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특정금전신탁상품 투자 유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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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0-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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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신탁형 펀드는 통상 증권회사가 판매하고, 자산은 신탁회사가 관리하며, 운용은 자산운용회사가 한다. 자산운용회사가 펀드상품을 만들어서 증권회사를 통해 판매하는 것이다. 판매회사는 판매 과정에서 해당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해야 하고, 자산운용회사는 운용 잘못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

반면 특정금전신탁상품은 고객이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고, 금융기관은 고객이 지시하는 대로 그 돈을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한 뒤 원금과 투자수익을 돌려준다. 투자 대상의 종류·종목·가격·매매 시기 등 구체적인 운용을 모두 고객이 특정하여 지정하므로 수탁자인 금융기관에는 투자판단에 대한 재량이 전혀 없다. 운용지시를 전적으로 고객이 하므로 그 운용과정에서 신탁회사의 잘못이 없는 이상 운용지시에 따른 결과로 발생한 손실도 모두 고객이 부담한다.

그래서 펀드는 고객의 안전을 위하여 그 상품의 판매와 운용에 관해 촘촘한 규율을 하고 있는 반면, 특정금전신탁상품은 그렇지 않다. 펀드는 펀드대로, 특정금전신탁상품은 그것대로 판매와 운용이 원래 정해진 모습에 따라 이루어지면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적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규율의 차이 때문인지 증권회사들이 실제로는 사실상 사모펀드나 다름없는 상품을 특정금전신탁상품으로 판매하여 고객의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 경우 형식이 특정금전신탁상품이어서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므로 투자자들의 유의가 필요하다.

필자가 진행한 소송 사례를 토대로 특정금전신탁상품이 증권회사에 의해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재력가 집안의 아들로 소문난 A씨는 자신이 대량 보유한 B회사(비상장)의 주식을 고가에 팔고자 하였다. 그래서 A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C투자자문회사 명의로 B회사 주식의 가치가 현재는 1주당 3만원이지만 앞으로 10만원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만들어서 D증권회사에 제공하였다. D증권회사는 B회사의 주식가치를 평가한 결과 2만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았으나, 별다른 검증도 하지 않은 채 앞으로 10만원이 될 것이라는 위 자료를 D증권회사의 자료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서 고객 E씨에게 제시하였다.

D증권회사는 고객 E씨에게 10억원을 특정금전신탁상품에 투자하면, D증권회사가 그 돈으로 B회사 주식을 A씨로부터 3만원에 매수해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처럼 설명하였다. 원금 손실을 걱정하는 E씨에게 D증권회사는 재력가 집안의 아들인 A씨가 3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B회사 주식을 되사주는 약정을 하고, 공증까지 하므로 원금이 100% 보장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점장의 말을 믿은 E씨는 10억원을 투자하였으나, B회사는 곧 파산하였다. A씨는 주식을 되사주지 않은 채 해외로 도주하였다. 결국 고객 E씨는 투자원금 10억원을 고스란히 날리고 말았다.

D증권회사가 평가한 것으로도 B회사 주식의 가치는 2만원 정도였으므로 B회사 가치가 단기간에 50% 이상 상승하지 않으면 E씨는 처음부터 최소한 3분의1 이상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품이었다. 그렇지만 D증권회사는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만으로 주식가치가 3배 상승할 것처럼 E씨를 현혹한 것이다. A씨가 재매수하는 것으로 공증을 하였다지만 A씨 명의로 그만한 재산이 확보되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D증권회사는 A씨 명의로 재산이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재력가 아들이 공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원금이 100% 보장된다고 한 것이다.

형식은 특정금전신탁상품이었지만, 그 실질은 사모펀드와 마찬가지였다. D증권회사가 돈의 관리·운용·상품 판매까지 모두 하는, 다시 말해 펀드의 신탁회사·자산운용회사·판매회사의 역할을 모두 한 사모펀드인 것이다. 투자금 10억원을 모두 날린 E씨는 원금보장상품이라고 설명한 D증권회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하였다. 그러자 D증권회사는 이 상품이 특정금전신탁상품이어서 그 손익은 모두 E씨에게 귀속되는 것이므로 자신들의 잘못은 없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거부하였다.

결국 E씨는 D증권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 다행히 법원은 ‘신탁회사가 특정금전신탁의 신탁재산인 금전의 구체적인 운용방법을 미리 정해놓고 고객에게 그 계약 체결을 권유하는 등 실질적으로 투자를 권유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신탁회사는 신탁재산의 구체적 운용방법을 포함한 신탁계약의 특성 및 주요 내용과 그에 따르는 위험을 적절하고 합리적으로 조사하고 그 결과를 신탁계약의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히 설명함으로써 고객이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고객을 보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E씨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나 그 금액은 전체 손실의 30%인 3억원에 불과하였다. 평소 거래하던 D증권회사 지점장의 말을 믿었던 E씨는 결국 7억원의 손실을 회복하지 못하였다. D증권회사는 펀드라면 판매하기 어려웠을 상품을 특정금전신탁상품의 형식을 이용함으로써 규율을 회피하고, E씨에게 큰 손실을 입힌 것이다.

이와 같이 특정금전신탁상품은 제대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점을 반드시 유의하여야 한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면 평소 친분이 있던 담당자는 뒤로 물러서고, 증권회사의 법무팀이 앞에 등장하여 당신에게 주장할 것이다 “특정금전신탁상품이므로 모든 손실의 책임은 오로지 당신에게 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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