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황에 집세 못내는 미국인들...내년 '대량 퇴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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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0-10-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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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밀린 집세만 72억 달러...경제에 악영향

  • 자녀 둔 임차인 가구 20%가량이 집세 못내

부동산이 미국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 올랐다. 코로나19 경제 충격으로 수백만명의 세입자들이 집세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세입자 퇴거를 금지하는 조처가 내년 1월 만료되면 이들을 보호해줄 법적 장치가 사라지게 돼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집세 중단 요구 시위[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FRB)이 지난주 발표한 실업자 관련 통계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세입자들이 내지 못하는 집세가 72억 달러(약 8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추산한 금액은 더 많다. 무디스는 정부가 추가 지원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세입자들이 연말까지 갚지 못한 집세가 700억 달러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임대료 미지급으로 인해 1280만명의 미국인이 1인당 평균 5400달러(약 600만원)의 빚을 지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제는 내년 초 이후다. 현재 연방정부와 각 주(州) 정부는 코로나19 대책으로 집세를 내지 못하더라도 집주인이 퇴거 조치를 할 수 없다. 그러나 내년 1월, 대부분 지역에서 이 대책이 종료하게 되면 세입자들이 무더기로 퇴거 조치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임대 부채가 주거 대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미국 경제가 쪼그라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WSJ은 부동산 시장이 받을 충격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1조3000억 달러 규모의 버블이 터진 것에 비해 적을 수 있지만, 세입자들이 받는 충격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07~2010년 주택을 압류당한 미국인이 380만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로 주택을 압류당하는 미국인 수가 당시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현재 자녀를 둔 미국 임차인 가구의 20%가량이 집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가정들은 꽤 많은 부분에서 재정적인 선택을 해야 하고 집세를 내기 위해 다른 지출을 줄여야 할 것"이라며 "경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래프=WSJ 캡처]


신용카드를 통해 집세를 내는 사람들이 늘어난 점도 문제다. FRB에 따르면 봄철 부동산 임대 관련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카드 결제는 전년 동기 대비 70%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세입자 부채가 처음에는 임대인에게 국한되지만, 결국 금융회사로 옮겨가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이 밖에도 부동산 시장에서 세입자가 집세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수년간 이어지게 되면 계약 당시 임대인이 더 큰 규모의 보증금을 요구하거나 미리 몇 달간의 집세를 내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WSJ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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