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진의 ‘異意있습니다’] 윤석열 총장님. 이쯤 되면 막나가자는 거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장용진 사회부 부장
입력 2020-10-22 17:0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정치적 행보' 명백히 한 윤석열 총장

국정감사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 (서울=연합뉴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도된 도발이 빛을 발한 하루였다. 과연 듣던데로 윤 총장의 ‘공개 반항’ 신공은 대단했다. 지난 2014년 국정감사장에서 자신의 상관이자 선배 검사, 동문 선배인 사람을 ‘도저히 따를 수 없는 명령’이나 하는 무뢰한으로 짓뭉개버렸다. 6년이 지났건만 그 실력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국정감사 내내 윤 총장은 불손한 언행을 그치지 않았다. 질문하는 국회의원이 조금 만만하다 싶으면 피식피식 비웃었고 질문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말을 자르며 자기 주장을 펼쳤다. 심지어 ‘이게 뭡니까’, ‘이런 식으로 해도 됩니까’, ‘국정감사인데 왜 이러냐’는 등 국회 의사당에서 할 수 있는 언행이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모습도 서슴지 않았다.

마지못해 답변을 하게 되면 알맹이는 없는데 장황한 중언부언으로 시간을 끌었다.

무엇보다 대단했던 건 ‘막말’ 실력이었다. ‘패 죽인다’로 시작된 그의 막말은 ‘중상모략이란 말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다’로 끝을 맺었다. 가히 역대급 언어능력이다. 가히 과거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윤 총장의 막말행진은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순간 최고조에 달했다. 그 한 마디로 듣는 순간 모든 사람을 충격과 혼돈에 빠뜨렸다. 그것도 ‘법리적으로 해석할 때’ 그러하다니... 듣는 귀를 의심하고 보는 눈을 의심할 정도다.

심지어 “지휘라는 것은 의견표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기괴한 주장까지 늘어놓았다. 검찰총장의 두뇌수준을 알 수 있는 창의적 법해석이다. 솔직히 말해 해석이라기 보다 왜곡에 더 가깝다

이는 1948년 대한민국에 헌법이 제정된 이후,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말이다. 일자무식의 시정잡배가 노상에서 멱살잡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법률가가, 그것도 일국의 검찰총장이 국회에서 한 말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다.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한다. 지휘라는 것은 상관이 부하에게 업무처리 방향을 명령하고 지시하는 것을 말한다. 의견표명이 아니라 강제력이 있는 명령이다.

또한 각급 검찰청의 장은 상급 검찰청의 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상급 검찰청에 보고할 수 없는 경우에도 법무부 장관에게는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통지‘나 ’통보‘가 아니라 ’보고‘다.

보고라는 것은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지시나 지침을 받기 위해 업무의 진행상황이나 사건의 발생경과를 알리는 것을 말한다.

지휘가 됐든 보고가 됐든, 모두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부하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법률 용어다.

이는 낮에는 해가 뜨고 밤에는 별이 뜨는 것처럼 명백한 것이다. 검찰청법이나 정부조직법, 나아가 헌법 등 그 어떤 법 규정 보더라도 달리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적어도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고 법률을 조금이라고 공부한 사람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주장이다.

만약 윤  총장의 주장대로라면 합참의장이나 육군 참모총장은 국방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는 말이 되고, 국방부 장관이 합참의장이나 각군 참모총장을 지휘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이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9수를 했다고 하지만 사법시험을 통과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이런 억지를 공개석상에서 늘어 놓는 것은 의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쯤 되면 막나가자는 것이고 판을 깨버리자는 것인데, 그런 행동에는 반드시 원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가 쉽지 않고 오히려 궁지에 몰렸을 때 나오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총장이 원하는 것은 뭘까? 혹시 대선일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