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연대' 위해 뭉친 4개국 외교장관...미국 빼고 모두 '몸 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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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0-10-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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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개국 협력 재확인...적극적인 '중국 때리기'는 글쎄?

  • 대선 앞두고 성과 급한 美 "반중 전선 구축하겠다"

  • 뿔난 中 "미국 구상,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

미국·일본·호주·인도 외교 장관들이 머리를 맞댔다.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4개국 외교 장관은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쿼드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정세를 주요 의제로 논의한 뒤 인도·태평양이 자유롭고 열린 공간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공통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쿼드는 이른바 반(反)중국 협의체로, 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쿼드’를 공식 국제기구로 만들 뜻을 밝힌 데 이어 한국·베트남·뉴질랜드 3개국을 더한 '쿼드 플러스'로 확대할 의도를 내비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쿼드 플러스' 구상은 현재 추진 중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9월 뉴욕회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회의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 수브라마니암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참석했다.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쿼드(Quad) 회의에 참석한 4대국 외교수장. (왼쪽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사진=AP·연합뉴스][사진=AP·연합뉴스]

 
4개국 협력 재확인··· 적극적인 '중국 때리기'는 글쎄?
이날 각국 외교 장관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또한 이들은 인도·태평양이 자유롭고 열린 공간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공통의 입장도 재확인했다. 아울러 회의를 정례화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중국의 거대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해 2016년 8월 일본 주최의 아프리카개발회의(TACAD)에서 처음 주창한 외교전략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인도양을 거쳐 중동, 아프리카에 이르는 바닷길을 국제사회의 공공재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의 패권 확장에 맞서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4개국 외교장관은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국제질서가 많이 도전받고 있다"며 "우리는 국제질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목적을 공유하며 더 많은 나라가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동성명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미·중 갈등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서 대중 견제라는 공감대까지는 끌어냈지만, 회원국마다 중국과 처한 상황의 결이 달라 한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미국과 인도, 호주 등은 중국과 불화를 겪고 있는 와중에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전방위에서 중국과 날을 세우고 있다. 인도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히말라야 국경에서 중국과 40년 만에 유혈 충돌이 벌어진 이후 인도 내에서는 반중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호주는 지난 4월,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구했다. 이는 코로나19의 책임을 사실상 중국에 묻겠다는 것으로, 이후 호주는 전방위적으로 쏟아지는 중국의 보복 조치를 견뎌내는 중이다.

때문에 강한 어조의 비판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각국 외교 장관은 '수위 조절'을 한 것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4개국 모두 인도·태평양 지역의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미국을 제외하면 직접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나라는 없었다.

모테기 일본 외무상은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국제질서가 도전을 받고 있고, 코로나19 확산은 이런 경향을 가속화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NHK는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중국'이라는 표현은 들어가지 않았다.

마이니치신문은 다른 시각의 분석을 내놨다. 모테기 외무상이 중국을 대상으로 지목하지 않았고 4개국 협력의 중요성만 언급한 것은 일본이 경제·관광 분야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쿼드 회의가 특정 국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호주도 몸을 사렸다.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회의가 끝난 후 페이스북에 "인권이든, 시장에 기반을 둔 경제든, 악화에 대응하는 방식 등에 관계없이 우리의 공통적인 가치와 관심은 우리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외교 분석가들은 우회적인 표현을 썼지만,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슬로건처럼 발언 모두 중국을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선 앞두고 성과 급한 美 "반중 전선 구축하겠다"
이번 쿼드 회담에 가장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참여한 국가는 미국이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당초 예정됐던 방한 일정을 취소하고 쿼드 회담에만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쿼드 회의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도 쿼드에서 뚜렷한 성과를 가져오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놓고 외신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반중 전선'을 미국 대선 이전에 실질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봤다.

회의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NHK에 "인도·태평양은 자유롭게 열린 곳이고 법에 의해 지배된다. 또 중국 공산당에 의한 위협에 우리가 반대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해양 패권 확대를 저지하기 하는 게 이번 회담의 주된 목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아울러 폼페이오 장관은 회의에서도 인도·태평양 4개국이 중국의 착취와 부패, 강압에 맞서 협력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3개국 장관과 가진 일대일 회담에서 중국의 영향력 증대에 관해 우려를 표하며 4개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이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군사력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대중 전략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선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중국을 맹렬히 공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이번 회의에 참석한 폼페이오 장관이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대선을 한 달여 남겨둔 상황에서 중국과 각을 세우는 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 경제'라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만큼 폼페이오 장관은 다른 국가들보다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뿔난 중국 "미국 구상,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
회담 이후 중국은 이런 동맹은 미국 스스로 자신의 쇠퇴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본격화되면 '중국 때리기'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이 푸단대 국제정치학과 부교수는 중국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은 쿼드를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같은 군사동맹으로 공식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런 동맹을 꿈꾼다는 것 자체가 그들의 쇠퇴를 증명할 뿐"이라며 "동맹국을 하나로 묶으려면 이익을 제공해야 하지만 미국은 지금 그들에게 줄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각국이 처한 상황과 이해관계가 달라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구상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은 회담 전부터 미국을 향해 날을 세웠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자협력은 국가 간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는 채널이다. 제3자를 겨냥하거나 이익을 해치기 위한 협력은 안 된다"며 비판했다. 중국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4개국 외교장관이 모여 회의하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원의 쑤샤오쥔 미국연구소 부소장 역시 "미국이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을 내세워 중국에 반대하는 지역 집단을 만들고 중국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행보는 미국의 대중 정책 압박의 일환이며 쿼드 이후 미국은 '인태전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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