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김태우의 폭로…목적은 정권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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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10-0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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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부 블랙리스트·유재수 감찰무마…검찰 수사관 출신 김태우 폭로

  • "최종 권한 민정수석" "사표 강요 없었다"…김태우 폭로 사실과 달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은 애초 제기될 당시와 마찬가지로 '의혹' 수준에서 끝났다. 검찰은 "수사결과 의혹이 제기된 '병가 등 휴가 신청 및 사용' 과정에서 위계나 외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사를 끝냈다.

검찰수사는 끝났지만 추 장관 가족을 둘러싼 공방은끝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추석 연휴 내내 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우리 정치권이나 법조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프로세스'가 추 장관에게도 그대로 작동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정치이슈화' 되면 더 이상 출구는 없다. 제아무리 시시한 것이라도 일단 의혹이 제기되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고발 전문 시민단체'가 나서 고소·고발장을 내고 언론이 대서특필하며, 검찰이 수사를 하면 진술과 증거를 짜맞춰 기소를 하고 그에 따라 재판이 진행된다.  

앞서 재판에 넘겨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이나 재작년의 드루킹 의혹도 같은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들의 고소·고발은 피고소·피고발인에게 '도덕적인 타격'을 주고 정치적 이슈를 만드는 것 외에 아무런 효용이 없다. 고소·고발장에 첨부된 증거라고는 관련 언론기사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속빙 강정 같은 것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희안한 효과를 노린 '고발전문단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목적은 정권흔들기?…김태우의 폭로, 재판에선 공개 코미디

2018년 12월 갑작스러운 폭로가 나온다. 환경부 내부 동향 등이 담긴 정부부처의 문서가 있다는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시작이다. 폭로가 나오자 정치권에서는 정보·감찰 기관의 불법 정보 수집을 막겠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이 일었고 곧이어 '시민단체'의 고발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1년 후 다시 한번 청와대에서 폭로가 나온다. 조국 민정수석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것. 폭로가 나오자 검찰은 바로 수사에 나섰고, 유 전 부시장에 대한 특별감찰을 무마한 당사자가 조 전 민정수석이 아닌 청와대의 더 윗선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두 사건의 발화자는 검찰 수사관 출신 김태우씨이다. 김태우씨는 검찰 7급 공채 출신으로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민정수석실 특감반원으로 근무했다.

당시 ‘비위’ 혐의로 검찰로 복귀 조치돼 수사를 받고 있던 김태우씨는 자신이 청와대 수사관 당시 첩보보고서를 만들었다며 폭로에 나섰고, 정치권과 친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폭로가 나오자 재빠르게 고발했다.

현재 두 사건은 모두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초기 의혹을 제기할 당시와는 달리 재판 내용만 두고 본다면 김태우씨의 폭로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법한 상황이다. 그가 폭로한 내용은 대부분 없거나 사실과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전 정부에서 임명한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하고, 표적 감사를 벌이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는게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첫 재판이 시작된 이래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적힌 인물들에게서 "사표 제출을 강요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25일 재판에서의 상황이 대표적이다.
 

검찰: 증인이 임기가 끝난 뒤인 (2018년) 8월까지 근무한 걸 볼 때,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상황 아닙니까?

최씨(국립공원관리공단 경영기획이사): 그건 맞는데요. 저는 ○○ 대학교에 교수로 가기로 해서, 그걸 하려면 8월까지는 그만둬야 했어요. 8월에는 후임자가 안 와도 그만두려 했습니다.

검찰: 증인이 사표 제출하고도 8월까지 6개월 이상 근무한 걸 보면, 사표 제출 요구가 없었다면 사표 제출 의사도 없지 않았을까요?

최씨: 제가 생각하기에는 사표를 내야 제 후임이 결정된다고 생각해서 사표를 낸 겁니다.

검찰: 어쨌든 사표 제출 요구가 없었으면 알아서, 자진해서 사표를 써서 갖다주지는 않았을 것 아닙니까?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사건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애초 감찰무마 의혹은 유 전 부시장이 특감반의 감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에 영전을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과는 달리 수석전문위원은 영전이 아니고, 감찰무마가 아닌 민정수석의 권한상 감찰종료라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정수석실에서 문제가 있다고 통보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미 인사상 불이익으로 인지했다는 인사담당자의 증언도 나왔다.

이인걸 당시 청와대 특감반장 : 아닙니다. (조사를 받을 당시의 시점에서) 결과적으로 판단하면 종결 종료가 맞다고 말했습니다. 비서관이 쓴 용어도 아니고요. 반원 때 쓴 말도 아니고요.

변호인 : 감찰 최종 처분 권한은 민정수석(에게 있죠), 반원 의사 의도대로 처분하는 것은 아니죠?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 : 최종적으로는 민정수석의 결정입니다.

(중략)

검찰: 구체적인 비위 내용이나 감사 결과 없이 "인사에 참고하라"고만 하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습니까?

최씨(금융위원회 행정인사과장): 징계는 아니지만 인사상 불이익 대상으로 이해했습니다.

검찰: 어느 정도 불이익을 주기 위해선 구체적 비위 내용을 알아야 할 것 같은데요.

최씨: 연락 온 곳이 민정수석실이잖아요. 인사 검증기관인데 구체적 수준을 알 수는 없었지만 승진이나 산하기관 임원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태우씨는 대형 폭로를 두 차례 했지만 이와 관련한 근거를 가지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7월 3일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의 재판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지만 막상 출처나 근거를 묻자 “들었다”라고 말했다.

또 김태우씨는 "저는 업무때문에 내근하는 사람인데, 내근하는 사람이 골프쳤다고 해서 가혹하게 해임시키고, 집도 압수수색 해놓고, 유재수는 명예퇴직하고 연금까지 받고..."라며 재판 도중 여러 차례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김태우씨는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폭로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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