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사건 40년만에 무죄 판결...판사 "깊은 마음으로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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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종 인턴기자
입력 2020-09-2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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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온서적 소지했다는 반공법 혐의, 법원 "당시 불법적인 구금·고문한 사실 인정"

"(40년 전) 당시에도, 이후에도 사회적·개인적으로 많은 고통을 겪고 힘들었을 부분에 대해 깊은 마음으로부터 응원합니다"

군부독재 타도와 사회 변화를 위해 역사·경제·사회 등 서적을 탐독했다는 이유로 북한을 이롭게 했다는 누명을 쓴 무림사건 당사자들이 40년간 두 번 재심 끝에 마침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2부(이관용 부장판사)는 계엄법 위반과 반공법 위반(불온서적 소지)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김명인 인하대학교 교수와 박용훈 민청학련 민사재심추진위원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사법경찰관들이 김 교수와 박 위원을 불법구금했던 사실이 인정되고, 이들이 당시 탐독했던 서적은 불온서적이 아니었다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무죄 선고 직후 김 교수와 박 위원에게 응원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1980년 12월 11일 12·12 군사쿠데타 1년을 맞아 서울대 내 시위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해 군부독재를 타도하자는 내용이 담긴 '반파쇼학우투쟁선언문'을 썼다. 박 위원은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된 후 1980년 3월 학교로 돌아왔으나, 이 사건으로 다시 구속됐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계엄법 위반과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불온서적을 탐독하거나 소지했다는 반공법 위반이었다.

수사기관은 구속영장 발부를 하지 않은 채 김 교수를 35일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불법 구금과 고문을 했다. 박 위원 역시 26일 동안 불법 구금과 고문을 당했으며 구속영장은 그 이후에 발부됐다.

관련 혐의로 김 교수는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으며, 박 위원 역시 징역 1년 6개월에 자격정지 2년을 받았다.

김 교수와 박 위원은 1999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상 특별재심을 청구해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재심 재판부는 반공법 위반 혐의는 군부 정권 저지 행위나 5·18민주화운동에 관련되지 않았다며 유죄를 유지했다.

이후 2018년 20년 전 유죄 판결을 받은 반공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받기 위해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 1월 첫 심문기일이 진행됐다.

선고 직후 김 교수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지연됐더라도 (무죄 판결에 대해) 고맙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젊을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며 트라우마나 우울증, 신체적으로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하며 "우울증이 개운하게 씻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판사님께서 무죄 판결을 내린 후 응원의 뜻을 내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민주시민이 권리에 대한 행동을 했는데 그것에 대해 피해를 보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이 열린 10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외벽의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자리에 꽃이 달려 있다. 509호 조사실은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아 숨진 곳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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