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파업 변해야 산다-하] 전문가들 “미래차 시대 한 단계 진보한 협상 문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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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9-24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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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 “노조 파업 변화 흐름 읽어야”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현대차 노조 긍정적 변화, 동반생존에 대한 답”

  •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 “올해도 임단협 어려워... 생존위해 결단해야

완성자동차 파업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변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동차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부터 각계 전문가들까지 이구동성으로 이 같은 견해에 힘을 싣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 “노조 파업 변화 흐름 읽어야”

매년 완성차 노조의 파업을 보며 대부분 사람들은 구성원 다수가 동조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조사를 보니 조금 의외의 답이 나왔다. 생산직은 노동 유연성과 개인별 차별 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나 노조의 정책이나 의사 결정 시 일반 노동자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수렴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이를 위해 임금 단체 협상 주기를 늘리는 데도 동조했다. 조사에 따르면 77.8%의 자동차업계 생산직은 '2년 이상'이 임단협 주기로 적절하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 51.3%는 적절한 임단협 주기로 2년을, 19.7%는 3년을 꼽았고, 4년 이상의 주기가 적절하다고 답한 인원도 5.1%나 있었다. 근로자들이 임단협 주기 변경에 반대할 것이라는 통념과 배치되는 결과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보다는 상생을 위한 타협을 중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근로자들도 생산성이 더 이상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최근 3년간 노동투입과 함께 단위 노동비용의 증가로 생산성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산업의 노동생산성은 독일 등 선진국의 52% 수준(최근 8개년 평균)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와 완성차, 노조는 이 같은 흐름을 읽고 변화에 발맞춰야 미래 시대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현대차 노조 긍정적 변화, 동반생존에 대한 답”

고질병이 된 완성차의 파업은 업계뿐만 아니라 ‘귀족노조’라는 말로 대표되는 것처럼 외부의 시선도 좋지 않다. 이 같은 비판이 지나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국내 완성차 업계가 과거처럼 이들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할 만한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수년째 정체된 상태이고,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격변의 시대를 맞으면서 일자리의 향후 존속 여부도 판단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며,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단순히 자신들의 일자리를 걸고 하는 도박이 아니라, 협력사 등 완성차업계를 지원하고 있는 기반 산업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부품 협력사 관계자들의 “올해는 제발 파업만 없기를 바란다”는 호소가 마음에 남아 있다. 다행히 국내 완성차 맏형격인 현대차 노조가 같은 이유로 최근 2020년 임금교섭을 역대 세 번째 임금동결·두 번째 무분규로 잠정합의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그 배경에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경쟁력과 생존비결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상생을 위한 타협으로 일본 도요타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최근 60년 넘는 동안 노조파업이 없었다. 사측과 노조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에서 합의를 이뤄온 덕분이다. 또한 과거 고질적 파업으로 인해 위기를 맞았던 경험도 한몫했다. 최근 한국지엠이 노조에 임금 협상 주기를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 현 상황이라면 2년이 아니라 3년 이상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위기상황이다. 다만 사측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전제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 “올해도 임단협 어려워... 생존위해 결단해야”
경영실적 부진에다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이 돌파구가 없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도 국내 대기업들의 임단협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2020년 주요 대기업 단체교섭 현황 및 노동현안’을 실시한 결과, 올해 임단협 교섭 과정이 ‘작년보다 원만’ 하다는 응답 비중은 15.0%에 불과했다. 반면 ‘작년과 유사’ 하다는 응답은 47.5%, ‘작년보다 어렵다’는 응답은 37.5%나 됐다. 여기에 더해 국회와 정부는 1년 미만 근로자 퇴직금 보장, 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 허용 등 기업부담을 늘리고 고용경직성을 더욱 강화하는 법안만 계속 발의하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고용의 주체인 기업들의 활력을 제고하는 것만이 코로나19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현재와 같은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는 임금 협상 구조보다는 그 주기를 늘려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는 앞서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며, 코로나19로 전에 없는 위기를 맞은 지금이 결단의 시기다. 이미 선진국과 글로벌 완성차들은 지나친 파업의 폐단을 인지하고 법과 제도를 개선했다. 일례로 미국 GM(4년)이나 르노의 스페인 공장(3년)은 교섭주기를 길게 잡고 노사 간의 반복되는 극단적 갈등을 사전에 방지했다. 우리나라 완성차 파업 문화도 과거에 머무르지 않아야 모두가 미래에 생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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