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안하려 뛰다 급사한 직원 '산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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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0-09-2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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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지각 스트레스가 사망에 영향"

지각하지 않으려고 계단으로 급히 뛰어 올라갔다 사업장 안에서 쓰러져 숨진 간호조무사에 대해 법원이 산재를 인정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8부(김유진·이완희·김제욱 부장판사)는 간호조무사인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공단은 유족급여를 지급하라"며 1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 B병원 산부인과에서 일하던 A씨는 2016년 12월 출근하자마자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B병원 정식 근로시간은 오전 9시부터지만 실제론 8시 30분부터 업무가 이뤄졌다. 사고 당일 오전 8시 40분에 병원 건물에 도착한 A씨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뛰어올라 산부인과가 있는 3층까지 갔다.

A씨 유족은 심장질환이 있던 A씨가 지각 중압감 때문에 급하게 계단을 오르다가 육체적·정신적으로 부담을 받아 숨졌다고 주장했다.

1심은 유족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행위로 인한 신체적 부담이나 지각에 대한 정신적 부담은 일상생활에서 흔한 수준"이라며 "병원이 출근 시각을 30분 앞당긴 관행도 A씨가 사망하기 훨씬 전부터 시행된 거라 예측 불가능하지 않고, 오전 8시 30분 출근이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전적으로 기존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과중한 업무로 누적된 스트레스가 지병 발현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맡은 산부인과 진료보조 업무가 병원에서 기피 대상일 정도로 업무강도가 높아 스트레스도 상당했을 거라고 본 것이다.

직장 상사 질책에 대한 스트레스도 영향을 줬다고 봤다. 재판부는 "오전 8시 30분 조회에 불참하면 상사가 질책해 성격이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A씨는 지각 부담이 큰 스트레스였을 것"이라며 "질책을 우려해 계단을 급히 뛰어 올라갔고, 이 행위가 사망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전경.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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