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달러 약세 겹쳐…값 뛰는 원자재에 소비자 부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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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0-09-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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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식량가격지수 3개월째 상승...식량안보 경고등

  • 코코아·커피·설탕 가격 급등...美 달러 약세도 한 몫

  • 中 공장 재가동·각국 부양책...금속 가격도 치솟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식량과 카카오, 설탕 등 소프트상품뿐 아니라 금속 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처럼 전방위에서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의 부담만 계속 커지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팬데믹 여파로 치솟는 식량 가격··· "식량안보 지켜야"
팬데믹으로 식량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96.1을 기록,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2월 이후 최고치다. 식량가격지수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2월 99.4에서 점차 하락해 지난 5월 91.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 6월 93.1로 반등한 뒤 7월(94.3)과 8월(96.1) 석 달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식량가격지수는 FAO가 1990년 이후 24개 품목의 국제가격동향(95개)을 모니터링해 5개 품목군(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별로 매월 발표한다.

FAO는 식량 가격이 오르는 건 식량 수요가 늘어나고 달러가 하락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세계 시장에서 식량은 여타 원자재와 마찬가지로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가 떨어지면 다른 통화를 쓰는 나라는 같은 양을 더 싼값에 살 수 있어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의 명목 및 실질 식량가격지수[그래프=FAO 홈페이지 캡처]


식품 가격 오름세는 특히 중국에서 두드러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식품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2% 뛰었다. 지난 8월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지난해 대비 52.6%나 폭등했다. 이와 관련해 CNBC는 올해 들어 중국에서 나타난 무더위와 홍수 같은 기상이변이 식량 가격 오름세를 부채질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오름세가 이어지자 식량안보를 지키는 게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아직 심각한 식량부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팬데믹으로 공급망이 끊어지고 이동 물량이 줄어들고 있어 식량 안보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은행(WB)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식량 공급망이 붕괴하고 있다. 또 다른 변수들이 식량 생산에 파장을 일으키고, 소득도 줄어들고 있어 많은 나라에서 식량안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 식량 가격은 전체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적지 않은 나라들이 코로나19 확산 억제 조치의 여파로 식량 가격 오름세를 경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7월 싱가포르 농업기업 올람 조사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에서 코코아, 커피, 참깨, 면화 등을 재배하는 소규모 농장 2400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동 제한과 식품 가격 상승 등으로 기초 식량 및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가운데 70%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소득이 줄어들어 식량을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줄었다고 말했다.
 
커피 원두·설탕 가격도 오름세 이어져··· 소비자 등골 휜다
아울러 코코아부터 커피 원두, 설탕 등 이른바 소프트상품 가격도 치솟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큰 폭으로 하락했던 이 상품들은 최근 국제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상품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두드러진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3월 코코아 선물 가격은 폭락했다. 이후 소폭으로 등락을 거듭했다. 그러나 지난 7월 들어 코코아 선물 가격은 15%가량 뛰었고, 이후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1일 ICE 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코코아는 1t당 1801달러에 거래됐다.

커피와 설탕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15% 떨어졌던 커피 선물 가격은 지난 7월 한 달 동안에만 14% 치솟았다. 이후에도 커피 선물 가격은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일과 9일 ICE 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커피는 1t당 134.8달러로 최근 6개월래 최고치를 찍었다. 팬데믹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6월 16일(95.60달러)에서 불과 3개월여 만에 42.8달러가 폭등한 것이다. 설탕 선물 가격도 지난 4월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ICE 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설탕은 1t당 351.5달러를 기록했다.
 

소프트상품 가격 추이[그래픽=아주경제]


이처럼 소프트상품 가격이 치솟는 데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이들 상품의 주요 산지를 덮치면서 생산 차질이 빚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브라질은 커피와 설탕, 인도는 설탕의 주요 생산국이다.

브라질은 커피와 설탕 생산량에서 세계 1위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은 커피 5900만 포대, 사탕수수 6억4700만t을 생산하며 세계 최대 설탕·커피 생산국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브라질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쏟아지면서 생산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브라질에서만 431만568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전 세계에서 셋째로 감염자 수가 많다. 사망자는 13만1210명에 이른다.

인도 역시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 가운데 하나다. USDA에 따르면 인도는 한 해 동안 약 3억5000만t의 사탕수수를 생산한다. 그러나 인도 역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공급에 문제가 발생했다. 인도는 코로나19 최대 감염지인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확진자가 많이 나왔다.

RJO 선물 선임 시장전략가 조슈아 그레이브스는 "주요 산지들이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감염 확산에 속도가 붙으면 공급이 둔화할 것이 틀림없다"며 "이 같은 공포감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EPA연합뉴스]


문제는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생산량이 감소해도 이 소비재를 찾는 사람들의 수요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인베스팅닷컴의 소비재 선물 애널리스트인 바라니 크리슈난은 "스타벅스나 던킨도너츠 등에서 커피 매출이 감소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집에서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등 커피 수요는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를 어디서 마시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코로나19 사태로 커피 소비가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중국이나 유럽 경제가 코로나19 충격 이후 차츰 회복 국면을 보이면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충격 여파로 공급 상황은 우려스러운데 수요가 늘어날 경우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미국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소프트상품 가격을 밀어올리는 배경 중 하나다. 소프트상품을 비롯해 원자재 대부분 역시 국제 시장에서 미국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소프트상품 가격이 급반등한 7월 미국 달러지수는 10년 만에 최악의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멈춘 공장 재가동하며 구리 가격도 치솟아
구리 가격도 대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봉쇄령 속에서 지난 3월 구리 가격은 폭락했다가 최근 회복세를 되찾았다.
 

[사진=AP·연합뉴스]


지난 11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릿값은 t당 6757.5달러로 5개월 만의 최고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지난 3월 말 저점 대비 가격이 약 50% 뛰었다. 구리 비축량은 급감했다. 지난 2일 LME 구리 재고는 5월 대비 70% 줄어든 8만4975t을 기록, 15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구리 가격이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조업을 중단했던 기업들의 조업 재개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세계 금속 소비 1위 국가인 중국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구리 수요의 절반을 차지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5개월째 오르며 2009년 이후 가장 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상품 리서치기업 로스킬의 조너선 반스 컨설턴트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구리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쳐 구리 가격이 반등한 것과 비슷한 모양새"라고 덧붙였다.
 

구리 가격 추이[그래픽=아주경제]


아울러 주요 구리 수출국에서 생산량이 감소하는 것도 가격 상승 곡선을 가파르게 하고 있다. 지난 7월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의 국영광산기업 구리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 줄었다. 세계 2위인 페루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구리 생산량이 20.4% 쪼그라들었다. 이들 국가 모두 코로나19 사태로 광산이 일시적으로 폐쇄되는 등 조업에 차질을 빚은 영향이 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구리 가격이 계속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 등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와 전기차 사업 등에 투자가 예상돼서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헤닝 글로이스타인 에너지·기후·원자재 디렉터는 지난 6월 낸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해 각국 정부가 친환경 인프라 확대와 디지털화에 초점을 맞춘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구리 수요의 급증을 예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아시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대규모 친환경·디지털 부양 프로그램이 구리 수요를 밀어올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전기차, 5G 네트워크, 재생 에너지 생산 등에는 막대한 양의 구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국의 부양 프로그램이 2030년까지 매년 평균 구리 수요를 2.5%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2030년까지 수요가 3000만t 더 필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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