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국회 하자더니, 규제법안 하루 5건씩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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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기자
입력 2020-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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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업계 관련 법만 6건 대기 초비상

  • 巨與 밀어붙이기식 본회의 통과 우려

  • 전문가 "규제틀 네거티브로 전환해야"

"일하는 국회 만들겠다더니···."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규제법안을 하루 평균 5건씩 쏟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대 국회의 의원 규제 입법 수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여당발(發) 반기업 법안은 유통·금융·부동산 등을 가리지 않고 전 산업을 포위하고 있다. 전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역성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여당이 기업을 옥죄는 '규제 입법'에만 매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규제법안은 9월 정기국회 기간 소관 상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대거 오를 전망이다.

◆이 추세라면···규제법안 연간 1700건

6일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21대 국회 개원(5월 30일) 이래 지난 2일까지 발의된 규제법안은 총 440건에 달한다. 일평균 4.63건꼴로 발의된 셈이다. 20대 국회 땐 4년간 3924건의 규제법안이 발의됐다. 이 추세라면, 매년 1000건 수준에 그쳤던 규제법안은 1700건으로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법안 중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담은 '임대차 3법'은 지난 7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법안소위 패싱' 논란을 빚었지만, 거대 여당이 176석의 수적 우위를 앞세워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나머지 규제법안은 9월 정기국회에서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9월 정기국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거대 여당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규제법안을 대거 통과시킬 것이란 우려에서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에 초점을 맞춘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이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해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규제법안이 쏟아지는 가운데 재계를 바라보는 여야의 관점은 정반대다. 여당은 재계를 규제의 대상이자 이익을 공유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협력이익공유제', '대규모 복합점포 영업규제' 등이 이 같은 인식에서 나온 법안들이다. 반면,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야당은 재계를 경제 성장의 주춧돌로 보고 ‘네거티브(최소) 규제’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네거티브 규제란 '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계가 오랫동안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구를 해왔다"면서 "규제의 틀을 네거티브로 전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규제 틀, 네거티브로 전환해야"

당장 유통업계는 초비상에 걸렸다. 대규모 복합점포의 입점 제한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총 6건으로 모두 여당 의원이 발의했다. 관련 규제 조항은 17개에 달한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전통시장 1㎞ 내에 신규 대형마트 입점은 제한되고,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한다. 개정안에는 대형마트뿐 아니라 복합쇼핑몰, 백화점, 면세점 등도 해당 법의 테두리 안에 두자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대규모 복합점포에 입점한 점주들은 소상공인으로, 법안 통과 시 이들의 생존권 문제가 대두된다. 여당이 전통시장 소상공인 권익 보호에 치중한 나머지 대규모 복합점포 소상공인 문제는 외면한 셈이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통과 여부에도 재계의 관심이 쏟아진다. 지난 6월 16일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해당 법을 발의하면서 "대·중소기업 상생발전과 대·중소기업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이익을 공유하는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선 20대 국회에서도 협력이익공유제를 담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야당의 반발로 국회 본회의 통과는 무산된 바 있다.

재계에선 협력이익공유제의 문제점으로 △기여도 분배의 어려움 △손실 공유 제외 △해외 사례 미비 등을 꼽는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차원의 취지는 좋지만, 실제 실물경제에서 작동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많다는 얘기다.

이 평론가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산발적으로 규제법안을 내서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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