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모바일 운전면허증, 이제 민관이 함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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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0-09-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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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신분증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규제 샌드박스에 선정되어 이동통신 3사가 패스 앱으로 모바일 운전면허증 사업에 나선 데 이어 네이버·카카오도 샌드박스에 따라 올해 내로 네이버 앱과 카카오톡에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추가할 예정이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오프라인에서 기존 플라스틱 카드형 운전면허증의 역할을 대신할 뿐만 아니라 과거 공인인증서(현 금융인증서)가 담당하던 온라인 신원인증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국내 ICT 업체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이러한 온·오프라인 통합 신원인증 시장을 선점하려는 행보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반쪽짜리 역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주요 편의점에서 술·담배를 구매할 때 제출할 수 있고 이동통신 3사에서 비대면 개통을 진행할 때 신원인증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지만, 그게 전부다.

정부에 민원을 넣거나 서류를 제출할 때 이용할 수 없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이용할 수도 없다. 공적 영역에서 신원인증뿐만 아니라 일반 음식점과 같은 사적 영역에서 신원 인증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도 아직 불가능하다.

현재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경찰청, 편의점, 이동통신사 대리점 등 ICT 업체가 제휴를 맺은 곳에서만 신분증 역할을 대신한다. ICT 업체들은 신원인증에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휴를 맺은 곳을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이래서야 진정한 의미에서 모바일 신분증이라 할 수 없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이런 상황에 처한 가장 큰 이유는 정부 부처 간 불협화음에 있다. ICT 업체가 모바일 운전면허증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 것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소관이지만, 정작 신분증과 신원인증을 관리하는 주무 부처는 행정안전부다.

더욱이 행안부는 2021년 ICT 업체와 동일한 형태의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만들어 전 국민에게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적 영역뿐만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도 신원인증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행안부의 모바일 운전면허증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모바일 신분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용자 편의성 면에서 정부가 만들 모바일 신분증은 현재 ICT 업체가 추진 중인 모바일 운전면허증보다 떨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만든 수많은 공공 앱이 민간 앱과 비교해 품질, 이용자 편의성, 접근성, 기능 개선 면에서 크게 떨어졌던 점이 그 증거다. 그 어떤 공공 앱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기본 설치된 패스, 국민 포털 네이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따라잡을 수 없다.

민간에서 추진하는 모바일 신분증은 사용처가 부족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모바일 신분증은 사용자 경험(UX)이 떨어진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계획에 따르면, 모바일 신분증은 2022년 상용화될 예정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기정통부, 행안부 등 정부 부처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3사, 네이버, 카카오 등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다행히 모바일 신분증은 블록체인 기술의 일종인 분산ID(DID)를 활용하는 만큼 각자의 블록체인 기술과 메인넷의 호환성을 확보하면 생각보다 쉽게 민간 서비스와 공공 서비스의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와 민간이 먼저 국내 DID 업계의 표준을 마련하고, 향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DID 기반 모바일 여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W3C(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 등 표준화 기구와 긴밀한 협의를 이어나가야 한다.
 

[사진=강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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