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창성, 문지원 공동대표 인터뷰
  • 초기 투자 핵심은 창업자...“그 사람 자체로 멋있다면 투자해볼 만”
  • ‘임팩트 컬렉티브’ 가동...집단 지성 투자에 활용
  • “투자는 재밌는 일...창업자에 도움되고 싶어”
스타트업계에선 일과 사랑에 빠진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퇴근은 없다. 창업자는 진지한 도전에 인생을 걸기에 개인의 삶을 잠시 내려놓은 채 일에 몰두한다. 일, 그리고 사랑을 동시에 쟁취하기는 어렵다.

물론, 불가능은 없다. 일과 사랑 모두 놓치지 않으면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다. 더벤처스 호창성, 문지원 공동대표가 대표적이다. 캠퍼스 커플이었던 두 사람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떨어져 본 경험이 없다. 각각 외국에서 석사 학위를 딴 뒤로는 글로벌 비디오 플랫폼 ‘비키(Viki)’를 공동 창업했다. 이후 4년 만에 2억 달러 규모의 엑시트에 성공했다. 같은 해, SNS 플랫폼 ‘빙글(Vingle)'을 만들어 125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4년부터는 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더벤처스‘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문지원 대표.(사진=더벤처스)]

 

(왜 평생 일을 같이 하고 있나?)

문지원 대표(문) : 그러게요...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대학교 1학년 때 만나서 한 번도 안 떨어졌다. 항상 같이 일을 해왔기 때문에 따로 일하는 것을 생각해 본 적 없다.

(싸우지는 않나?)


문 : “야!!!” 이러고 싸운다. 호창성 대표가 아니라 제가 그런다. 호 대표는 “흐흐” 아니면 “미안해”라고 한다. 이러니까 더 화난다. 속이 터진다.

호창성 대표(호) : 하하

문 : 그러면 제가 또 “뭐가 미안한 줄 알아!”라고 한다.

호 : 하하


성공한 창업가로서 먹고 살 걱정은 없었다. 더벤처스는 두 대표의 성공 경험을 후배 창업가들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내에선 액셀러레이터의 개념도 생소하던 때였다. 어느덧 투자한 스타트업은 70여개가 됐다. 포트폴리오사 중 70% 이상이 후속투자를 받았고, 투자회수는 9건이나 된다. 직원은 7명뿐이지만, 순수 내부 수익률은 25%에 달한다.

더벤처스가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역시 사람이었다. '역시'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벤처 투자자 10명 중 9명이 똑같이 답하기 때문이다. 대표와 팀원의 역량은 사업 성패를 가른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창업가 출신의 두 대표는 사람을 ‘어떻게’ 보는지 그 방법이 궁금했다.

문: 결국 비즈니스에 대한 오너십을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인가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극복해 낼 근성이 있고, 무엇을 해내고야 말겠다고 생각하는가. 또, 창업이 여러 가지 옵션 중 하나가 아니라 그 자체를 목적으로서 달려갈 수 있나. 이런 부분이 중요하다.

호: 더벤처스 내부에서도 관점이 다를 수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끈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 방향과 한 아이템만 죽도록 고집하지 않고, 맥락을 가진 채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자신의 비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이 생기는데, 꾸준하게 밀고 나갈 힘을 중요하게 본다.
 

(오너십, 끈기 등은 과거의 경력으로 판단하나?)

문 : 경력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여러가지 경험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호 : 문 대표는 관상도 본다(하하)


문 : 누가 사업에 성공할지 어떻게 알겠나. 점쟁이도 모른다. 창업자가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해나가냐에 따라 성공 여부는 달라진다. 투자할 땐 ‘이 사람은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믿음이 강하게 든다. 무얼 하려는지 잘은 모르겠는데 저 사람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이 친구는 내가 꼭 돕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복합적으로 그 사람을 향한 믿음이 생기는 것 같다. 

호 : 창업자들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다. 투자자를 설득하 듯이 주변 코파운더와 직원, 고객을 설득해야 한다. 그 설득의 과정이 사업이다. (투자를 받기 위해) 우리를 설득하는 방법을 보면 ‘앞으로 이렇게 사업을 끌고 나가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2시간 수다로 결정한 첫 번째 투자

두 대표는 더벤처스 법인을 설립하기도 전에 ‘파킹스퀘어’라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집 근처 카페에서 김태성 대표를 만나 두 시간 만에 결정한 투자였다. 사업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 앱을 보여 달라는 이야기도 안 했다. 그 날 나눈 대화라고는 고등학교 시절 밴드부 이야기가 다였다.

문 : 당시 김 대표가 다른 투자자들에게 많이 거절당하면서 지쳐 있을 때였다. 앱 초기, 시행착오가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었다. 디테일하게 사업 이야기를 들어도 고생한 이야기뿐이었을 거다. 계획한 시나리오가 잘 됐으면 투자가 필요 없지 않았겠나. 우리는 김 대표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듣고 근성을 느꼈고,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을 본다는 게 특별하지는 않다. 

호 : 물론 김 대표를 만나러 가기 전에 도전하려는 사업과 향후 시장을 서류상으로 다 검토했다. (스마트 주차장) 사업이 안될 사업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이 사업이 만약 된다면 최소한 김 대표가 제일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O2O 스타트업만 해도 인테리어, 번역 등 수백까지 섹터가 있다. 그중 어떤 시장이 클 지는 확실하게 모르지만, 적어도 그 창업자가 해당 섹터에서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고 있다.
 

(5~10분 정도의 IR 발표만으로 평가하긴 어려울 것 같다)

호 : 프리젠테이션만으로는 잘 안 보이는 경우가 있다. 꽤 오랜 시간의 질의응답, 그리고 일과 상관없는 대화까지도 필요하다.

문 : 아주 잘 정리된 PT를 보도 결정할 때도 있다. 또,  10분 수다 떨고도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호창성 대표.(사진=더벤처스)]


더벤처스는 최근 수산양식 분야 스타트업 ‘제이제이앤컴퍼니스’와 베트남 육아 플랫폼 ‘위케어’에 투자했다. 제이제이앤컴퍼니스는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스마트 양식장의 성장성을 봤다. 이미 북유럽에서는 양식업이 국가 산업으로 운영된다. 내륙에서도 바다와 같은 환경으로 양식업을 할 수 있다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더벤처스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절반은 외국 기업이다. 특히, 동남아 시장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젊은 인구가 많고, 출산율이 높은 동남아는 중국 못지않은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위케어는 동남아에서 투자 기회를 찾던 중 발굴한 기업이다. 아직 매출은 적지만, 베트남 내 최대 육아 커뮤니티가 비즈니스화됐을 때 성장성은 예측하기조차 힘들다.

이런 기업들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산업과 해외 시장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따라가야 한다. 두 대표와 7명의 내부 직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그 대안으로 현지인 파트너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해외 트렌드를 파악하고, 해외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원동력도 외부 협업에 있다.

 
새로운 시도, '임팩트 컬렉티브'

최근에는 ‘임팩트 컬렉티브’라는 커뮤니티 주도형 벤처투자 개념을 실험하고 있다. 내부 투자 심사역과 두 대표의 시각만으로 투자 대상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외부 전문가와 일반인의 시각으로 비즈니스를 바라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프로세스다.

호: 임팩트 컬렉티브는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주는 회사를 선발하고 인큐베이팅 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스타트업이 임팩트를 가지고 올 것인가’다. 더벤처스 내부에서만 판단하지 않고, 일반인들이 VC 심사역이 돼서 스타트업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문: 스타트업이 세상을 진지하게 바꾸고 싶다면, 비즈니스가 성공해야 한다. 투자자는 돈을 잘 벌고, 사회적인 영향을 끼칠 기업에 투자하면 된다. 사회의 좋은 영향은 계층, 산업별로 관점이 다르다. 결국,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가치를 녹이고, 정의해야 한다.
 

[더벤처스 X 임팩트 컬렉티브.]


평가와 보상은 토큰을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심사위원에 10개 토큰을 부여하면, 투자 심사대상 스타트업을 평가해 자신의 토큰을 그 기업에 사용한다. 어떤 기업에 몇 개의 토큰을 배팅할지는 심사위원 재량이다. 왜 그 기업에 토큰을 줬는지 이유도 작성해야 한다. 더벤처스는 토큰과 심사위원 의견을 종합해 투자할 기업을 선정한다.

스타트업은 심사위원에게 줄 수 있는 감사토큰을 받는다. 심사 과정에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거나 사업 방향성에 도움을 준 위원에게 부여할 수 있는 토큰이다. 심사위원은 기업들에게 받은 감사토큰에 따라 향후 투자성과를 공유 받게 된다.
 

문 : 얼리스테이지 스타트업은 투자 리스크가 크다. 일반인들이 자신의 돈으로 투자하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은 이유다. 임팩트 컬렉티브에서는 더벤처스의 ‘투자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런 플랫폼까지 만든 이유는 뭔가. 긍정적인 임팩트를 주는 기업을 발굴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인가)

문 : 그렇게 말하면 너무 슈퍼맨 같지 않나. 이분들도 서로서로 도울 수 있고, 재밌지 않나?

(두 분은 투자가 재밌나)

호 : 투자는 재밌다.

문 : 우리가 가진 것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또, 재미와 의미가 있으니까 투자를 하는 것 같다.


임팩트 컬렉티브는 이미 가동 중이다. 지난 27일에는 21개 팀이 1차 임팩트 메이커로 선발됐다. 본선 심사는 9월부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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