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 미·중 갈등 속 잊힌 G2 韓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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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8-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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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우군 확보' 행보 속 싱하이밍 中대사 공공외교 활발

  • 반면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 올해 현지 언론 기고 '0건'

  • "공관장들 '공공외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있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줄타기 외교’가 이어지고 있다. 양제츠(楊潔篪)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방한 이후 중국이 한·중 우호 관계를 더욱 강조하면서 주요 2개국(G2) 사이에 낀 한국의 난처한 처지가 더욱 두드러졌다는 지적이다.

26일 외교가에서는 미·중 갈등 속 한국 외교 셈법이 복잡해진 가운데 G2에서 한국 외교를 담당하는 이수혁 주미대사와 장하성 주중대사를 향한 질타도 등장한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대면 외교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론 기고, 강연 등으로 공공외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반면 이 대사와 장 대사의 공공외교 활동 소식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특히 올해 수교 28주년을 맞이한 한·중 대사의 공공외교 행보의 온도 차가 상당하다.

싱 대사는 올해 1월 주한 중국대사로 취임한 이후 정부 당국자, 국회의장, 언론사 대표 등을 예방하며 인적교류에 활발하게 움직였다. 또 서울대 국제대학원, 한국외국어대 등에서 강연하며 한·중 관계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중 수교 28주년이었던 지난 24일에는 한국과 중국 언론 모두에 기고문을 내고 양국이 함께 의리는 지키는 좋은 이웃임을 언급했다.

이를 두고 외교가 안팎에서는 양 위원의 부산 방문에 이은 중국의 우군확보 속내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왔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중국이 ‘외교 중립’을 유지하는 한국을 우군으로 만들기 위해 한·중 우호 관계를 수교 기념일에 맞춰 강조했단 얘기다.

전날에는 국제백신연구소(IVI)에 코로나19 연구 개발 등에 써달라며 2만 달러(약 2373만원)를 기부해 주목을 받았다. 싱 대사는 “주한 중국대사관을 대표해 국제 백신 연구개발 사업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면서 기부의 뜻을 밝혔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왼쪽)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사진=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트위터]


반면 지난해 3월 주중 대한민국대사관으로 자리를 옮긴 장 대사의 수교 기념 공개 행보 소식은 없다. 현지 강연은 물론 언론 기고 소식도 전해지지 않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장 대사가 주중 한국대사 명의로 중국 현지 언론에 기고문을 게재한 적은 없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에서도 장 대사의 기고문은 찾아보기 힘들다.

주중 대한민국대사관 홈페이지의 공관 주요 활동에 따르면 장 대사의 외부활동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대사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참석이 마지막이다.

주미 대한민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 대사의 공관장 활동도 지난 7월 10일 그레고리 믹스 미국 하원의원과 전화 통화가 마지막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전 세계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해 대면 외교활동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외교가에서도 SNS, 언론 기고, 웨비나(webinar·웹세미나) 등 ‘언택트(Untact·비대면)’ 외교활동이 확산함에 따라 이를 통한 공공외교 기회는 존재한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싱 대사는 한국어가 유창하고 성격도 외향적으로 공공외교에 능한 인물이지만, 장 대사의 중국어 실력은 그렇지 못한 거로 알고 있다”면서 “중국 내 한국의 위상이 한국에서의 중국 위상과 다른 점도 (두 대사의 공공외교 행보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대중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내에서 주한 중국대사의 강연, 언론 기고 등은 환영받지만, 중국에서 한국대사의 인기가 그리 높지 않을 거란 의미다.

신 센터장은 “공개되진 않지만, 공관장들도 코로나19 상황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의 국제정세에선) 공공외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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