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이어 라임까지···은행들, 금감원 권고 수용 못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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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07-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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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대마진 한계···비이자수익에 집중 영향

  • 향후 유사사고 발생 때 선례 남을라 신중

[사진=각 은행]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에 이어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배상안 수용 여부를 놓고 금융당국과 은행의 시각차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은행들은 금융감독원과의 마찰을 감수하더라도 쉽사리 배상을 해준다는 선례를 남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한 은행들이 이처럼 깐깐하게 나오는 것은 단순히 소비자 보호를 등한시해서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과거 이자이익에 치중하던 은행이 비이자이익 확대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발생하는 변화라는 분석이다. 2000년대 초반 예대마진이 상당했던 시기에는 금감원의 권고를 수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비이자수익이 점차 중요해지는 지금 시점에서는 쉽사리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하나·우리은행 및 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대우 등이 요청한 배상권고 수용 연기 요청을 승인했으나, 앞으로 한 달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는 해당 금융사가 최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권고한 라임자산운용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 원금 전액 배상안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답변이다.

◆키코·라임 배상 권고안 선뜻 수용 못하는 이유는?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의 추이가 최근 마무리된 키코 배상 권고안 사건과 유사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 헤지 목적으로 대거 가입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막대한 손실을 봤다.

올해 금감원은 키코에 대한 재조사를 진행한 끝에 은행 6곳에 키코 불완전판매 책임이 있다며 일부 배상을 권고했으나,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은행(신한·하나·대구·산업·씨티)은 여러 차례 결정을 연기한 끝에 결국 권고를 불수용했다. 향후 라임 배상 권고안도 키코 배상 권고안처럼 결국 불수용으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은행들이 키코·라임 배상 권고안을 선뜻 수용치 않는 것은 우선적으로 배임 우려와 관계가 깊다. 법적 책임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감원 권고를 덮어놓고 수용했다가 향후 손실이 발생하면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아울러 금융권에서는 두 사안 모두 판매처인 금융사의 법적 책임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금융사가 배상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자칫 이번 권고안을 선뜻 수용했다가 향후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불수용 이면에는 은행권 트렌드 변화가 영향

이 같은 우려의 이면에는 은행권의 트렌드 변화 영향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은행은 법리 다툼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도 당국의 권고를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새로운 금융상품 및 영업에 대한 절대적 인허가 권한을 가진 금융당국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과거 은행은 예대마진만으로도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야말로 '앉아서 돈을 번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이자수익이 좋았기 때문에 파생금융상품·펀드 판매 등 비이자수익에 주력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이 같은 부문에서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당국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일을 마무리짓곤 했다.

실제 2000년대 초반까지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2.5%를 뛰어넘는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한때 2%를 하회했으나 2010년에는 다시 2% 수준을 회복했다.

 

[사진=금융감독원]

그러나 2013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고공행진하던 NIM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에는 NIM이 1.46%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다. 아직 2분기 수치가 집계되지 않았으나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가 대폭 떨어졌음을 감안하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 비이자이익 확대는 은행이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처럼 받아들여졌다. 점차 악화되는 예대마진보다는 비이자이익 확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는 해당 부문에서 금감원 등과 마찰이 발생하더라도 양보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이자이익에 집중하던 시기가 끝나면서 대부분 은행이 비이자이익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옛날에는 판매 규모도 작았기에 대부분 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손쉽게 당국 말만 듣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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