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의지 있나…김정은 2년 7개월 만에 '핵 보유' 정당화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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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7-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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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27일 전국노병대회서 '핵 보유·핵 억제력·전략적 지위' 언급

  • 김정은 '핵보유' 직접 언급, 2017년 11월 화성-15형 발사 이후 처음

  • "北 핵 보유 의지 피력…비핵화 협상 아닌 '핵군축' 협상 속내 드러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11월 이후 약 2년 7개월 만에 ‘핵보유국’을 직접 언급하면서 ‘북한 비핵화 의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8일 통일부 실·국장과의 첫 만남에서 남북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했지만, 김 위원장의 ‘핵보유국’ 발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앞서 이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북한을 ‘국제사회가 공인하지 않은 핵보유국’이라고 표현하고,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보다는 핵 보유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북·미 대화의 골자를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에 맞추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이라고 부르는 6·25전쟁 휴전 67주년이었던 지난 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6회 전국노병대회가 열린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소를 띈 얼굴을 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관영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제6차 전국노병대회에 참석, 공개 연설에서 “우리의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하여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며 우리 국가의 안전과 미래는 영원히 굳건하게 담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50년대의 전쟁과 같은 고통과 아픔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전쟁 그 자체를 방지하고 억제할 수 있는 절대적 힘을 가져야 했기에 남들 같으면 백번도 더 쓰러지고 주저앉았을 험로 역경을 뚫고 온갖 압박과 도전을 강인하게 이겨내며 우리는 핵보유국으로 자기발전의 길을 걸어왔다”며 핵 보유의 정당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세대를 이어오며 해마다 맞이하는 7·27이지만 우리 국가가 세상이 무시할 수도 없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전략적 지위에 올라선 오늘날 7·27을 맞는 우리의 감회는 류다르며(남다르며) 전승의 의의와 노병세대들의 공적은 더욱 값지고 긍지 높은 것”이라고도 했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북한은 지금 비핵화보다는 핵 보유 의지를 피력했다”며 “올해 초에 언급한 대미(對美) 정면돌파전이라는 것도 핵을 가진 채 미국의 입장을 바꾸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이번 연설은 지난 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담화의 연장 선상이라고 했다.

그는 “7월 10일 김여정 담화에서도 ‘우리의 핵을 없애려 들 것이 아니라 위협이 되지 않게 하라’고 했다. 이것은 핵 보유 의지와 같다”며 “파키스탄과 같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2018년 11월 29일 화성-15형 발사 이후 처음으로 본인의 입으로 ‘핵보유국’을 언급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또 ‘전략적 지위’와 ‘핵보유국’ 두 용어를 함께 사용한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북한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조국해방전쟁 승리(정전협정 체결) 67주년을 기념하며 열린 ‘백두산’ 기념권총 수여식에서 군 주요 지휘성원들에게 권총을 수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권총을 받은 지휘관들에 둘러싸여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 실장은 “‘핵 보유’라는 말을 했다고 해서 특별히 (북한의) 핵 욕구가 커졌다는 변화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전략적 지위’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과거의 용어 사용법과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화성-15형 발사 이후 처음 등장한 ‘전략적 지위’라는 용어는 그동안 북한의 주요 회의 결정문 등에서도 쓰였다. 하지만 ‘핵 보유’라는 말이 앞뒤에 없었는데, 이번에 함께 등장했기 때문에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홍 실장은 “결과적으로 올해 초부터 이야기하던 핵 억제력 강화 부분에선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다만 ‘핵보유국’이라는 말을 김 위원장이 연설을 통해 직접 하고, 이것을 전략적 지위와 함께 쓴 것은 2017년 이후 거의 처음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은 미국을 압박하는 부분이 강하겠다”며 “결국은 핵 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이미 김 제1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기정사실화했고, 그 기정사실화 속에서 비핵화 협상 조건으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와 중개한 불가역적 상응 조치를 요구한다는 얘기다.

결국 북한이 북·미 대화가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 군축’ 협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속내를 간접적·우회적으로 내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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