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중국 시진핑 주석이 6월 8일부터 1박 2일간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 지난 2019년 방북 이후 7년 만이다. 중국은 지난 5월 북경에서 미중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북·중·러 동맹 외교를 활발하게 전개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시진핑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과 평양에서 만난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미국·이란 간 전쟁에 몰입되어왔다. 미·중 간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가 이란·대만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북한 문제는 비중을 두지 않았다. 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통목표를 재확인했다”라고 언급했을 뿐이다.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언급했다고는 하나, 정확한 속내를 알 수는 없다. 미중패권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중국이 김정은의 핵 개발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각종 미사일 실험을 억제하는데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의 핵 무력화 정책을 묵인하고 북한을 활용해온 측면이 강했다.
첫째, 동북아지역에서 중국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현재 동북아지역 안보 지형은 바이든 전 정부에서 구축해 놓은 한·미·일 안보협력 체계와 북·중·러 동맹관계 간 대결 구도로 고착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환경 속에서 미국과 중국은 대만 문제를 놓고 칼날이 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미중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골적으로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또한 지난해 11월 일본 다카이치 총리도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하여 중일 관계가 냉랭하게 변하였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을 지렛대로 삼고 있다.
둘째, 중국은 최근 급격하게 밀착된 북러 관계를 의식하여 북한을 더 끌어들이고, 중국을 중심축으로 한 북·중·러 동맹관계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2024년 북러 군사조약을 맺은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을 통해 러시아와 혈맹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과 북한 간 관계가 소홀해지게 되었는데,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김정은을 북경에 초청하여 관계가 복원되기 시작했다. 그 연장선으로 보면 될 것이다.
셋째, 향후 추진될 수도 있는 미북정상회담에 대비하여,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정부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두 차례에 걸쳐 공식적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미국·북한 간 양자 회담이었다. 결과는 북한의 비핵화 거부로 실패했다. 그 당시 사실상 중국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과거 조지 W. 부시 정부에서는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가 있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의 만남을 원하고 있는 만큼, 향후 김정은 태도에 따라 미북정상회담 가능성은 열려있다. 중국은 미국에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여전히 행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시진핑은 향후 북한 핵 문제를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는 카드로 사용하려 들 것이다.
넷째, 시진핑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억제하려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우군 확보가 필요하다. 바이든 전 정부는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우방국들과 쿼드(Quad), 오커스(Aukus)를 운영하였다. 또한 최근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영향력과 북·중·러 위협 증가에 맞서고자 일본·호주·뉴질랜드·필리핀·캐나다와 함께 인도·태평양사령부 미션네트워크(IMN)을 구축하였다.
지난 1일에는 베트남 또럼 서기장이 필리핀을 방문하였다. 필리핀과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이다.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고립되지 않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동맹국이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북·중·러 동맹을 발판으로 삼아 미국 견제를 무력화하려는 의도이다.
북한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그 속셈을 살펴보자.
첫째, 북한은 시진핑의 방북을 통해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지난 3일 북한 당국은 김정은이 신축 핵물질 생산공장을 시찰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2024년 9월, 2025년 1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다. 이제 북한은 핵시설을 공개하면서 핵 생산 능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각종 계기 시마다, “북한 핵 무력화는 돌이킬 수 없다”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도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는 듯한 모호한 모습을 보여왔다.
둘째,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삼각 안보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해 강력한 북·중·러 동맹관계와 북중관계 구축이 필요한 것이다.
셋째, 북한의 전형적인 등거리외교이다. 북한 김일성은 과거 냉전 시대에서 중국·소련 간 등거리외교를 하였다.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계기로 러시아 푸틴 정부와 혈맹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러시아에 북한군 병력과 군사물자를 지원하는 대가로 첨단 군사기술과 경제적 지원도 확보했다. 한반도에서 한국과 미국을 상대하기 위한 든든한 뒷배를 만들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중국 입지가 호전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 문제를 해결한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은 유엔의 대북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강력한 후원자로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김정은 정권은 경제회복을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넷째, 4대 세습 문제를 부각할 것이다. 김정은이 최근 들어 어린 딸 김주애를 국제외교 무대에 등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9월 김정은 위원장은 방중 시에도 김주애를 대동하였다. 김정은은 후계자로서 김주애의 위상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의 지지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시진핑 주석도 2027년 4연임 추진을 앞두고 있어, 북한과 원만한 관계 구축을 희망하고 있다.
다섯째, 김정은 정권은 향후 트럼프 정부와 미북정상회담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 정부 1기에서 실패로 끝난 미북정상회담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김정은은 트럼프 2기 정부에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미국과 북한은 북한 비핵화 문제를 놓고 현격한 시각 차이를 보인다. 미북정상회담 개최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현실이 될 경우, 중국의 강력한 지지가 필요하다. 김정은은 목적 달성을 위해 강대국이자 뒷배인 중국·러시아의 지지를 등에 업고 트럼프 정부와 협상하려 들 것이다.
여섯째, 최근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원자력 추진잠수함 건조·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등 문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일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 일행이 한국 정부와 원자력 추진잠수함 등 안보 문제를 협의하였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원자력 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 이와 관련한 대책을 협의할 것이다.
중국과 북한 간 관계가 복원되고 북·중·러 동맹관계가 강화되는 상황 속에서 한국 정부는 향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력하게 주장해야 한다. 고도화되는 북한 핵 위협을 억제하고 동북아지역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은 물론 한·미·일 안보협력 체계를 한층 더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원자력 추진잠수함 건조 문제는 물론 우라늄 농축·사용 후 재처리 권한 확보를 위한 한미원자력 협력 등 세부적인 논의를 빠른 속도로 진전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 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 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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