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트럼프 2기 대중국 봉쇄정책과 5월 미중정상회담 전망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현재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이 진척이 없다. 1차 협상이 결렬된 이후 이란이 2차 협상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기한 셀프휴전을 선포하였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이 대미협상과 관련하여 강경파와 온건파 간 갈등이 있어 내부 입장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부에서 이란전쟁에 대한 불만 여론이 확산하고 있어 정치적으로 입지가 곤란해지고 있다. 오는 5월 1일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을 계속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쟁권한법에 따라 미 의회에서 승인을 얻어야 한다. 군대 철수 기한을 포함할 경우, 30일 더 여유는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격상 이를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 내부에서 자동차 기름값 상승 등 물가가 오르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까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트럼프가 서둘러서 이란전쟁을 마무리하지 않는다면,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지난 25일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출신인 미국인 청년이 트럼프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쳤다. 그는 트럼프 정부에 불만을 품었다고 한다. 테러 행위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로운 늑대’의 암살 기도를 계기로 마가(MAGA) 세력의 지지도를 결집하여 국정 장악력을 다시 확보하려 들것이다. 트럼프는 반전의 고수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휴전하고 있으나 오는 5월 14일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트럼프 정부는 이란전쟁보다 중국과의 안정적인 관계 정립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미 한차례 연기해서 또다시 미중정상회담 날짜를 변경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이란전쟁 때문에 미중정상회담 준비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중국은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시진핑 주석의 준비실태를 살펴보자.

첫째, 지난 10일 시진핑 주석은 대만의 야당인 국민당 주석 정리원을 초청해 양자 회담을 통해 ‘92공식(하나의 중국 원칙은 인정하되 각자 표현은 달리함)’과 ‘대만독립 반대’를 재확인하였다. 또한 왕이 외교부장은 같은 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방문하여 김정은으로부터 ‘하나의 중국’ 지지 의사를 얻어냈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다분히 미중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이다. 역대 미중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 ‘하나의 중국’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대만 야당은 물론 북한의 지지까지 필요했다.

둘째,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는 미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 김정은과 입장을 조율했을 것이다. 김정은의 태도는 단호했을 것이다. 북한의 속셈은 핵보유국 지위를 미국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다. 이를 우리는 용납할 수 없다. 미국도 결코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묵과해왔다.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러시아는 북한 김정은 입장을 지지해왔다. 

셋째, 15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최근 미국이 이란전쟁에 몰두하고 있어 우크라이나 문제를 들여다볼 경황이 없다. 러시아에는 좋은 기회이다. 미국과 나토국가들로부터 압박을 덜 받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과 나토 간 관계가 불편해지고 있어 러시아는 물론 중국에 우호적인 국제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중·러는 이를 즐기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이란 문제 등 국제정세에 대한 시각을 공유했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9월 전승절을 계기로 북·중·러 3국 간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러 세력을 결집하여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지렛대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지난 10일경 필리핀과 영유권 문제로 마찰을 초래하는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에 차단막을 설치했다. 이는 미국이 이란에 집중하는 가운데,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정치적 속셈이다. 

만일 미중정상회담 개최 전까지 미국·이란 간 종전 협상이 성공하지 않을 경우, 이란전쟁 문제는 트럼프와 시진핑 간에 중요한 안건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이란이 미국 협상안을 수용토록 압박해 줄 것”을 요청할 것이다. 그 이유는 중국이 이란의 원유수출량의 90%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란이 중동지역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핵심 거점인데다, 브릭스(BRICS) 회원국이자, 친중국 국가이기에 시진핑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데 신중할 것이다. 중국 정부가 동북아 지역에서 동맹국인 북한을 두둔하듯이, 중동에서 이란 입장을 지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정세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미·중 양국 정상은 미중관계가 악화하기를 바라지 않고 있다. 현 상태로 유지되기를 기대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가뜩이나 이란문제로 미국 내에서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데, 중국과 통상문제까지 더욱 힘들어진다면,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중국도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서로 간 큰 충돌은 피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저돌적인 협상 스타일 때문에, 중국에 타협과 압박을 병행할 것이다. 중국에 희토류의 안정적인 대미수출을 다시 한번 확약받을 것이며, 시진핑 주석에 미국 에너지를 수입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만 해도 친중국 국가였던 베네수엘라와 이란에서 싼 가격으로 원유를 수입하였다.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었다.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정권이 무너지고, 대신 델시 로드리게스 전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 직책을 맡아서 친미 정권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정부의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역 봉쇄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남미와 중동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차단하는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봉쇄작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시진핑 주석에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중 간 패권경쟁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만 아니라, 미국 앞마당인 남미는 물론, 중동지역에까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대외정책 핵심인 ‘힘의 외교’도 결국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지난 1월 트럼프가 그린란드 영토를 확보하려 했다가 서방 국가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탐냈던 것은 희토류 등 각종 광물이 엄청나게 매장되었는 데다, 중국·러시아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차단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중국의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에서 벗어나는 방안을 적극 모색 중이다. 또한 중국의 북극해 진출을 차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기 정부가 집권할 때부터 대중국 봉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장본인이다.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이 바이든 대통령 시절까지 연결되어, 중국이 미국을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추월할 수 있는 길을 차단해왔다. 트럼프 정부는 1기 때처럼 노골적으로 중국을 비난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신이 시작했던 대중국 봉쇄정책을 집권 2기에 완성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오바마 정부 1기 시절에만 해도, “향후 중국이 미국을 경제적으로 추월할 것”이라는 경제 전문기관들의 주장이 다수였다. 2009년 미국의 경제성장률(GDP)이 –2.6%를 기록했으나, 중국 경제는 9.2% 성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정부 시절부터 중국의 대국굴기에 강력하게 제동을 걸어서, 이제 “중국의 미국 추월 전망”은 사라지고 있다. 2024년 미국과 중국 간 GDP 차이가 2.2%밖에 나지 않았다. 중국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한, 미국을 추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가 약 2년 반 정도 남았다. 앞으로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봉쇄정책이 어떤 식으로 계속 전개될 것인지 주목해보자. 트럼프 정부의 ‘힘의 외교’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적용될 것인지 두고 볼 문제이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 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 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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