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수뇌부 비밀회동 임박]베이다이허 회의, 미·중 최악 갈등 속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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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7-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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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직 지도부 모여 당 노선·전략 논의

  • 코로나 혼란 속 美·홍콩·경제 최대 현안

  • 習 2기 하프타임…전반 복기, 후반 준비

  • 현체제 리더십 위기 표면화 가능성 낮아

[그래픽=아주경제DB]


중국 전·현직 수뇌부의 여름 비밀 회동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임박했다.

마오쩌둥(毛澤東) 때부터 국가 전략의 큰 방향이 이 회의에서 결정되곤 했다. 올해는 미·중 관계가 1979년 수교 이후 최악인 상황에서 열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현 지도부의 정세 판단과 향후 전략을 둘러싼 난상 토론이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시 주석의 리더십 위기설이 표면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홍콩 국가안전법(홍콩보안법) 강행 등 홍콩을 중국의 틀 내로 편입시키는 작업도 궤도 수정 없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정치국 회의 직후 시작될 듯

중국 수뇌부는 매년 7월 말부터 8월 초 베이다이허에 모여 여름 휴가를 겸한 비밀 회동을 갖는다.

베이다이허는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가량 떨어진 허베이성 친황다오(秦皇島)시 해안의 휴양지다.

이번 주에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가 예정돼 있다.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앙정치국 회의가 끝난 뒤 이어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책 측면에서는 시진핑 집권 2기(2018~2022년)의 하프타임에 열려 전반부를 복기하고 후반부를 준비하는 의미가 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 경제의 반등 전략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

2분기 중국 경제가 3.2% 성장하며 선방한 게 현 지도부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유럽연합(EU)이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연선국과의 관계를 적절히 관리하는 가운데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 중심의 발전을 추진하는 큰 그림이 그대로 유지될 공산이 크다.

최대 현안은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든 미·중 갈등의 해법이다. 1989년 톈안먼 사건으로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전방위 경제 제재에 나섰을 때보다 더한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양국은 각각 상대국의 자국 주재 공관을 폐쇄하는 초강수를 뒀다.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과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이 문을 닫았다.

남중국해에서 빈발하는 군사적 도발은 언제든지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패권 경쟁 양상으로 치닫는 양국 갈등은 이제 불가역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시절 비교적 안정적이던 미·중 관계가 시진핑 체제 들어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데 대한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미국의 대중 공세에 맞선 중국 내 항전 의지, 임박한 미국 대선, 중화민족 부흥론에 대한 지지 등을 감안하면 시 주석의 리더십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최근 미·중 갈등이 격화한 요인 중 하나인 홍콩 문제도 노선 변경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통한 '홍콩의 중국화' 전술을 용도 폐기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지난해 10월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시 주석은 "홍콩과 마카오의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법률 제도를 완비하겠다"며 홍콩보안법 제정을 예고한 바 있다.

광둥성 선전을 '중국 특색 사회주의 선행 시범지구'로 선정해 홍콩의 대체재로 육성하는 방안도 지난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국 소식통은 "홍콩의 반중 정서가 더이상 묵인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데 전·현직 지도부가 공감한 것 같다"며 "미국과 극한 대립을 하는 상황에서 홍콩 문제를 양보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굵직한 결단 이뤄진 베이다이허

베이다이허 회의는 1954년 마오쩌둥 시절 첫 회의가 개최된 이후 연례 행사가 됐다.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 중앙군사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등 5대 권력기관의 전·현직 간부와 지방정부 간부 대부분이 운집한다.

행사 규모는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주요 간부들이 따로 모여 휴가를 보내는 데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진 탓이다.

이 회의를 통해 굵직한 역사적 결단들이 이뤄지기도 했다.

1958년 8월 베이다이허에서 열린 당 중앙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대약진 운동 시행과 인민공사 설립, 대만 진먼다오(金門島) 포격 등이 결정됐다.

톈안먼 사건 직후인 1990년 개최된 회의 때는 덩샤오핑(鄧小平)이 보수파의 반대를 누르고 개혁·개방 정책의 기반을 다졌다.

1966년 문화대혁명과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잠시 없어지기도 했지만 이내 부활했다. 시 주석이 집권한 2013년 이후에도 매년 회의를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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