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물난리 외면하고 동북 간 시진핑…몸사리기 논란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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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7-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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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린성 시찰, 농업 경쟁력 강조

  • 남부 대홍수, 경제 손실 20조원

  • 코로나19 때처럼 현장 나몰라라

  • 책임회피에 재해지역 민심 악화

지난 22일 지린성 쓰핑시 리수현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현지 농기계 전문 합작사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중국 남부 지역이 21세기 들어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고 있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정반대 방향인 동북 지역으로 시찰을 떠났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때처럼 재해 현장을 멀리하는 몸 사리기 행보에 민심이 악화하고 있다.

23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부터 지린성 시찰에 나섰다.

시 주석은 지린성 쓰핑(四平)시 리수(梨樹)현의 녹색식품원료(옥수수) 표준화 생산기지와 농기계 농민 전문 합작사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옥수수 생산기지에서는 "동북은 세계 3대 흑토 지대로 생산량이 높지만 토지 비옥도가 과도하게 소모되는 문제도 있다"며 "'경지 중의 판다'로 불리는 이 흑토 지대를 보호할 조치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농기계 합작사를 방문해서는 "농업 기계화 수준을 높이고 토지 우위를 발휘해 농업 기술 및 생산량 제고를 이뤘다"고 치하한 뒤 "전국 각지에서 전문 합작사의 발전 방향을 탐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찰은 전면적 샤오캉(小康·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 건설을 강조하기 위한 민생 챙기기의 일환이다. 중국의 농업 경쟁력과 현대화 수준을 대내외에 드러내려는 목적도 읽힌다.

다만 초유의 홍수 피해를 겪고 있는 남부 지역을 외면하고 동북으로 향한 시 주석의 행보가 뜬금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중국 응급관리부는 집중 호우로 인한 홍수가 두 달째 이어지면서 장시·안후이·후베이성 등 27개 지역에 걸쳐 4552만3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은 142명으로 집계됐다.

가옥 3만5000채가 붕괴되는 등 직접적인 경제 손실이 1160억5000만 위안(약 19조8555억원)에 달한다.

21세기 들어 최악의 홍수로 1998년 대홍수 때의 피해가 연상되는 상황이다.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폭우가 쏟아진 1998년에는 4150명이 사망하고 2551억 위안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홍수 발생 지역이 창장(長江·양쯔강) 유역에서 황허(黃河) 유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산둥·윈난·간쑤·허난·안후이·저장성 등에 여전히 많은 비가 예고돼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재해 지역을 중심으로 민심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지만 시 주석은 지난달 28일과 지난 12일 두 차례에 걸쳐 방재에 힘쓰라는 지시를 내린 게 전부다.

1998년과 2007년 홍수 때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현장을 찾아 이재민을 위로하고 방재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것과 대비된다.

시 주석은 올 초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도 후베이성 우한 등 확산세가 심각했던 지역을 찾지 않았다. 발병 2개월이 지나 베이징 내 병원과 주택 단지를 시찰했고, 우한은 3월 10일이 돼서야 방문했다.

몸을 사리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 주석의 모습에 중국인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는 "싼샤(三峽)댐이 무슨 소용인가", "지도·지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등의 불만 섞인 글들이 올라오지만 대부분 삭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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