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냉전의 중심 '화웨이'…동남아 패권도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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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07-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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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연일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영국이 '화웨이 아웃'을 선언한 가운데,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큰 동남아에서도 기존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남중국해갈등 등 정치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미·중 기술 냉전의 중심에 있는 화웨이는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사진=화웨이 로고]


실제 지난달 싱가포르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 수주전에서 화웨이는 노키아와 에릭슨에 패했다. 싱가포르 주요 통신사 모두 화웨이 대신 노키아와 에릭슨과 협력하기로 했다.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 싱텔은 스웨덴의 에릭슨, 스타허브와 M1의 합작사는 핀란드의 노키아를 주요 협력사로 선택했다. 베트남이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한 데 이어 싱가포르의 화웨이 이탈이 현실화하면서 향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 통신 시장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동남아시아 통신사들도 5G 서비스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5월 태국 최대 통신사인 어드밴스드인포서비스(AIS)는 5G서비스 인프라에 12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AIS는 연말까지 태국 인구의 13%가 5G에 가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트남의 주요통신사인 빗텔, 모비폰, 비나폰 등도 5G 시험 개통을 마쳤다. 

화웨이는 가격 면에서 노키아나 에릭슨보다 약 30% 저렴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동남아에서의 영향력을 빠르게 키워왔다. 이미 화웨이는 말레이시아의 맥시스와 5G 서비스 제공을 위해 손을 잡았으며, 필리핀에서는 글로브 텔레콤과 함께 5G 시험 서비스 제공에 들어갔다. 친중성향이 강한 캄보디아 역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한다.  

그러나 화웨이의 경쟁사들도 동남아에서 경쟁력 확보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태국 AIS의 경쟁사인 트루코퍼레이션은 에릭슨을 5G파트너로 낙점했다. 베트남의 빗텔은 5G 장비 협력사로 노키아를 선택했다.

특히 싱텔이 에릭슨을 선택한 것은 동남아의 다른 통신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싱가포르의 선택 자체는 화웨이의 글로벌 확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싱텔이 단순한 한 국가의 통신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싱텔이 아시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싱텔은 태국의 AIS, 인도네시아의 텔콤셀, 필리핀의 글로브 텔레콤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인도의 바르티 에어텔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NAR)는 "물론 이들 통신회사의 5G 협력사 선정은 각 국가의 규제에 의존하고 있지만, 싱텔의 선택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주요 주주이기도 하고 공동구매로 인한 이점이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긴장의 고조는 경제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꾸준하게 화웨이 때리기에 나서고 있으며, 결국 영국마저 화웨이 배제를 결정했다. 중국과 인도 사이의 국경 분쟁도 화웨이엔 악재다. 인도는 중국 기업을 5G 사업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결정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화웨이를 거부하는 국가들은 더 늘고 있다. 

NAR은 "최근 동남아에서는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긴장이 커지고 있다. 이 지역 내에서의 중국의 활동 확대는 정치적 갈등을 키우면서 5G와 같은 경제적 문제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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