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그린벨트 풀린다? 꼭꼭 숨은 매물..."토지주-수요자 숨바꼭질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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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20-07-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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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물 없다는데 수요자 문의 계속..."지금이 강남진입 타이밍"

  • 서울시, 강남 세곡·서초 내곡 등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 농후

"세곡동이 강남이지만 인프라가 약하고 외져 있거든요. 근처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같이 좋아진단 기대감이 있죠. 그래서 팔아볼까 하다가도 거두는 집주인들이 있어요. 다만 이쪽에서 정말 거주하길 원하는 분들은 개발이 안 되길 바라죠. 경치가 좋으니까." (강남구 세곡동 강남 부동산 관계자)

"매물은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어요. 반면 수요자는 많이 옵니다. 땅주인들은 토지 보상금이 시가보단 더 나올 거라 생각하고,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이득이라 여기는 것 같아요." (서초구 신원동 토박이지산공인 대표)
 

서울 강남구 세곡동 녹지공간. 전답은 거의 풀리고 임야만 남아 있는 상황.[사진 = 윤지은 기자]

서울시 요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주택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파다해지며, 일대 부동산에 관심을 주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간단한 전화문의부터 매수결정까지 형태는 다양하다. 부동산 소유주들의 셈법은 복잡하다. 추후 분양권(딱지)을 기대하고 있는 토지주들의 경우 매물을 거두는 분위기가 짙고, 집주인들은 부르는 값을 크게 올리고 있다.

강남구 세곡동 '세곡 푸르지오' 인근 강남 부동산 관계자는 "세곡 푸르지오는 한 달 만에 실거래가 기준 5000만원 이상 올랐다"며 "34평짜리가 이달 14억원에 거래됐다. (많이 올라) 쉬쉬하는 분위기다. 물건은 많지 많다. 14억8000만원에 나온 물건이 하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집주인은 물량을 거두고 매수인은 사고 싶어 난리다. 세곡동이 강남에서도 저렴하지 않나"며 "지금이 아니면 강남에 못 들어온다는 생각 때문에 젊은 분들 매매가 많다. 금전소비대차계약으로 나중에 부모에게 돈 갚는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세곡 푸르지오 전용 85㎡(34평)는 지난달 20일 1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8일에는 13억5000만원에, 지난달 16일에는 13억4500만원에 팔렸다.

세곡동 강남은곡부동산 대표는 "없던 매물이 몇 개 생겼다. 호가도 많이 올려서 내놓는다. 간보려고 하는 건지 실제 매물인지 다른 부동산의 미끼매물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최근 2주동안 개발 여부, 개발 가능성, 그린벨트 땅 가격, 전망 등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토지 시세가 10억원이면 처음에는 10억원에 내놨다가 손님이 붙자마자 가격을 1억~2억원씩 올려버린다. 팔 생각이 없는 것"이라며 "시세 70~80억원짜리 건물은 120억원에 내놓고 손님이 붙으면 10억원을 또 올려버린다. 손님은 벙찌고 계약은 어그러지고. 최근 상황이 그렇다"고 첨언했다.
 

서울 강남구 세곡동 세곡 푸르지오 전경.[사진 = 윤지은 기자]

현재 세곡동 토지는 전답 기준으로 3.3㎡당 300만~4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인근 서초구 내곡동은 이보다 조금 비싸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전답 기준으로 3.3㎡당 400만원대라는 설명이다. 과거부터 서서히 올라 이 가격이 됐다.

내곡동 서초 더샵포레 인근 내곡탑공인 대표는 "집값 진정은커녕 순식간에 1억~2억원씩 올라간다"며 "아파트 위주로 거래하지만 토지매물도 자취를 감췄다고 전해듣는다"고 말했다.

서초 더샵포레 인근 뉴강남공인 대표는 "더샵포레의 경우 이달 34평짜리가 14억원까지 거래됐고 15억원에 나와 있는 상태"라며 "토지도 문의가 있다. 연락이 끊겼다가 다시 오기도 한다. 매물은 기존에도 많이 없었으나 그나마 몇 개 있던 것도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는 "집주인들은 그린벨트 해제가 지역에 호재라 여겨서 값을 자꾸 올리는 것 같고 살려는 사람들은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라며 "수요자들의 문의는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서초 더샵포레 전용 84~85㎡(34평)는 지난달 11일 12억9000만원에, 지난달 19일에는 13억9000만원에 팔렸다.

서초구 신원동 토박이지산공인 대표는 "매물 나왔던 것들 다시 들어갔다. 매수자 분들도 많이 온다"며 "토지수용 때 보상금도 시가보단 더 나올 테고, 무주택 토지주엔 아파트 분양권이 나오니까 그런 걸 이득이라 생각해 안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세곡동 지도.[사진 = 윤지은 기자]

다만 일각에선 분위기를 과열 쪽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세곡동 세곡부동산 대표는 "땅을 사서 묻어두길 원하는 분들은 여기가 풀리면 다른 데 또 사야 하니 좋아할 수가 없다"며 "전화문의는 조금 늘었지만 외부에서 난리가 났다고 표현하는 것만큼 대단한 변화가 있지는 않다. 땅값이 보상금보다 비싸니까 이익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곡동 서울공항부동산 대표는 "여기 풀리느냐, 풀리면 투자할 만한 곳이 있느냐고 묻는 문의는 있었다"면서도 "물어만 보고 실제 사는 사람은 아직 없다. 주인들은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부르는 값을 올리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세곡동 토지 전문 중개사 상당수는 세곡·내곡동이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전답 비율이 높은 내곡에 비해 세곡은 개발 가능한 땅이 많지 않아 해제 대상에서 빠질 확률이 높다고 내다본다. 이명박 정부 때 전답은 거의 풀렸고 남은 것은 임야뿐이라는 것이다. 내곡동에서도 "세곡은 아닐 것"이라는 전언이 흘러나온다.

당정의 그림대로 강남 등 서울 요지의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하면 집값이 진정될 거라 기대하는 이는 이 지역에 거의 없었다.

세곡동 강남 부동산 관계자는 "세곡에 집을 더 짓는다고 공급에 대한 갈증이 해소될 거 같지 않다. 타지에서 어떻게든 들어오려는 이들로 붐빌 테고 거래는 늘고 땅값은 오르는 귀결일 것"이라며 "아무리 지어도 한계가 있다. 수요는 넘치니까"라고 했다.

세곡동 세곡 부동산 대표는 "차라리 기존 노후된 곳 용적률을 높여주고 재건축할 수 있게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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