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헌동 "세금올리면 다주택자 집 내놓을 것이란 건 착각"

한지연 기자입력 : 2020-07-07 15:05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인터뷰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실패, 그대로 답습...정부 정책 불신은 가장 큰 폐해"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이 최근 경실련 강당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진단은 A, 처방은 B.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대하는 방식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취임 초부터 강남 집값 상승의 원인을 '투기 수요'로 진단해놓고, 투기한 사람들에게 세제혜택을 줬다. 취임 3년간 이런 식으로 계속 헛발질을 한 셈이다. (부동산 폭등) 원인을 몰랐다면 무능한 거고, 알았는데도 어찌할 수 없었다면 게으른 거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최근 아주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수년째 다주택자 고위직 공무원, 청와대 참모진, 국회의원, 서울시 1급공무원, 자치단체장들의 재산을 분석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문 정부가 지난 3년간 펼친 부동산 정책에 대해 '투기꾼에게 꽃길을 열어 준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경실련 데이터를 통해 실제 주택 구매 패턴을 분석해봤더니 60% 이상은 집을 가진 사람이 또 사더라"면서 "정부가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는 '집을 살 필요 없다', '일본처럼 주택가격을 폭락하게 만들겠다'고 겁박해놓고 한 편에서는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을 펼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이 '문재인 믿고 집을 안 샀다가 큰 손해를 봤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것"이라면서 "부모 지원이 있는 이들은 법인을 내서 단체로 '집쇼핑'을 다니고, 부모 지원 없이 사회에 나온 30대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됐으며, 평범한 직장인들도 '집을 지금이라도 안 사면 큰 손해를 보겠다'는 사회적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실패 답습하는 정부

김 본부장은 정부의 통제력 상실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대한민국 고위 공무원들은 절대 대통령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면서 “고위 관료들은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이 정부 말랑하네, 아니네'를 확실히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 정권에서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 고위직 공무원, 입법을 하는 국회의원, 자치구 행정을 책임지는 구청장 절대 다수가 강남에 부동산을 갖고 있고, 또 다주택자"라면서 "실제 이들이 강남 부동산 가치 올려주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이러니 정부가 바뀌고 진보가 집권해도 집값은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국민이 정부에 토지의 독점개발권, 토지강제수용권, 토지용도변경권 등 3가지 특권을 위임한 이유는 이 막강한 권력을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쓰라는 의미"라면서 "이 권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공기업도 장사를 해야한다. 분양가 공개를 왜 해야하냐'는 발언 이후 급격하게 뒤바뀌었다. 대통령이 공기업에 장사꾼 마인드를 심어주면서 토지공권력을 남용한 결과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계승했다는 이번 정권 들어서 더욱 강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집값을 잡으려면 공급을 늘려주면 된다"면서 "새 아파트가 헌 아파트 가격의 절반이나 30% 가격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시장에 공급된다는 믿음이 있다면 사람들이 주택 사재기에 열광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세금 올리면 집 팔 것이란 생각 자체가 잘못”

그는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왜 '개인'에 겨냥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세금 부담을 늘리면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들이 집을 팔 것이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아파트가격을 올린 것은 개인들이 아닌데 또 진단과 처방을 잘못하고 있다"면서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한테는 세금을 뜯어가면서 집을 50채, 100채 갖고 임대사업자 신고를 하면 세금을 깎아줬다. 법인 부동산 세율은 개인 세율이 30%에 불과하다. 정부가 법인이 투기하기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이들을 죄악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6·17 대책을 통해 강남(대치·삼성·청담), 송파(잠실)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것에 대해 "내가 내 집을 사는데 왜 정부 허가가 필요하냐"면서 "용산, 여의도, 강남, 잠실 등 개발정책으로 투기꾼들에게 신호를 보내놓고 뒤늦게 부작용이 나타나자 서민들만 잡고 있다. 늘 그렇듯 정책 실패의 대가를 시민들이 치르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시장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신중해야 할 초강수 정책이 땜질식으로 동원되면서 더 이상 쓸 정책이 없어졌고, 정부에 대한 불신만 낳았다"면서 "앞으로 강남 부동산 가격은 더 훨훨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분양원가 공개 못하면 후분양으로 돌려야...공시지가, 법인세율 인상도 필요

그는 "소리 없지만 '고분양 폭탄'을 하나씩 들고 있는 주변인들, 가령 송도·청라·운정 같이 분양 당시보다 5000만원, 1억씩 떨어져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면서 "선분양제를 하려면 원가공개는 당연히 해야하고, 만약 민간의 분양원가 공개가 어렵다면 후분양제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최근 김 장관을 불러 신도시를 통한 공급물량 확대를 지시했다고 하는데 이 또한 졸속 대책이 될 우려가 크다"면서 "3기 신도시를 급하게 발표해놓고 퇴임할 때까지 입주는 물론 착공도 불가능 할 것 같으니까 또다시 잔머리를 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시지가(경실련 조사 결과 43%)를 두 배 수준으로 올리고 보유세를 강화할 것도 주문했다. 그는 "임대사업자들에게 이미 막대한 종부세 면제 특혜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다주택자 종부세율을 올리더라도 보유세 강화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법인들이 보유한 상가, 빌딩 등은 여전히 공시지가의 시세반영률이 개인보다 낮고, 세율도 낮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참모진에 대한 교체, 부동산 정책 관련 장관 사퇴 등도 촉구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불로소득 주도 성장이 국민에게 막대한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데 김 장관을 비롯해 고위급 공무원들은 반성은커녕 책임회피, 대통령에게 거짓보고를 일삼고 있다"면서 "부동산 대책의 본질을 흐리는 관련 부처의 장관과 다주택 참모들을 전면 교체해야 근본적인 대책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거품은 생길 때 막아야지 그때 막지 못하면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는다"면서 "거품이 생길 때 고통받는 사람은 80%, 꺼질 때 고통받는 사람은 20%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야 할까. 대통령이 스스로 자문하고 냉철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제11회 2020GGG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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