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발효에 페이스북·애플 등 미국 IT기업들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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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0-07-0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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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 [사진=연합뉴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발효로 딜레마에 빠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중국이 홍콩에서의 온라인 활동을 감독하고 규제할 명분이 생긴 만큼 그간 홍콩에서 별다른 제약 없이 사업을 펼쳐온 이들 IT 기업은 엄청난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민주화 세력이 중국 당국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고,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었으나 홍콩보안법의 등장으로 그 기능이 위축될 위기에 처했다.

중국 당국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SNS 계정이나 특정한 표현이 들어간 글을 지우라고 IT 기업에 요구했을 때 이를 따르지 않으면 처벌받을 수 있는 근거가 홍콩보안법에 담겼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 SNS를 애용했던 홍콩인의 발길이 끊어질 게 뻔하다.

지난달 30일 발효한 홍콩보안법은 홍콩에서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에 최고 무기징역 형까지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는 인터넷 감독과 규제를 강화한다는 내용도 담겼는데 중국 본토에서 이 대목은 인터넷에서 정치적인 발언을 제한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WSJ은 설명했다.

샌드라 마르코 콜리노 홍콩중문대학 법학과 교수는 홍콩보안법이 개인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일을 꺼리게 만들고, 이로 인해 홍콩 내 페이스북과 트위터 사용자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자기검열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벌써 포착됐다. 홍콩보안법이 발효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으나 일부 이용자들은 자발적으로 SNS 계정을 지우거나 시위와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 대변인은 "홍콩보안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는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 법이 홍콩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과 애플은 지난해 홍콩에서 반중 시위가 한창일 때 시위와 관련된 애플리케이션(앱)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몸을 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애플은 홍콩 시위대가 경찰 당국의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도록 만든 지도 서비스를 삭제했고, 구글은 홍콩 시위대로 롤플레잉을 하는 게임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특히 애플은 홍콩보안법에 더욱 신중히 접근할 수밖에 없다. 지메일·유튜브 등 대부분의 구글 서비스와 페이스북, 트위터는 중국 당국이 접근을 막아놨지만, 애플의 경우 매출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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