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득표율' 차기 홍콩 행정장관…무너진 국제도시 위상 재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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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2-05-0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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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 2인자 정무사장 존리…행정장관 당선

  • 경찰 출신, 中 지도부 충성스러운 집행인

  • 中 지도부-홍콩 사회 '균형자' 역할 할까

5월 8일 치러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존리 홍콩 정무사장이 99% 득표율로 차기 홍콩 행정장관으로 선출됐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홍콩 경찰 출신의 친중파 인사 존리(리자차오, 李家超) 정무사장이 8일 치러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단독 출마해 예상한 대로 99%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홍콩 회귀 25주년인 7월 1일 취임하는 존리 당선인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반정부 시위, 코로나19 등으로 위기에 빠진 홍콩을 재건하고 국제적 명성을 되찾는 일이다.

하지만 홍콩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 지도부의 '충성스러운 집행관'으로 평가받는 그에겐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국가보안법으로 무너진 홍콩 재건할까
사실 존리 당선인은 그동안 수차례 국경 재개방을 통한 홍콩의 국제적 지위 회복을 강조해왔다.

앞서 5일 국제상공회의소, 중소기업 등 재계와 두 차례 화상회의를 진행한 자리에서도 “국제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을 높임과 동시에, 중국 본토와 세계 각국 도시와의 국경 재개방을 위한 방법을 신중하게 모색하겠다”며 “국경 재개방이 첫째 임무로,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장애물을 제거하겠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이어 “홍콩이 경쟁력을 유지하지 위해서는 경제 활성화가 중요하다"며 “경제 발전과 방역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홍콩 국경 개방으로 인해 홍콩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하는 중국 지도부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존리 당선인이 취임하는 7월 1일은 홍콩 회귀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중국 지도부가 이를 홍콩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 통치 영향력을 과시하고 제로코로나를 선전하는 자리로 이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홍콩 회귀 25주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혹은 최고 지도부 인사가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간 중국 중앙정부는 2020년 홍콩 민주화 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를 강행하고,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홍콩에 대한 통제 고삐를 조여왔다.

이는 아시아 국제 금융도시로서 홍콩의 미래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홍콩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2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는 68계단 하락한 148위로 추락했다. 중앙정부의 통치 강화 속 외국인 인재, 자본 유출이 이어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차기 행정장관 체제에서도 중국은 제로코로나 정책을 당분간 고수하고 홍콩에 대한 통제 고삐를 조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홍콩은 최근에야 비로소 중국 본토보다 코로나 방역 수위를 한층 완화했지만, 여전히 해외 입국자에 한해 7일 격리 조치를 고수하는 등 국경 개방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홍콩대 교수를 역임한 적 있는 마이클 데이비스 인도 OP진달 글로벌대학 국제학 교수는 블룸버그에 "차기 행정장관이 중국 지도부의 국가안보 위협 우려를 달래면서 글로벌 기업과 전문가들의 우려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은 홍콩의 금융, 인권, 공공보건, 법치, 명성보다 국가안보 위협을 우선시하길 원하는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홍콩 첫 경찰 출신 행정수반···中 지도부 '사형집행관'
사실 존리는 홍콩 경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홍콩 행정수반에 오르는 인물이다. 그간 직업관료나 정치인이 번갈아 맡았던 것과 비교된다. 일각서 그가 취임하면 홍콩이 ‘경찰 도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는 배경이다. 

1977년 홍콩 경찰에 입문한 그는 호주 찰스스튜어트대학에서 공공 정책 및 행정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 렁춘잉 전 장관에 의해 정계에 입문해 보안국 부국장을 지낸 데 이어, 캐리람 장관 내각에서 보안국장(장관급) 자리에 올랐다.

특히 2019년 반정부 시위의 시발점이 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추진에 중추 역할을 했다. 이어 2020년 통과된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 때는 강경진압을 주도하며 미국 재무부 제재 대상에도 올랐다.

그의 강경 성향을 높이 평가한 중국 지도부는 지난해 6월 홍콩 이인자인 정무사장(부총리급)으로 승진시키고 사실상 차기 홍콩 행정장관으로 낙점했다.

홍콩의 전 야당 입법회 의원은 블룸버그를 통해 “그는 (중국 지도부의) 요구에 따라 뭐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중국 지도부의 '사형집행관(Executioner)’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존리 당선인은 앞서 친중 인사로 구성된 행정장관 간접 선거인단 1463명 중 786명의 후보 추천서를 선관위에 제출해 당선에 필요한 과반수 지지를 얻으며 일찌감치 당선도 확정지었다. 

8일 오전 치러진 행정장관 선거는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 이날 그는 총 1416표를 얻어 99%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반대표는 8표, 무효표는 4표에 그쳤다. 투표율은 97.74%에 달했다.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은 이날 존리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 "리 후보가 높은 득표율로 행정장관에 당선된 것은 홍콩 사회의 높은 공감과 긍정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여론은 리 당선인이 보안국장 출신에 정무사장을 역임해 경험이 풍부하고, 실행력이 강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과정에서 확고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5월 8일 오전 치러진 홍콩 행정장관 선거 투표함 전경. 이날 존리는 총 1416표를 얻어 99%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반대표는 8표에 그쳤다. 투표율은 97.74%에 달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수차례 '단결' 강조···中 지도부-홍콩 사회 '균형자' 역할 할까
그래도 정·재계에는 그가 중국 지도부를 향한 충성과 홍콩의 발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할 것이란 기대감도 존재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를 사석에서 만난 은행가, 외교관, 정계 인사들은 리 당선인이 위기에 빠진 홍콩에 대한 재계 우려를 적극 수용했다며, 중국 지도부의 국가 안보 위협과 관련한 입장을 따르면서도 캐리 현 행정장관보다는 더욱 타인의 의견을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홍콩 주재 한 외교관은 수차례 회의석상에서 마주했던 리 당선인을 '젠틀맨(신사)'으로 묘사하며 자신의 의견을 균형 있게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상장기업인 CMGE 테크놀러지그룹 헨드릭 신 창업주는 존리가 재계나 부동산재벌과 긴밀하게 얽혀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공정할 수 있으며, 이는 거대한 도전에 맞서 서로 다른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홍콩엔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7일 선거 전날 유세전에서도 리 당선인은 "나와 우리(我和我们)"란 단어를 수차례 입에 올리며 홍콩 사회 단결을 강조했다. 그는 "행정장관과 정부가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고 사회 각계 역량을 결집할 것이며, 시민들을 위한 실천형 정부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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