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의 자만감이 회고록 원천"…"국익이 아닌 개인 위한 것" 비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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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06-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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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인이 젤 똑똑한 줄 알아"…오만하게 외교기밀 폭로

  • 나바로 "리벤지 포르노 같아…징역형 처해질 수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워싱턴 정가를 강타했다. 회고록 형식으로 쓰여진 <그것이 일어난 방>은 예정된 대로 23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공식적으로 판매에 들어갔다.

지난 21일부터 내용의 일부가 노출됐던 책이 일으킨 반향은 엄청나다. CNN은 "볼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더러운 작은 비밀들을 드러냈다"고 22일 보도했다. 외교 기밀로 분류될 수 있는 내용까지 담고 있는 이번 회고록은 미국 정부는 물론 외교 상대국들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고 미국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비상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가의 반응은 적대적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민주당 의원들까지 볼턴이 회고록을 낸 목적은 자신의 이익 때문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회고록을 내놓은 뒤 볼턴 전 보좌관은 모든 이들을 자신의 적으로 돌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유엔은 없다던 초강경 매파···북한 등 정권교체 지지자

지난 2018년 3월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될 당시부터 볼턴은 논란의 인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강경 매파이자 ‘전쟁광’으로 불리는 볼턴을 선택하면서 한반도는 물론 중동의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볼턴은 지난 1994년 연설에서 "유엔(UN)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국제공동체는 미국이라는 유일한 힘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다"라고 주장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때문에 조지 W. 부시 전대통령 재임 당시 주유엔미국대사로 발탁됐을 때 "가장 논란이 많은 유엔대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볼턴은 이란, 시리아, 리비아, 베네수엘라, 쿠바, 예멘 등과 북한 정권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이 이들 지역의 정권 교체에 개입해야 한다고 보는 인물이다. 

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될 당시 영국 BBC는 "볼턴은 북한에 대한 예방적 선제공격은 정당하다고 볼 뿐만 아니라, 이란 폭격도 용인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대부분의 이들이 이라크 전쟁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당시 선택이 옳았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볼턴 임명 당시 백악관은 당시 "많은 평론가가 존 볼턴을 NSC의 보좌관으로 임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위험한 세계에서 발생하는 도전들에 맞서고, 전임자인 맥매스터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데 동의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인사 난맥상을 겪었던 백악관은 볼턴을 선택하면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싶어했다고 CNN 등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백악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사설이 "볼턴의 임명은 견고하고도 노련한 선택이며, 그의 첫 번째 임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을 준비하는 일이 될 것이다. 북한은 이제 미국에 엄포를 놓는 것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한 내용을 전했다.

USA 투데이는 "존 볼턴은 외교에 있어서 마침내 도널드 트럼프를 도널드 트럼프답게 만든 선택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중국과 더 나은 무역협상을 맺으면서 동시에 중국이 북한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게 하고 핵무기를 포기하게 만든다면 그는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를 수도 있다. 트럼프가 이것을 달성하도록 폼페이오와 볼턴이 도울 것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오만한 볼턴 모든 이들을 깔봐"···"국익보다는 인세에 관심"

그러나 결국 지나치게 강경한 볼턴의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그는 기용된 지 17개월 만에 백악관을 떠나게 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볼턴 해임 사실을 공지했으며, 갑작스러운 경질에 볼턴이 앙심을 품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오만한 볼턴의 성품이 이번 회고록을 내게 한 원천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공화당 3인자인 존 바라소 상원의원은 "존 볼턴과 만날 때마다, 그는 자신이 그 자리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는 자신이 대통령, 하원의장, 대법원장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볼턴은 회고록 속에서 미국의 민감한 외교 문제들에 대해 일일이 평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가 얼마나 수준 미달인지 폭로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공화당의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은 "누군가 자신이 총사령관(commander in chief)으로 선임됐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해온 민주당조차도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볼턴 전 보좌관의 출판에 대해 "애국보다 인세를 택했다"고 지적했다. 셰러드 브라운 상원의원과 크리스 머피 의원 역시 볼턴이 책을 낸 이유는 국익이 아닌 '인세'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볼턴 전 보좌관의 행보를 두고 "리벤지 포르노와 같다"면서 "볼턴은 부시 전 행정부에서도 이라크 관련 거짓말을 해 전쟁을 벌이는 데 기여한 뒤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후 남겨진 이들을 비난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도의 기밀 정보를 방대한 책 전체에 뿌려놓았다"면서 "그는 인세로 인한 이익을 얻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징역형에 처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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