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탁월한 선택에서 또라이까지…워싱턴에 폭탄 터뜨린 볼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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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06-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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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고록 민감한 내용들에 논란 지속…트럼프 "책 내용 거짓말 수정해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떨어뜨린 폭탄에 미국 정가가 뒤숭숭하다.

미국 외교·안보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았던 인사가 대통령 임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각종 폭로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3일(이하 현지시간) 정식 발매를 앞둔 '그 일이 있었던 방'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얼마나 강력한 폭발력을 자랑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시에 볼턴 전 보좌관의 성향과 주변의 평가에 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EPA·연합뉴스]




◆'대통령의 탁월한 선택'에서 또라이까지

지난 2018년 3월 26일 (이하 현지시간)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에는 '존 볼턴 보좌관 내정자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라는 제목의 문서가 올라왔다.

백악관은 당시 "많은 평론가가 존 볼턴을 NSC의 보좌관으로 임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위험한 세계에서 발생하는 도전들에 맞서고, 전임자인 맥매스터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데 동의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볼턴 전 보좌관이 새롭게 발탁될 당시 긍정적 평가도 적지 않았다.

백악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사설이 "볼턴의 임명은 견고하고도 노련한 선택이며, 그의 첫 번째 임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을 준비하는 일이 될 것이다. 북한은 이제 미국에 엄포를 놓는 것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한 내용을 전했다.

톰 카번 전 오클라호마 상원의원이 USA 투데이에 기고한 글에서 "볼턴의 지명은 역사 속에서 얻은 교훈을 반영한 선택으로 보인다. 볼턴 지명은 미국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서 직면한 위험을 크게 줄일 것이다"라고 칭찬한 내용을 발췌하기도 했다.

USA 투데이는 "존 볼턴은 외교에 있어서 마침내 도널드 트럼프를 도널드 트럼프답게 만든 선택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중국과 더 나은 무역협상을 맺으면서 동시에 중국이 북한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게 하고 핵무기를 포기하게 만든다면 그는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를 수도 있다. 트럼프가 이것을 달성하도록 폼페이와 볼턴이 도울 것이다"라고 평가한 것도 실었다.

볼턴의 성향이 지나치게 매파적이며 위험하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일부 언론에서 그의 정치적 성향을 두둔한 내용도 발췌해 실었다. 보수논객인 데이비드 프렌치는 내셔날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존 볼턴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세계가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볼턴이 보수적 매파인 것은 맞지만, 정확하게는 보수적 외교정책의 주류에 속해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슨은 “나는 볼턴에게 동의하는 지점도 있고 반대라는 것도 있다. 그러나 유엔에 있어서 그는 항상 옳았다. 백악관에 그가 입성하는 것은 유엔을 겁먹게 하고 실질적으로 개혁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정가의 대표적 매파···트럼프는 회고록 맹렬 비난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 정가에서 대표적인 매파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에 입성하기 전까지 볼턴 전 보좌관은 2005년 8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주유엔미국대표부 대사를 맡았다. 앞서 2001년 5월부터 2005년 5월까지 무려 4년간 미국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을 맡기도 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신보수주의자 중 하나로 불리는 볼턴은 이라크 전쟁을 옹호하는 등 미국의 입장에서 문제가 있는 국가들에 대한 강경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 행정부 입성 후에도 중동 문제에 있어 미국이 강력히 대응할 것을 주장했으며, 이란과의 핵 합의를 탈퇴해야 한다고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은 미국의 대미 정책에 있어 이란, 시리아, 리비아, 베네수엘라, 쿠바, 예멘 등과 북한 정권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 지역의 정권 교체를 지지해왔다. 볼턴의 이런 시각은 이번 회고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볼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정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보여주었다.

미국 정가에서는 볼턴 전 보좌관의 발탁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수적 외교 정책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방향은 대북 정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예상외로 볼턴 전 보좌관과 충돌했다.

최근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이 나온 뒤 양측의 갈등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존 볼턴은 또라이(wacko)로 여겨졌고, 호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상원의 인준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이었다며 "나는 존 볼턴에게 기회를 줬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나는 항상 다른 관점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며 "그는 대단히 무능하고 거짓말쟁이로 판명됐다. 판사의 의견을 보라. 기밀 정보!"라고 회고록이 민감한 외교적 내용을 폭로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백악관은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서 한반도 관련 내용을 포함해 400곳 이상의 수정과 삭제를 요구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17쪽짜리 서류에서 백악관은 570쪽에 달하는 볼턴의 책 내용 중 415곳가량의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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