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면세점 굴기' 박차... 한국 추월은 '시간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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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0-06-18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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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국인 대상 면세 한도 늘리고... 사업 허가증 발급량도 늘어나

  • 2025년 중국 면세시장 1160억 위안으로 급성장 전망

  • 韓 면세점, 따이궁 영향력 커... "대책 마련 우려 커진다"

“면세 쇼핑 한도가 1인당 연간 10만 위안(약 1700만원)으로 늘어나서 너무 좋습니다. 면세점에서 파는 화장품을 3만 위안 한도 내에서 사기엔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론 한층 편한 쇼핑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 최남단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에 위치한 세계 최대 시내 면세점 싼야국제면세성(CDF몰) 에스티로더 매장 앞에 줄을 서 있던 왕씨는 지난 15일 중국 매체 펑파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CDF몰은 처음 방문하는데, 시간이 아깝지 않다”며 “가격도 저렴하고 브랜드도 다양하고 규모도 커서 쇼핑이 매우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CDF몰에는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 해외 명품 브랜드 등 인기 매장은 길게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였다. 코로나19의 확산 공포가 여전한데도 이처럼 대규모 인원이 면세점에 몰린 이유는 최근 중국 당국이 하이난성의 면세 한도를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다.

◆中 하이난 면세한도 3배 이상 늘려··· '면세점 굴기' 본격화

중국 정부는 지난 1일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총체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엔 하이난을 방문한 내국인 1인당 면세품 구매 한도를 연간 3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으로 3배 이상 늘린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이난은 중국이 2011년 국가면세지구로 지정해 이곳을 방문한 내국인도 면세품을 살 수 있다.

이는 올 들어 나온 두 번째 하이난 면세점 지원 정책이다. 앞서 당국은 지난 4월 하이난성을 방문한 내국인이 본토로 복귀한 후 180일간 3만 위안 한도에서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를 살리려는 소비 지원책이었다.

또 이는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면세점 사업 육성 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사실 중국은 한국과 일본 등으로 외화가 반출되는 걸 막기 위해 ‘면세점 굴기(掘起)’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난의 면세 한도를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는데, 2011년 5000위안에 불과했던 한도는 2012년 8000위안, 2016년 1만6000위안, 2018년 3만 위안으로 늘어났다.

면세 품목도 액세서리·공예품·손목시계·향수 등 18개 품종에서 2015년 38개로 늘렸고, 2018년에는 일부 가정용 의료기기 상품을 추가했다. 면세 정책에 적용되는 대상 범위도 늘렸다. 애초 여객기 이용객에만 국한됐지만 열차, 여객선을 이용한 관광객도 포함됐다.

덕분에 하이난성에서 면세 쇼핑을 즐기는 관광객도 8년 만에 8배 가까이 급증했다.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하이난 면세 쇼핑 이용객 수가 연인원 50만명에서 384만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올해 2~3월에도 하이난성 내 면세점 네 곳의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80% 수준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여기에 이번 면세 한도 증액 정책까지 더해지면 앞으로 하이난 면세 시장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정책 발표 이후 하이난에서는 성장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펑파이는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CDF몰 관계자는 “아직 해당 정책이 공식적으로 시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면세점을 방문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향후 세일 행사까지 더해지면 방문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난성 싼야의 한 호텔 관계자도 "6월 말 하이난성 싼야 내 호텔 예약률이 6월 초보다 20% 늘었다”며 “면세점 쇼핑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예약자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이난성의 초대형 시내면세점인 '싼야국제면세성'. [연합뉴스] 

◆베이징 시내 면세점도 2곳으로 늘어나··· 면세 시장 폭발적 성장 전망

중국 베이징 시내에 중국인 대상 면세점도 2곳으로 늘었다. 재정부가 중국의 대형 백화점 기업인 왕푸징(王府井)그룹에 면세점 사업 허가를 내주면서다.

왕푸징그룹은 앞서 10일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중국 재정부로부터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왕푸징그룹은 베이징백화점을 비롯해 중국 전역 33개 도시에서 50개가 넘는 백화점과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이다.

왕푸징그룹이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면서, 중국인들이 베이징 시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면세점은 두 곳으로 확대된다. 해외에서 중국으로 돌아온 지 180일이 안 된 중국인들은 시내 면세점에서 최대 5000위안까지 면세 쇼핑이 가능하다.

현재 왕푸징그룹을 포함해 중국에서 재정부가 부여한 면세점 사업권을 가진 기업은 단 8곳뿐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당국의 면세점 사업 확대 정책에 따라 그 수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광둥성 광저우에서도 첫번째 시내 면세점 설립을 위한 승인 절차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의 면세 굴기 행보는 올 들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 4월 상무부는 "내수 소비 촉진 계획의 일환으로 면세 정책을 합리화하고 공항과 시내 면세점 수가 늘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해외 지출을 막고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국 소매업계를 부활시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또 앞으로 중국 정부가 면세사업을 중점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중국 면세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면세 업계 전문 매체인 무디데이비드리포트에 따르면 이미 중국의 면세 시장 성장세는 가파르다. 2017년 세계면세점 업계 랭킹 8위이던 차이나듀티프리그룹(CDFG)은 1년 만에 4단계 뛴 세계 4위로 올라섰고, 올해에는 최소한 세계 3위권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톈펑증권 보고서도 중국의 면세 시장 규모가 2015년 281억5000만 위안에서 2018년 395억 위안으로 성장했다고 집계했다. 그러면서 향후 5년 뒤인 2025년 중국의 면세시장은 1160억 위안 수준으로 폭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이궁 뺏길라"··· 韓 면세업계 우려도 커져

중국 면세 시장이 성장할수록 한국의 우려는 커진다. 국내 면세점의 ‘큰손’인 대리구매 보따리상 '다이궁(代工·대리구매상)'을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글로벌 면세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글로벌 면세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2.3%을 기록했는데, 이는 6년째 1위를 지킨 것이다. 무디데이비드리포트가 발표한 세계 면세점 매출 순위에서도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상위 '톱3'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었다.

이 같은 성적을 이룬 데는 다이궁의 영향이 크다. 한국 면세 시장에서 다이궁의 영향력은 코로나19 사태가 극심했던 지난 3월 극명히 드러난 바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58개 면세점 전체의 매출은 1조873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타격에도 매출 1조원을 지켜낸 건 다이궁 1인당 구매액수가 크게 늘어나면서였다.

지난 2월 관세청이 외국인의 면세점 물건 구입 제한을 풀자, 다이궁의 1인당 매입량이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1인당 평균 구매액은 1월 약 105만원에서 3월 409만원으로 두 달 만에 4배 가까이 뛰었다. 당시 면세점협회 측은 “한국 입국제한 조치 등을 우려한 다이궁이 선제적으로 매입을 늘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통계에서도 다이궁의 해외 면세점 이용률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국인들은 해외에서 면세품을 1800억 위안어치 이상 사들였다. 그런데 같은 기간 중국 내에서 구매한 면세품 규모는 400억 위안에 불과했다. 중국 국내와 해외 면세점 이용 규모가 무려 4배 이상 차이 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면세업계도 중국의 성장에 대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면세점의 매출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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