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스페셜 칼럼] 홍콩발 홍수, 세계 경제 덮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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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입력 2020-06-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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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별들이 소근대는 홍콩의 밤거리’ 1954년 발표된 故 금사향님의 ‘홍콩아가씨’는 지금까지도 대중 속에 익숙한 이 노랫말을 남긴 곡이다. 꽃을 파는 아가씨의 모습을 표현한 이 노래는 아름다운 홍콩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지만, 이제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시위의 모습만 남아 있고, 국민과 기업은 홍콩을 떠나고 있다.

홍콩 보안법의 경제 충격

2019년에도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추진에 대한 반발로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고, 경제가 급격히 침체 되었다. 2020년 들어 경제가 겨우 회복되는 듯하다가 코로나19 충격으로 더블 딥(double dip)을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는 ‘국가보안법(보안법)’을 표결에 통과시켰고, 미중 무역전쟁의 요충지가 되고 있다.

2018년까지 홍콩은 3%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경제환경 아래에 있었다. 2019년 홍콩 경제는 –1.2%로 침체 되었고, 2020년 –5.5%로 이중침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IMF는 내수 경제를 반증하듯 보여주는 실업률 지표도 2019년 3.0%에서 2020년 4.5%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홍콩 경제 침체, 과연 한국경제에 미동이나 줄까?

홍콩은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 단적인 증거는 홍콩이 한국의 수출대상국 4위 국가라는 사실이다.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서 4번째로 중요한 수출대상국이고, 일본보다도 대외거래 규모가 크다. 2019년 한국은 홍콩에 319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냈고, 이는 전체 수출의 5.9%나 차지한다. 홍콩은 민주화 시위 이전인 2018년까지만 해도 한국 총 수출액의 7.6%나 차지했다. 2014년 이후로 줄곧 일본 수출액을 초과하고 있다.


 

 


또 한 가지 드는 의문은 ‘그렇게 작은 나라에 왜 이렇게 많이 수출하는가?’다. 홍콩은 중계무역의 거점이기 때문이다. 홍콩은 총수입의 89%를 재수출하는 나라다. 특히, 홍콩은 수입액의 50%가량을 중국으로 재수출하고 있다. 주요국들의 대중국 수출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전략적 가치가 높다.

한국의 경우 홍콩 수출액의 114.1%가 재수출되고 있다. 재수출 비중이 100%를 초과하는 이유는 하역료, 보관비용, 중개 수수료 등의 마크업(Mark-up) 비용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으로 향하는 재수출이 98.1%를 차지하는 만큼 압도적이다. 홍콩은 중국과의 접근성이라는 장점 외에도 특별무역 지위로 법인세가 낮고, 부가가치세 환급과 같은 절세혜택이 있다. 그뿐 아니라 환율이 안정적이고, 결제통화도 편리하며, 금융·항만·항공과 같은 국제금융 및 물류 허브로서의 이점을 지닌다.


 

[김광석]




홍콩 엑소더스(Exodus, 대탈출)

홍콩이 정치·경제·안보·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짐에 따라 국민들이 나라를 떠나고 있다. 국민들은 시위와 행진을 이어가고, 당국은 이를 저지하고 체포하고 있다.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영국령 시대의 법과 제도가 거의 유지되고 있을 만큼, 중국은 홍콩에 자치권을 보장해 왔다. 그러나 홍콩 보안법 제정으로 자치권이 상실됨에 따라, 국민들은 불안정한 나라를 떠나 이탈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부터 대탈출이 시작되었다고 판단된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의 이탈이다.

홍콩 보안법이 2020년 6월 혹은 8월 중 입법 절차가 완료될 경우, 미국은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할 것이다. 기업들은 세제 부담 및 물류비용 등의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도록 기업들의 이탈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을 경유하는 것이 중국에 직접 수출하는 것보다 유리했지만, 이제 기업들의 수출 전선에 차질이 생기게 된 것이다.

홍콩에 점유했던 세계 주요 기업들의 현지 법인들이 이탈을 시작할 전망이다. 2020년 현재 한국의 10대 그룹 해외 법인이 약 545개사에 이르는데, 이 중 홍콩 법인이 83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기업들이 더이상 홍콩에 머물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결국, 홍콩 국민들의 이동도 가속화될 것이다. 이미 대만 정부는 홍콩 국민들의 대만 이주를 지원할 방침을 마련하고 있고, 영국도 30만여 명의 시민권 취득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라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이 홍콩을 두고 어떻게 싸움을 이어갈지,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상황에 맞게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 해야 한다. 먼저, 미국이 홍콩에 경제 제재를 강화해 나갈 경우다. 이 경우 홍콩을 재수출을 위한 중계무역국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진다. 기업들의 수출 전략에 차질이 생기고, 홍콩을 경유하지 않는 직수출로 전환할 경우 비용이 가중된다. 대체 해운 및 항공운송편 확보와 같은 단기적 차질도 예상된다. 이러한 기업들의 차질과 혼선을 줄일 수 있는 정책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홍콩의 금융 및 물류허브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대응도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이 강대강으로 대치할 경우, 홍콩은 중계무역 기지로서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다. 중국의 종합계획 상에는 이미 하이난 자유무역항을 건설해 홍콩을 대체할 허브를 마련하고자 하는 구상을 담았다. 하이난 국제 경제개발국(Hainan International Economic Development Bureau)은 투자와 교역을 촉진하고, 자본과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자유롭게 할 계획이다. 재수출 거점의 변화와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나가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홍콩을 떠나는 기업들을 한국으로 유인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경제자유구역을 혁신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세제 환경과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보장하고, 우수 인력들에게 매력 있는 정주 여건을 조성하는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 국내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R&D 집적단지를 구축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홍콩 이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한국 현지 법인들도 국내로 리쇼어링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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