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습지보호지역 훼손하는 ‘수도권 제2순환선 안산~인천’ 노선으로 국제 망신, 정책불신 자초 말라!…송도 습지보호지역•람사르습지 보전 인천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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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서 기자
입력 2020-06-0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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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부 노선안 전면 재검토는 물론 습지·철새 보호 위한 중앙·지방정부 정책을 명확히 천명하라.

※본 성명서는 해당단체의 일방적인 의견으로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 있습니다.
 

 



람사르협약을 통해 국제적으로 지키겠다고 약속한 갯벌, 개발 일변도였던 인천시가 그나마 남겨놓고 지정했던 습지보호구역, 그리고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사무국(EAAFP) 지정 보호습지(Flyway Network Site, FNS)인 곳이 정부의 도로 건설계획으로 인해 훼손의 위기에 놓였다.

검은머리갈매기는 물론 저어새 등 세계적인 멸종위기 철새가 삶터로부터 쫓겨날 처지다. 일부 갯벌도 사라질 것이다. 저서생물종과 개체수에 영향이 미칠 것이다. 그 대신 우리는 ‘도로’라고 하는 인공 시설물을 얻을 것이다. 국제적인 약속을 저버린 망신을 물론 생태자원 보호정책에서의 국내·외 신뢰성에서도 크게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제2순환선 안산~인천 구간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 공고를 냈다. 이어 6월 2일부터 시흥을 시작으로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도로계획은 앞의 설명처럼 람사르습지 등 3가지의 보호장치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오던 송도갯벌을 관통하고 있다. 그간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고민했다는 국토교통부는 정작 갯벌을 훼손하지 않는 노선안이 있음에도 가장 넓은 면적의 갯벌을 훼손하는 노선안을 밀어부칠 모양새다.

나아가 이번 초안이 실질적인 입지조건, 노선선정 등에 결정적인 토대가 됨에도 정작 초안임을 빙자해 도로의 건설로 나타날 생태적 파괴와 피해에 대한 심도 깊은 파악도, 대처방안이나 대안도 제대로 담지 않고 있음에 경악할 정도다.

수도권 제2순환선 안산~인천 도로 건설은 약 1조 7억원을 투입해 인천광역시 중구 신흥동에서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을 잇는 19.8km 길이의 고속도로 계획으로 오는 2029년 완공 목표를 두고 있다. 이번에 공고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는 5개 노선이 제시되었다. 4가지 노선안은 교량으로 잇는 방식, 나머지 1가지는 해저터널로 제시되었으나, 국토교통부는 최종적으로 가장 넓은 면적의 갯벌을 훼손하는 1안으로 선정했다.

2000년 초부터 매립이 시작된 송도갯벌은 끄트머리 짜투리 땅을 남겨놓고 습지보호구역 지정(2009년. 인천광역시)과 람사르습지(2014년. 인천광역시)로 인증받았다. 인증 당시 람사르사무국은 갯벌 매립을 우려하며 보호지역 확대, 보전계획수립 등을 전제로 하였다.

뒤늦은 아쉬움이지만 수도권 제2순환선 안산~인천 도로는 송도 매립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가 가능한 사업이었다. 매립지 일부를 도로로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립이 완료된 후 어쩔 수 없이 갯벌 위로 도로를 놓겠다는 발상에 어이가 없다.

또 인근 아파트의 건설을 충분히 예견, 별도의 대안을 택할 수 있었지만 인천경제청과 인천시는 오로지 부동산개발에만 몰두하고 말았다. 이제 똑같은 실수와 정책적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도시개발과 환경보호 정책당국의 태도전환이 매우 필요한 순간이다.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파국을 바라보는 지금, 생물다양성은 물론 생태자원의 보호와 습지의 중요성이 하루가 다르게 강조되는 국제적 추세이다. 기나긴 개발과 훼손의 역사 속에 얼마 남지 않은 우리나라의 갯벌에서 송도갯벌이 차지하는 생태적 중요성은 말이 필요 없을 지경이다. 송도갯벌은 Blue Carbon의 원천으로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생태자원이다.

여기에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각종 물새와 철새를 부양하는 습지로서 국제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실제로 멸종위기종 2급인 검은머리갈매기의 경우 전 세계 15,000개체 중 90% 이상이 송도9공구를 중심으로 서식하며 그 주변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초안의 내용은 물론 국토교통부의 추진방식에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국토교통부는 국내법인 습지보전법과 국제적 약속인 람사르협약, EAAFP-FNS를 무력화시키는 도로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국토교통부는 주민설명회를 서두를 것이 아니라 국제기구와 전문가, 환경단체 등의 시민사회단체와의 소통과 숙의에 즉각 나서야 한다. 국내 환경정책의 총괄 부처인 환경부 그리고 연안습지보호구역을 관리하는 해양수산부와 더불어 인천광역시 역시 명확한 입장뿐만 아니라 갯벌과 철새 보호에 대한 정책 의지를 확고히 표명해야 한다.

만약 국토교통부가 기존 선정안으로 도로건설을 강행하려면 합당한 이유와 함께 람사르 사무국에 송도갯벌 람사르 인증 취소와 습지보전법에 의한 습지보호지역 해지를 우선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보호지역지정과 람사르습지 등록이 국민기만, 국제사기극이었음을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그 책임을 묻기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20년 6월 1일

송도 습지보호지역•람사르습지 보전 인천대책위원회

◆ 참여단체
가톨릭환경연대, 강화도시민연대, 노동희망발전소, 스페이스 빔, 생명평화포럼, 생태교육센터 이랑, 시민과대안, 약손을가진사람들, 인천녹색연합,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인천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인천야생조류연구회,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천저어새네트워크, 인천환경운동연합, 저어새섬사람들, 저어새와친구들, 청솔의집, 평등세상을향한밥집, 한국사회구조연구모임 네모회, 함께걷는길벗회, 환경과생명을지키는인천교사모임, 희망을만드는마을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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