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유산] ②팬덤의 시초…‘영원한 우군’과 ‘국론 분열’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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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0-05-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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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발적 시민 참여 모델 제시…국론 분열·좌우 이념갈등 부작용도

  • ‘조국 사태’ 겪으며 변질…당 주요 의사결정에 막강 영향력 행사

정치인에게 자신의 지지 모임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최근 10여년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생활화되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통 방식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른바 ‘노사모’의 활약으로 발전된다.

노사모는 노 전 대통령이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노사모 회원들의 열성적인 지지는 ‘노무현 열풍’을 이끌며, 선거운동 막판까지 지지율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밀렸던 노 후보를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

노사모는 노 전 대통령 재임기간 중에도, 퇴임 후인 2009년 검찰조사 국면에서도 변함 없는 지지를 보냈다.

국내 정치사의 팬덤 문화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노사모는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며 재조명된 바 있다.

지난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은 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노사모 등 지지지자 80여명의 인터뷰를 통해 ‘노무현 정신’을 되새겼다.

영화는 1980년대 후반에 정치권에 등장해 총선 때 서울 종로 지역구를 버리고 부산에 출마했다가 낙선하는 일, 대통령 후보 경선과 대선에서의 노사모들을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젠틀재인’, ‘문사모’, ‘문풍지대’ 등 다양한 팬클럽을 통해 많은 지지를 받아왔다.

노사모로 시작된 팬클럽 정치는 국민 소통과 시민 참여의 순기능도 있지만,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

소위 ‘노빠’, ‘문빠’라는 부정적인 신조어를 파생시키며 각종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참여와 함께 반대 진영에 대한 격렬한 비판을 수반하며 국론 분열의 부작용도 동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에서 이 같은 현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 교수는 “촛불집회 덕분에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소비자 운동의 수준에나마 상응하는 ‘상도덕’을 지켰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하며 “그(문 대통령)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끝장내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국 사태’를 거론하며 “문재인이 생각을 바꾸지 않자, 지지자들은 조국 사태를 ‘문재인 사태’로 인식하고 문재인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 희대의 ‘국론 분열 전쟁’에 참전한 것”이고 규정했다.

이어 “조국이 사퇴했지만, 문재인은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조국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드러냄으로써 제2차 국론 분열 전쟁의 불씨를 던졌다”면서 “최소한의 상도덕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적었다.

극렬 지지자들의 민주당 당대표 경선이나 조국 사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처리 과정에서 ‘소신 행보’를 보였던 금태섭 민주당 의원의 총선 경선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당 안팎에선 금 의원의 낙마는 전국적으로 약 7만명, 지역구별로 500∼1000명씩 분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현역 의원을 포함한 총선 후보들의 당락까지 결정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노무현사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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