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 전 전주법원장 “양승태 사법부, 강제징용 사건에 외교부 의견 반영 검토하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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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04-1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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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부가 강제징용 사건 대법원 최종 판결에 외교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규정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자 전 전주지방법원장의 법정증언이어서 무게가 사뭇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승 전 전주지방법원장은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이 강제징용사건에 대해 외교부가 의견을 내고 싶어한다고 말하며 외교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규정을 검토하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이를 위해 김종복 전 사법정책실 심의관에게 관련 업무를 지시했고 외교부 의견을 반영한 보고서를 받았다”며 “이후 박 전 처장께서 대법원 규칙을 변경해서 만들어 해보자라는 취지로 말한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이 외교부의 의견을 강제징용 사건 재판부에 전달해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고 이후 대법원 규칙인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참고인 의견제출 제도’를 도입했다고 보고 있다.

이 제도는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참고인들도 재판부에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공익적인 목적에 한해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의견서를 제출 가능 하도록 규정한다.

검찰은 이 제도에 대해 “처음에는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후 “공익적인 목적이 있는 경우”로 바뀌었다“며 ”왜 대법원 규정을 고치는 것에 입법예고를 하지 않았는지 질문했다. 이 제도를 급하게 도입해야할 필요가 있는지를 물은 것.

이에 한 전 법원장은“헌법재판소 규정과 외국 사례 등을 참고해 만든 제도”라며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본질적인 내용이 변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입법예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2년 5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들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듬해 서울고등법원에서는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 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대법원에서는 5년이 넘도록 이 사건에 대한 선고가 나오지 않았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일본 정부와 추진 중이던 위안부 문제 합의 타결을 위해 강제징용 재판 진행을 최대한 늦추도록 법원에 요청했다는 의혹이 있다. 정부가 일본과 위안부 문제 합의를 위해 협상을 진행하던 상황에서 합의전에 강제징용 재판 결과가 나오면 협상이 틀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에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 도입 등에 도움을 받는 대신 강제징용 재판을 미루거나 외교부의 의견서 등을 받아 이 사건 판단을 대법원 전원 합의체의 결정으로 바꾸려고 하는 등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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