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마진콜 ‘쓴 맛’ 증권사들 차입한도 증액 러시

양성모 기자입력 : 2020-04-08 18:00
증권사들이 단기차입한도 규모를 잇따라 늘리고 있다. 지난 3월 주가연계증권(ELS)을 발행한 증권사들이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청으로 단기자금 경색이 발생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지난 7일 한국금융지주는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의 당좌차월 한도를 기존 4850억원에서 9850억원으로 5000억원 증액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의 단기차입금 한도액은 7조8850억원에서 8조3850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단기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시 효과적 대응을 위해 선제적으로 당좌차월 한도를 증액했다”고 밝혔다.

메리츠금융지주도 자회사인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의 기업어음 한도를 2조5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1조원 늘렸고, 기타 차입금 한도액도 1조원을 늘려 3조5000억원 수준으로 규모를 키웠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안정적인 자금운영을 위해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발행한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달 31일 유동성 추가 보강을 목적으로 금융기관의 차입한도를 신규 설정했다. 규모는 2조원이다.

삼성증권도 지난달 20일 단기자금 조달 여력 확보를 위해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전자단기사채와 기업어음 발행한도를 증액했다. 기업어음은 기존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전자단기사채는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렸다. 삼성증권은 “단기 자금조달 여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전자단기사채 및 기업어음 발행한도 증액”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7일 하이투자증권도 유동성 추가 보강을 목적으로 전자단기사채 발행 한도를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기업어음 발행 한도를 4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증액 설정했다. 같은 달 26일에도 증권금융 담보금융지원 대출 한도를 3000억원에서 3500억원으로 늘렸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영업지원 차원에서 한도를 늘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단기차입 한도액 증액은 지난달 코로나19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지수형 ELS에서 약 3조원 규모의 마진콜이 발생한 게 이유다. 당시 증권사들은 증거금을 채우기 위해 보유중이던 현금성 자산과 채권 등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며 급한 불을 끈 바 있다.

이번 ELS 사태는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국내 증권사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로 이어졌다. 무디스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증권사들의 수익성, 유동성을 압박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등급 하향 조정 검토에 착수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최근 ELS 돌발변수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면서 “자금 조달 여력을 키워 위기에 대응하고, 주식담보대출 등 영업의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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