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 후순위채 2조2240억 자본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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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03-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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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개 은행 과거 발행 11조1200억 규모

  • 잔존만기 5년차부터 매년 20%씩 차감

  • 자금시장 경색 후순위채 발행 어려워

과거 은행이 후순위채를 발행해 모은 2조2240억원이 올해 자본인정액에서 제외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돼 후순위채 발행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0일 은행권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개 은행이 과거 발행한 11조1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의 잔존만기가 5년 이하로 낮아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해 은행들의 보완자본이 2조2240억원만큼 차감될 전망이다.

현행 은행업감독규정에서는 후순위채무액을 은행 가용자본의 한 종류인 보완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후순위채무는 잔존만기 5년차부터 매년 20%씩 자본인정액이 차감된다.

예컨대 10년물 후순위채는 발행 5년까지는 발행액 전부를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나, 6년에 접어드는 시점부터 매년 20%씩 줄어 결국 0%가 되는 식이다. 이는 만기 시점에서 자본인정액이 전액 차감될 경우 은행의 건전성이 너무 큰 폭으로 급변할 수 있기에 적용된 조치다.

 

[사진=금융투자협회]

개별 은행을 살펴보면 하나은행은 2011~2013년 여러 차례 발행한 후순위채 규모가 큰 탓에 올해 6180억원의 자본인정액이 차감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4300억원, 국민은행 4200억원, 신한은행도 3800억원의 자본이 줄어들게 된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은행이 자본인정액 차감 규모가 1400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대구은행과 경남은행이 각각 600억원, 광주은행이 380억원, 전북은행이 200억원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평상시라면 은행이 자본 차감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차감되는 만큼 새로운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돼 은행 후순위채마저 발행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4일 발행된 하나은행의 후순위채는 3000억원 규모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270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하나은행은 이번 후순위채 발행에서 미달액 300억원과 추가 발행액 500억원 등 총 800억원을 주관사 및 인수단에 넘겨 당장 자본조달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 같은 미달 사태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은행 후순위채 발행을 원하는 주관사와 인수단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탓에 대부분 기관투자자들이 현금이나 달러만 찾으면서 조금이라도 위험 가능성이 있는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는 평가다.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꼽혀왔던 은행 후순위채에도 여지없이 이 같은 심리가 적용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금융권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의 심리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은행들의 자본 확충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후순위채는 저렴한 비용으로 보완자본을 확충할 수 있어 은행들의 사랑을 받아온 수단"이라며 "후순위채 발행이 어려워질 경우 자본 확충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KEB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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