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유족 “누구 소행인지 말해달라”…文 “정부 입장 바뀐 적 없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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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0-03-2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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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임 후 처음으로 김정숙 여사와 ‘제5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참석

  • “내년 전상수당 632억원, 5배 인상…“국가유공자 추가보상책 마련”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분향하던 중 유가족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청자(76) 여사가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을 막아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윤 여사는 ‘천안함 46용사’ 고(故) 민평기 상사 모친으로,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으로 막내 아들인 민 상사를 떠나보냈다.

비옷을 입은 윤 여사는 이날 “대통령님, 대통령님,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윤 여사는 “여태까지 누구 소행이라고 진실로 확인된 적이 없다”면서 “그래서 이 늙은이 한 좀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잠시 분향을 멈춘 뒤 “정부 공식 입장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윤 여사는 “다른 사람들이 저한테 말한다. 이게 어느 짓인지 모르겠다고, 대한민국에서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저 가슴이 무너진다”면서 “이 늙은이 한 좀 풀어달라. 맺힌 한 좀 풀어달라. 대통령께서 꼭 좀 밝혀달라”고 재차 말했다. 문 대통령은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눈씨울 붉힌 文, 용사 묘역 일일이 참배

문재인 대통령은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이날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천안함 피격을 비롯해 서해에서 벌어진 남북 간 무력충돌 과정에서 희생한 국군 용사들의 유족을 향해 고개를 숙여 위로를 표했다.

용사들의 헌신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향후 국가가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한 예우를 책임지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도발 등 서해에서 발생한 남북 간 무력충돌에서 희생된 55용사를 기리는 날이다. 문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도 제3회 서해수호의 날 당시 베트남을 국빈 방문하는 중이었고, 이에 6월 6일 제63회 현충일 추념식 본식이 끝난 뒤 묘역을 참배했다.

행사에는 제2연평해전 유가족과 연평도 포격도발 유가족, 천안함 유가족, 고(故) 한주호 준위 유가족 등 유가족 93명과 참전 전우 38명 등 관계자 180여명이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축소됐고, 모두 생중계로 진행됐다.

행사는 △국민의례 △현충탑 헌화·분향 △추모공연 △기념사 △우리의 다짐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공연과 우리의 다짐 순서에서 서해수호 55용사와 유가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번 다섯 번째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은 ‘그날처럼 대한민국을 지키겠습니다’라는 주제로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을 지켜낸 서해수호 55인의 정신을 기리고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의미를 되새겼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정치권 관계자들도 기념식장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식장에 들어선 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맨 앞줄에서 고 윤영하 소령의 부친과 고 이상희 하사의 부친 등과 함께 착석해 시종일관 엄숙한 표정으로 기념식에 임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충탑에 헌화와 분향을 했다.

분향 후 문 대통령은 유가족 인터뷰 영상을 자리에서 시청했고 천안함 피격으로 희생된 고 임재엽 상사의 모친인 강금옥 여사가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을 들었다.

강 여사는 “네 이름을 부르며 숨죽이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너를 평생 가슴에 묻어야 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며 흐느꼈다. 일부 참석자들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였고, 문 대통령 역시 무거운 표정으로 경청했다.

강 여사가 편지 낭독을 마치고 퇴장하자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기도 했다.

기념식 뒤에는 문 대통령 부부는 ‘서해수호 55용사’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표현하기 위해 묘역 전역을 돌며 개별 참배와 헌화를 했다.

◆文대통령 “서해영웅들, 애국심 상징…예우에 최선”

앞서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위한 예우에 최선을 다하겠다. 전투에서 상이를 입은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추가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올해 163억원 수준인 ‘전상(戰傷·전투 중 부상)수당’을 내년 632억원 수준으로 다섯 배 인상하고, 점차로 ‘참전 명예수당’의 50% 수준까지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진정한 보훈으로 애국의 가치가 일상에 단단히 뿌리내려 정치적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위한 예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제2연평해전 희생자들을 ‘전사자’로 예우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참으로 뜻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진정한 보훈은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이 명예와 긍지를 느끼고 그 모습에 국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때 완성된다”면서 “국가는 군의 충성과 헌신에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서해수호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은 애국심의 상징”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애국심이 필요한 때다. 불굴의 영웅들을 기억하며 코로나19 극복의 의지를 더욱 굳게 다진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는 애국심으로 식민지와 전쟁을 이겨냈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뤄냈다”면서 “연대와 협력으로 우리는 역경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힘은 국토와 이웃과 우리 역사를 사랑하는 애국심으로부터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총탄과 포탄이 날아드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영웅들은 불굴의 투지로 최후의 순간까지 군인의 임무를 완수했다. 영웅들이 실천한 애국심은 조국의 자유와 평화가 됐다”면서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강한 안보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협력을 이끌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한주호 준위, 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 등 희생 용사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경의를 표하며,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초유의 위기 앞에서 우리 군과 가족들은 앞장서 애국을 실천하고 있다”면서 “‘46용사 유족회’와 ‘천안함 재단’은 대구·경북 지역에 마스크와 성금을 전달했고 신임 간호 장교들과 군의관들은 임관을 앞당겨 대구로 달려갔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공군 수송기는 20시간 연속 비행으로 미얀마에서 수술용 가운 8만벌을 가져왔다”면서 “서해수호 영웅들의 정신이 우리 장병들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다.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정신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며 영웅들도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애국심이야말로 가장 튼튼한 안보이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의 기반”이라면서 “군 장병들의 가슴에 서해수호 영웅들의 애국심이 이어지고 국민의 기억 속에 애국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한 우리는 어떠한 위기도 극복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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