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르포]"두렵지만 별 수 없어"…자사부일체? 대형 입시·고시학원 속속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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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0-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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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종로·노량진 등 대형 입시학원, 공무원 고시학원, 기숙학원 개강 시작

  • "휴원 버티기 힘들고, 방역관리 철저해 문제 없다"

  • "학생, 부모, 강사진 모두 불안감 호소...이대로 가면 학원 폐업"

[사진 = 아주경제]
 

정부가 감염에 취약한 집단밀집시설의 운영 중단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지만 일부 대형학원들이 수업을 강행해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빚어지고 있다. 한 수업당 수강인원이 수십~백여명이 수강하는 종로, 노량진, 강남 등에 위치한 대형학원들이 주인공이다.

학원들은 "정부 권고로 이미 한 차례 휴강을 했고, 경영상 문제로 강의실을 더 이상 비울 수 없다"면서 "출입구를 단일화하고, 입실자 전원 대상 발열검사 및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어 괜찮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구 10대 청소년 사망 사태 등을 비춰 볼 때 무증상 감염을 100% 통제하기는 어려워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아주경제가 강남, 노량진, 종로 등에 위치한 대성학원, 청솔학원, 메가스터티, 김영 등 대형입시학원과 편입학원, 박문각 고시 등 다수의 공무원고시학원 10여곳을 취재한 결과 대부분의 학원들은 예정대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입시준비생을 대상으로 편입설명회, 2021년 대입전략 설명회를 열거나 경쟁적으로 수강생을 유치하는 분위기도 여전했다.

일부 달리진 모습도 있었다. 학원 출입구에 열감지 카메라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알린 안내문, 손소독제 등을 비치한 풍경 등이다. 해외방문일, 방문목적, 자가증상 문진표 등을 비치한 학원도 있었다. 다만 오후에는 학원 앞에 마련된 흡연부스에 우르르 몰려 담배를 피거나 좁은 엘리베이터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몸을 싣는 학생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학원 근처에 마련된 스터티카페나 스터디룸은 80~90% 만석이었는데, 지하1층에 마련된 비좁고 환기가 안되는 건물이 대부분이었다.

인근에서 만난 재수생 김모씨(20)는 "개학은 연기됐지만 수능은 연기가 안되지 않았느냐"면서 "한동안 단축수업과 자율학습폐지 분위기가 있었는데 1~2주 전부터 거의 정상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학원들이 겉으로는 휴원을 한다고 하지만 '오고 싶어하는 학생을 막을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책임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리고 있다"면서 "불안해하는 애들이 많은데 누구 하나 나오면 또 쉴 수가 없으니까 꾸역꾸역 나오게 된다"고 했다.

편입학원 앞에서 만난 박모씨(23)는 "편입설명회를 한다고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사람은 많지 않았다"면서 "입장 전에 온도체크를 하고 소독제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입과 편입일정은 연기가 불가능하고, 지금이 초격차를 벌릴 시점이라고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와 강사진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노량진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 이모씨(38)는 "학생도, 학부모도, 같이 일하는 강사들도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면서 "자습과 온라인 강의만으로는 학생들 관리에 한계가 있고, 수험생 입장에서는 3~4월을 망치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불안감이 (코로나19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쌍둥이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씨(50)도 "청소년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대구 10대 청소년 사망기사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면서 "독서실보다는 그나마 체온측정과 위생관리가 깐깐한 학원 자습실이 나을 것 같아 보내고는 있는데 매우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요양병원 외에도 교회, PC방, 노래방 등 밀집시설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의 산발적 감염은 확산 추세다. 그러나 마땅한 현실적 해결책은 없다. 교육당국은 학원에 휴업을 '권고'만 할 수 있다. 현행법상 학원은 사설기관이기 때문에 운영을 강제중단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교육청 조사 결과 서울 학원 휴원율은 이달 초 40~60%에서 중순을 기점으로 10~30%로 최대 30%포인트 감소했다.

학원들도 휴원을 계속할 경우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다는 입장이다. 이달 15일부터 수업을 정상화한 박문각 고시학원 관계자는 "그 동안에는 교육청의 강력 권고로 휴강할 수밖에 없었는데 휴원이 장기화되면서 학생들의 불만, 학습계획 차질 등의 문제로 재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형학원 원장은 "종사자들의 생계도 건강권, 학습권 못지않게 중요하다"면서 "두달 간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했다. 폐업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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