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힌 평화의 문] ②‘코로나19’ 남북에 기회인가 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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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3-1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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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경제난 빠진 북한…남북 협력에 기회될 수도"

  • "北정책 변화, 근본적 인식 전환 아닌 전술상 관계 조절"

  • "단, 코로나19로 대남·대외도발 수위 낮아질 가능성 有"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질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남북 방역 협력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북·미, 남북 관계의 교착국면이 여전한 만큼 낙관적인 희망은 버려야 한다고 지적, 코로나19 사태가 한반도 평화의 문에 자물쇠를 거는 위기가 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등장한다.

전염병 방역에 취약한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 1월부터 국경을 폐쇄하고 감염병 유입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삼지연시 꾸리기 3단계 공사를 힘있게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관련 사진을 1면에 실었다. [사진=연합뉴스·노동신문 캡처]


◆‘코로나19’ 경제난 빠진 북한…“남북 관계에 새로운 기회”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남북 관계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과의 교류가 끊긴 북한이 경제난 해결을 위해 대남 정책 노선 수정이 불가피했을 것이고, 이를 남북 관계의 새로운 기회로 본 것이다.

다만 북한이 여전히 자신들이 변하기보다는 한국이 변하기를 원하는 만큼 지나친 낙관은 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차 위원은 북한이 코로나19 사태로 기존 대남 ‘무시’ 정책의 변화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믿고 있던 자원의 유입통로 ‘중국’과의 교류가 중단되면서 그를 대체할 지원자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북한의 입장에서 최선의 구도는 한국이 자발적으로 선제적으로 대북 지원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라며 “올해 초반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의 의지를 재차 밝힌 만큼 북한은 이를 적절히 활용해 평양(북한)의 체면을 손상하지 않고 필요한 자원을 획득하려고 계산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코로나19로 남북 대화의 자리를 만들면 개별관광 등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협력사업도 자연스레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 센터장은 “코로나19 상황이 남북 방역 협력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의료장비, 검사키트 등 (북한에 지원할 물품을) 외국에서 사서라도 지원하고 대화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방역 협력으로 대화의 문이 열리면) 개별관광도 자연스럽게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며 “더 나아가려면 비핵화 문제에서도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 중국을 포함한 ‘비핵화 4자 협상’을 제안했다.

다만 차 위원은 북한의 변화에 지나치게 낙관해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자세를 요구했다.

그는 “이렇게 대화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제시된 북한 메시지의 함축성 상 중·장기적인 지속성을 보장하기는 힘들다”고 우려했다. 현재까지 언급된 북한의 대내외 노선 변화가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아닌, 전술상의 선후 관계 조절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북한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국제적 신뢰성을 지니는 조치에 동의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울러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수단이 일부 바뀌긴 했어도 ‘과거로의 회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도 차 위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포병부대들의 포사격대항경기를 지도하고 앞으로도 이런 훈련경기를 계속하라고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이날 오후 공개한 훈련 지도 현장 사진으로, 김 위원장이 훈련을 지켜보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발사체 발사·김여정 담화·김정은 친서’…“일관성 있다”

차 위원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상호 모순적이면서도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최근 북한의 행보에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지연 시 손해 보는 쪽은 한국과 미국 △북한의 ‘새로운 길·새로운 전략무기’는 현재 진행형 △한반도 비핵화의 기존 노선 유지, 향후 선택은 한·미의 몫 △핵·미사일은 북·미 간 문제, 비핵화 협상서 한국 배제 △‘김정은 친서’는 표정 관리용, 한국의 대북지원 기대 등 5가지의 메시지가 담겼다고 봤다.

특히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는 앞으로 있을 수 있는 한국의 대북지원에 대한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3·1절 기념사에 담은 ‘남북 보건·의료 협력’에 대한 우회적 답신이자 김 제1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로 경색될 수 있는 남북 관계 관리를 위한 ‘표정관리용’ 친서로 해석한 것이다. 

차 위원은 “이런 북한의 태도 변화는 남북대화의 재개 측면에서 분명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북한의 대남·대외도발이 당초 예상한 것보다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남북 보건·의료협력을 통해 경색된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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