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은행 또 '덜미'… 공기업 통화스왑 입찰 '짬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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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20-03-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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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수원·한국도로공사 등 4건 입찰서 '밀어주기'

  • 한국씨티은행 9억원 등 총 13억원대 과징금 부과

외국계 은행들이 공기업의 통화스왑 입찰에서 가격을 미리 짜고 입찰 결과를 나눠 먹은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수력원자력·한국도로공사 등 3개사가 실시한 4건의 통화스왑 입찰에서 담합한 한국씨티은행, 홍콩상하이은행(HSBC), 크레디 아그리콜, 제이피모간체이스은행에 총 13억2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통화스왑은 두 개의 다른 통화로 표시된 '원금'과 '원금에 대한 이자'를 주기적으로 상호 교환하는 금융계약을 의미한다. 주로 외화 부채를 원화 부채로 전환하기 위해 계약을 맺으며, 자금 조달 비용을 절감하고 환율 변동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용된다.

지난 2010년 한수원은 원전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달러 표시 사채를 원화 부채로 전환하기 위해 통화스왑 입찰을 했다. HSBC는 한수원이 실시한 1억달러 상당의 통화스왑 입찰에서 한국씨티은행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한국씨티은행과 HSBC, 제이피모간체이스은행은 한국도로공사가 실시한 총 1억8000만달러 상당의 통화스왑 2건을 HSBC에서 낙찰받을 수 있도록 투찰 가격을 합의하고 이를 시행했다.

HSBC과 크레디 아그리콜은 민간기업 A사가 유로 표시 사채를 원화로 전환하기 위해 실시한 1500만유로 상당의 통화스왑 입찰에서 HSBC가 크레디 아그리콜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이 경우 담합을 한 두 은행 모두 입찰에서 탈락했다.

공정위는 "한수원과 한국도로공사 등은 더 낮은 원화금리로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할 목적으로 입찰을 했지만, 이들 은행은 사전에 투찰 가격과 낙찰은행을 담합했다"며 "이로 인해 한수원과 한국도로공사 등은 이자 절감 효과를 보는 데 제약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 입찰 담합 관련 조항을 적용해 4개 은행에 시정 명령을 하고 13억2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병건 공정위 국제카르텔과장은 "적발이 어려운 국제 카르텔 사건의 특성상 2016년 말 담합 혐의를 포착해 조사했으며 과징금을 부과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이 9억원을 부과받았으며 HSBC가 3억8700만원, 크레디 아그리콜은 3400만원으로 결정했다. 제이피모건체이스은행의 경우 통화스왑 계약이 완료된 후 들러리 격으로 입찰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보고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았다.

외국계 은행의 담합 행위는 지속해서 적발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에도 외국계 은행이 국내 대기업과의 외환파생상품 거래를 계약하면서 수수료 수준을 담합한 혐의로 JP모건체이스·HSBC·도이치방크·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 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6년과 2017년에도 외국계 은행의 외환파생상품 거래 담합을 적발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국내 공기업과 민간기업들이 체결하는 통화스왑 거래 과정에서 대형은행 간의 입찰 담합을 적발해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향후 통화스왑 입찰 시장에서 은행 간 가격 경쟁을 촉진하고 영업 직원의 위법 행위에 대한 내부 통제 장치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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