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빗장 제대로 못 건 이탈리아, 코로나 확진자 한국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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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3-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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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쇄령 "봉쇄"에도 실패, 안일한 대응에 도마 위 오른 리더십

  • 中 북부 패션산업 장악·일대일로 첫 서방 참여에 의심 눈초리

이탈리아 내 코로나19의 공포가 급등하고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카오스는 심화하고 있다.

◆'봉쇄령'을 "봉쇄"하는 데도 실패한 伊 정부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는 이틀 연속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위기감이 고조했다. 전날 1247명에 이어 이날 1492명이 급증해 8일 오후 6시 기준 누적 확진자는 총 7375명을 기록하며 우리나라의 확진자 수를 넘어서기도 했다.

사망자 역시 전날보다 57%(133명)나 증가하며 지금까지 모두 366명이 숨졌다.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을 뿐 아니라, 사망률도 4.96%로 매우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0.78%며,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사망률은 3.4%다. 높은 사망률은 높은 노인 인구 비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기준 이탈리아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2.6%로 전 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코로나19의 압도적 확산세에 지난 7일 이탈리아 정부는 확산을 통제할 마지막 수단으로 북부 15개주(州) 대상으로 '레드존' 봉쇄령을 내렸다. 이미 지역감염이 만연해진 북부지역에서 남부지역으로의 확산을 막고자, 이탈리아 경제의 중심지인 밀라노시와 롬바르디아주를 포함해 전체 인구의 4분의1에 해당하는 1600만명을 대상으로 내린 결단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정부의 봉쇄령 공식 발표에 앞서 이날 오후 현지 언론인 '코리에레 델레 세라'가 해당 계획을 먼저 보도한 것이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북부 지역 주민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 밤 사이 기차나 자가용 등을 이용해 남부로 탈출을 감행했다. 비타-살루테 산 라파엘레 대학의 미생물·바이러스 전문가인 로베르토 부리오니 교수는 "계획이 사전에 알려지며 유발한 '북부 탈출 러시'로 봉쇄령은 정반대의 효과를 촉발했다"고 비판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같은날 "보도가 불확실성과 불안, 사회적 혼란을 촉발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분노했지만, 일각에서는 봉쇄령과 같은 중대한 사안을 시행하면서도 철저한 기밀조차 지켜내지 못한 정부의 일처리가 허술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안일한 대응...도마 위 오른 리더십

코로나19 대응을 놓고 이탈리아 중앙정부의 리더십은 이미 여러번 도마 위에 올랐다.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 19 사태의 첫 단추부터 제대로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까지도 3명의 확진자를 마지막으로 확산을 발빠르게 차단한 이탈리아 정부는 조기 방역에 성공했다며 방심에 빠졌다.

이탈리아 코로나 사태의 진짜 시작은 지난달 21일 북부 지역 소도시 코도뇨에서 시작했다. 소도시인 코도뇨는 지역감염 1번 확진자에 대한 초기 대응에 완전히 실패했다. 확진자는 병원을 방문해 증상을 호소했지만, 3번의 재방문 끝에야 감염검사를 받았으며 확진 전까지는 의료진과 가족, 친지들과 자유롭게 접촉했다. 결국 그는 39명을 감염시킨 '슈퍼 전파자'가 됐고, 이탈리아의 확진자는 엿새만에 3명에서 500명으로 불어났다. 아울러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1번 확진자의 감염경로를 따라 0번 환자를 찾아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추적에 실패했다.

지역감염 확산세에 이탈리아는 롬바르디아 주정부를 중심으로 선제적인 검진과 방역 공세를 펼쳤지만, 감염 원점 파악을 포기한 중앙 보건당국의 실책에 결국 감염 경로 예측에 실패하고 확산세를 잡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7일 콘테 총리는 "롬바르디아 주정부가 과도한 진단검사를 실시해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지방정부와의 불협화음을 드러내 세간의 눈총을 받았다.

◆중국-이탈리아 끈끈한 경제협력에도 의심의 눈초리

이탈리아 북부 지역은 유럽에서도 중국과 가장 활발히 교류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이탈리아에는 2019년 1월 기준 29만9800명의 중국인이 이주한 상태다. 이는 루마니아(120만)·알바니아(44만)·모로코(42만) 다음 가는 중국인 이주집단 규모다. 이들 대부분은 패션·섬유산업 중심지인 밀라노시와 토스카나주 프라토 등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 살면서 해당 산업에 종사 중이다.

BBC는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 중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이탈리아산 명품을 제작해 '메이드 인 이탤리' 표시를 붙여 전 세계에 수출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고 전했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는 프라토의 중국인들이 저가 패스트 패션으로 시작해 중저가 의류 납품을 거쳐 이제는 세계적 고가 럭셔리 브랜드의 하청을 맡을 정도로 성장했다고도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작년 3월 이탈리아 정부가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서방세계 첫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이탈리아 북부와 중국과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침체를 겪던 이탈리아 정부의 경제 성장 돌파구를 찾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탈리아는 양국의 교류로 200억 유로(약 26조원) 규모의 미래 경제가치를 얻었지만, 제노바·팔레르모·트리에스테·라벤나항을 중국 자본에 내줬다. 이중 팔레르모를 제외한 3곳이 북부 지역에 있다. 
 

7일(현지시간) '레드존' 봉쇄령이 내린 이탈리아 로디주 산피오라노의 거주자 지노 베라니(87).[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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