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땅콩회항 이후 5년,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의 지지 않을 용기

지난 2014년 12월, 미국 뉴욕 존.F.케네디(JFK) 공항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KE086편 항공기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가던 중 탑승구로 돌아가 사무장을 내려놓고 다시 출발했다.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질과 땅콩회항 사건을 폭로했던 박창진 사무장은 현재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까?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했을까? 인터뷰를 통해 박창진 전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박창진 위원장 제공/ 박창진 위원장]

Q. 2014년 12월 그날 이후의 근황을 말씀해주세요!
A. 잘 아시다시피 땅콩회항 이전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대한항공에서 사무장(팀장)의 역할로 근무를 하고 있었고요, 그 이후에 땅콩회항으로 인해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쉴 수밖에 없는 신체적·정신적 일들을 겪으면서 잠시 쉬었다가 1년 6개월만에 복직을 했고 복직 이후에는 사무장직을 잃고 강등된 상태에서 승무원으로 근무를 했고요.

2018년도에 일어난 대한항공 조현민 씨의 물컵 갑질 사건을 통해서 대한항공 내부 직원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할 때 직원연대라는 단체를 이끌었습니다. 그게 노조가 되어서 대한항공직원연대라는 민주노총 공공운수산하의 노조를 이끄는 지부장이기도 했고요, 지금은 정의당의 국민의노동조합이라는 특별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Q. 사무장에서 일반 승무원으로 강등됐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여러 요건 중에 공식화된 외국어 시험들이 있는데 그건 다 통과를 해서 자격들을 다 가고 있었거든요. 문제는 대한항공 승무원 출신 채점자가 채점을 하는 한국어 영어 방송문 읽기 시험이 있어요, 거기서 발음이 안 좋다고 해서 통과를 못한 거예요.

근데 땅콩회항 사건 이전에는 다 가지고 있던 자격이었어요. 복귀를 한 후에 본 시험에서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그 중에 팀장용은 간단하고 심플한 거고 일반 승무원용은 복잡하거든요. 입사하고 계속 팀장 방송용으로 시험을 봤었는데 장기 병가를 썼기 때문에 모든 자격이 리셋됐다면서 시험을 일반승무원의 입장에서 보도록 조건도 다르게 했고 채점자도 회사에서 임의로 자격을 준 채점자들이 채점을 해서 결과를 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저 같은 공익제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했다고 생각해요.

Q. 현재 정의당에서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장을 맡고 계신데 어떠한 역할인가요?
A. 지금 정의당이 내세우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소외된 사람과 약자들까지 아우르는 차별 없는 세상인데요, 이 두 측면에서 볼 때 (국민의)노동조합이라고 하면 노동에만 국한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모든 국민들 중에 어떠한 조직의 힘이나 조직력조자 갖출 수 없는 소외된 많은 곳들이 있잖아요. 그런 노동조합조차 결성하고 있지 못한 비조직이 너무 많고 그런 면에서 소외되고 관심 밖에 있는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역할을 정의당이 하겠다, 특히 노동분야에서. 물론 폭을 넓혀서 사회 전반에 있어서 그런 의미로 하고 있는 활동입니다.

Q. 2014년 땅콩회항 사건 이전에는 어떠한 삶을 살아오셨나요?
A. 열심히 직장 다니면서 나름 직장에서 인정받는 승무원이었어요. 그래서 팀장도 일찍 달아서 오랫동안 했어요. 땅콩회항이 일어났을 때가 20년차 근무 했을 때인데 10년은 일반 직원이었고 10년은 관리자(사무장)로 일을 했으니까 나름 순탄하게 지냈죠.

Q. 땅콩회항의 피해자로서 언론에서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A. 저 개인의 어려움,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주목은 많이 하죠. 그 이후에 주목이라는 불이 꺼지고 난 무대에서 당사자들은 생존이라는 환경에 직면하게 되는데 그 생존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거든요. 특히 우리 사회는 한 번 실패를 하고 나면 다시 그 사람들이 제기한다는 게 힘들잖아요. 더군다나 권력의 상위층에 있는 자들과 대립각을 세웠을 때 대부분의 약자들이 손해를 보는 입장이나 더욱 심하면 생명까지 포기하고 마는, 포기를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저 같은 사람들이 생존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모두가 눈도 닫고 귀도 닫는 거죠.

그래서 그게 참 힘들었고 그런 면에서 제가 누군가가 또 다음에 용기를 내야 되는 입장에 처해있을 때 첫 번째 왜 용기를 내야 되는지 설명이 될 수도 있고, 두 번째 얼마나 그 과정이 힘든지, 미리 각오해야 되는 부분이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고 싶고 우리 사회가 왜 바뀌어야 하고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어서 <플라이 백(메디치미디어, 2019)>이라는 책을 내게 됐어요. 이 책에 제가 말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담겨 있죠.

Q. 불합리함을 제보했을 때의 불이익을 생각해서 참으라는 말을 하는데, 왜 참아야 하는 일이 되었을까요?
A. 우리 사회에서는 선택적인 구제만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우리가 사회 구조에서 믿을 수 있는 가장 큰 공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법의 심판이라든지, 여론의 심판 같은 경우에도 약자나 소수자를 대변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이미 기득권에 있는 사람들과 일반인들을 놓고 봤을 때 대기업 총수가 세금 탈루라든지 돈과 관련된 범죄를 저질렀을 때의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규모가 훨씬 더 크잖아요.

그런데 소시민인 우리가 돈 몇 만원을 훔치거나 했을 때 그 형량이 똑같느냐. 권력을 쥐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더욱 엄격하고 가혹한 법의 처벌이 있는 반면에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집행유예와 같이 법의 선택적 정의가 작용이 되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가 권력을 쥐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선택적 정의가 불합리하게 작동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포기하라고 강요를 하는 거죠. “그게 그나마 너의 목숨을 담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길이다.”라고 얘기를 하는 거죠.

Q. 공익제보를 하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A. 제가 처음에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느꼈던 게 '당연히 정의를 실현해야 될 법 집행관들이 정의롭게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던 것 같고요. 저 스스로 이 사실을 얘기하지 않는 이상에는 영원히 감춰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당시에 수많은 돈을 들여서 어마어마한 변호사들을 고용해서 조현아 씨가 했던 말은 “난 잘못한 적도 없고, 폭행한 적도 없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이게 덮힐 수 있는 사건이라는 걸 느꼈고 그걸 제가 눈 감는다 한들 사회적인 사람으로서 내가 생존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았어요. 이왕에 사회적 죽임을 당하게 된다고 하면 차라리 사실대로 말하는 게 더 낫지 않느냐 라는 생각을 했고. 불이익을 몰랐느냐, 알고 있었죠.
많은 선례들이 있고 하지만 이게 정당한가 라고 생각해봤을 때 정당하지가 않는 거죠. 단지 그 이유가 권력의 하위에 있다고 해서 피해자가 자기의 권리를 포기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불공정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용기를 냈던 거죠.

Q. 그렇다면 기내 CCTV에 다 찍혔을텐데 조현아 전 부사장이 그렇게 얘기를 했던 건가요?
A. 네, 근데 CCTV는 녹화가 안 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라이브캠으로 보는 거지, 저장은 안 되어 있다고 얘기를 해서 제출하거나 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재판 과정에서 본인의 죄를 인정한 거죠.

Q. 지금 현재 가장 '회항'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저는 어떻게 보면 누군가의 강압에 의해서, 누군가의 힘에 의해서 제 의도와는 다르게 제가 가고 있던 목적지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잖아요. 제 삶에서도 그렇고 사회적인 박창진이라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누군가의 힘에 의해서 제가 가는 길이 정해지는 게 아니라 내 의지에 따라서 제 길을 가는 게 제 목적지로 가는 바른 회항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Q. 땅콩회항 이후에 언론에 많이 알려졌는데 이로 인해 승객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A. 물론 신경이 많이 쓰이죠. 그런데 나쁘게 보시고 얘기하시는 분이 100명 중에 1~2명 정도이고 대부분의 분들은 지지하고 응원을 보내주시고 많은 공감을 해주시는 편이에요. 갑을 문제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일들이잖아요. 곳곳에서 갑질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건 차별과 혐오, 특권의식에서 나오는 일이거든요.

유달리 우리 사회가 경제도 양극화 되고 있지만 계급사회 아닌 계급사회로 각자의 자리가 고정화되어버리잖아요. 그래서 모든 사회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문제이고 이건 '너'와 '나'가 아니라 모두에게 적용되는 문제라서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고 있고 그 이전에 어떤 누구보다 용감하게 대응해나갔고 생존자로서 남아 있는 사람이 없는 일이었는데 (제가) 생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고 지지를 많이 해주시면서 “남 일 같지 않다”고 말씀해주시는 편이에요.

Q. 대한항공이 아닌 다른 항공으로 이직할 생각은 없었나요?
A.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인 고발을 한 사람들은 이미 기존 권력들끼리의 카르텔에 있기 때문에 있기 때문에 절대 그 사람들은 용서하지도 않고 써주지도 않아요. 다른 대기업이 저를 채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대할 수도 없어요. 왜냐하면 그 안에서 생존할 수가 없고 이미 그 무리 안에서는 따돌림의 상대밖에 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가 힘들고 어려운 것이죠. 그래서 지원하거나 시도도 안 해봤고 시도도 할 수 없는 사회라는 게 문제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같은 경우에는 새로운 케이스를 만들고 싶은 거죠.

Q. 5년이 지난 후 사회에서 가장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얼마 전에 편의점에서 물건 하나를 샀는데 아르바이트를 하시는 분이 깜짝 놀라면서 “악수 한번 하고 싶다, 존경한다”고 한 적이 있어요. 순간 '왜 나를 존경하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분이 “편의점에서도 감정 노동자를 보호해야 된다는 구호가 쓰인 푯말을 설치하게 됐다”면서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갑질이란 것은 ‘참 나쁜 것이다’라는 걸 인식하게 됐는데 그 갑질이라는 건 타인의 인권을 나의 이익을 위해서 짓밟아도 된다는 문화가 사라지면서 경계심이 생긴 거 같다. 그런 역할이 당신에겐 힘들었겠지만 이 사회 전체에 퍼졌다, 그래서 당신은 훌륭하다.”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대한항공의 갑질이 땅콩회항 이후에도 계속 됐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A. 그런 분들을 통제하고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권력기관들이 서로 똑같이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가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진 시민 대중이 돼서 바꿔 나가야 되는 거예요. 그래서 여의도에 검찰개혁 하자고 많은 시민들이 나오시는 거예요. 지금 우리사회에 던져진 명제라고 봐요. 특정 권력에게 그 결정권을 맡겨서는 안된다, 그들은 자기들이 때리고 싶은 사람들만 때리고 정작 벌을 받아야 될 사람은 내 편의로 벌을 안 받을 수 있다, 그런 반칙을 허용하는 사회잖아요. 그게 제일 큰 이유죠. 그래서 우리 사회가 그걸 바꿔야 되는 거죠.

Q. 사측의 갑질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갑질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요?
A.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돼요. 몽골에서 오는 비행기에서 기내 성추행이 있었는데 경찰이 몽골 헌법재판관인 피의자를 풀어주는 일이 있었어요. 왜 풀어주냐고 했더니 “외교관이고, 그 나라에서 힘 있는 사람이라서 치외법권이다” 해서 풀어줬는데 오히려 미국 같은 경우에는 미국 가는 비행기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자국민이 아니더라도 강력하게 처벌해서 구속하거든요. 첫 번째로는 권력 편향적인 정의실현이 문제고 두 번째로는 인권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하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당연히 서비스하는 사람이 그 정도는 당해도 되는 거 아니야?", "해줘야 되는 거 아니야?”라는 사회적인 인식 또한 아주 잘못된 것이죠.

Q. 박창진 전 사무장이 바라는 세상은 어떠한 세상인가요?
A. 삶의 주체는 우리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의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말만 잘 들으면 우리 사회가 잘 굴러가서 나도 보호해주고 그 속에서 나도 잘살 수 있겠지' 했지만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았어요. 정치적 시민대중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그들만의 권력을 쥐고 있는 기득권들끼리의 그룹이 만들어지는 기형적인 사회가 된 거예요. 이 기형적인 사회가 계속 발전해나가면 희망이 없는 사회가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많은 10대, 20대들도 희망이 없는 사회에 대해 얘기를 하잖아요. 앞으로 좀 더 희망적인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비기형적인 사회를 바꾸는데 일조를 하고 싶고 희망적인 사회, 모두가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Q. 위원장으로서의 박창진, 사람으로서의 박창진은 어떠한 사람인가요?
A. 인간 박창진은 나 자신(개인)만 잘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우리는 공동체이고 공동체 안에서의 내 역할은 나 또한 감시자일수도 있고 혹은 적극적인 참여자일 수도 있어요.역할을 하지 않으면 같이 살아가는 사회가 건전하고 공정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자의식을 가지게 된 개인이고요. 노동조합을 하는 지부장으로서는 노동운동을 하는 한사람으로서 노동자의 권리는 그 누구도 대변해주지 않는다, 우리 권리는 우리가 대변하고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공론화해서 개선하지 않으면 대신 누군가가 해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지부장으로서의 박창진이에요.

Q. 마지막으로 불이익으로 인한 두려움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감히 아직까지 이 사회에서 나도 용기를 냈으니까 당신도 용기를 내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어마어마한 불이익이 따르고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적어도 불의에 같이 동조하는 사람은 되지 마라, 눈은 감을 수 있겠지만 적극적인 가담자가 돼서 같이 불의함을 행하지는 마라”고 얘기를 하고 싶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박창진 전 사무장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