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은행주] 4대금융 시가총액 한달 반만에 10조 증발

코로나 피해 확산·펀드환매 중단 악재

은행시스템 불신에 은행주 일제히 급락

저금리 장기화 조짐 반등기회도 어려워

코로나19 피해 확산으로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시가총액이 약 한달 반 만에 10조원 이상 증발했다. 최근 코스피가 약세를 보이는 등 대부분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유독 은행주가 취약한 양상을 띠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지난 1월 20일 이후 이날까지 신한·KB·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시가총액은 29영업일 만에 58조791억8000만원에서 47조5881억1300만원(2일 잠정치)으로 10조4910억6700만원 급감했다.

그룹별로 보면 KB금융 시총이 20조835억2300만원에서 15조9670억2400만원으로 4조1164억9900만원 줄어들며 감소폭이 가장 컸다. KB금융 주가는 4만8300원(이하 종가 기준)에서 3만8400원으로 20.50% 떨어졌다.

신한금융도 4조원이 넘는 시총이 사라졌다. 1월 20일 신한금융 시총은 19조5844억4300만원이었지만, 2일 15조5343억2600만원으로 4조501억1700만원 줄었다. 이 기간 신한금융 주가는 4만1300원에서 3만2200원으로 22.03% 급락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시총은 약 1조원씩 줄었다. 하나금융이 10조5384억9600억원에서 9조2324억4300만원으로 1조3060억5300만원, 우리금융은 7조8727억1800만원에서 6조8543억2000만원으로 1조183억9800만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두 금융그룹 주가는 각각 12.39%, 12.94% 하락했다. 특히 우리금융 주가는 지난달 20일 처음으로 1만원 밑으로 떨어진 이후 줄곧 9000원 선에 머물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이들 금융그룹의 시총 순위도 뒷걸음질쳤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13, 14위에서 15, 16위로 두 단계 떨어졌다. 하나금융도 30위에서 32위로 내려갔으며, 우리금융은 36위에서 37위로 한 단계 밀려났다.

코로나19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대부분 기업이 매출하락 등 경영환경이 악화됐지만, 금융그룹은 특히 이번 사태에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뿐 아니라 지난해 하반기에 불거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및 최근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 등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은행주가 일제히 급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은행주 반등 기회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가 상승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분간 주가 반등은 힘들 것으로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며 "실적이 좋아질 만한 요인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