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붙으면 3000명"...정치권-신천지 연관 의혹 다시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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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수 기자
입력 2020-03-0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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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천지와 정치권, 선거철 이익 위해 일시 결탁 많아"

  • "24만명 달하는 신도 수와 맹목성이 신천지 특징"

  • 신천지 행사에 버젓이 올라간 의원 축사

코로나19 확산으로 신천지에 강한 대응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온상으로 지목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과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 상당한 관계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돼 주목을 끌고 있다.

신천지 피해자들의 모임인 '신천지피해자연대'는 최근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을 통해 신천지 측이 정치권에 수년 동안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뿌렸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신천지피해자연대는 지난 28일 검찰의 고발인 조사에 출석해서도 이와 관련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몇몇 기독교계 언론에서는 신천지가 정치권 주요인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들에 따르면 2014년 신천지 신도가 이정현 의원실에서 약 11개월 동안 9급 정책비서로 활동했다. 이어 2016년에는 2003년 신천지가 작성한 '전국 청년회 정신교육' 자료 일부에 서 의원의 이름과 한나라당 당명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당시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신천지 고문이라는 의혹도 일었다.

정치권은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신천지를 활용하고, 신천지는 이미지 개선과 각종 이권을 위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정치권과 손을 잡아 왔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학과 한 교수는 "특정 정당이나 국회의원과 지속적으로 결탁하기보다는 주로 선거철에 각자의 이익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신천지 신도가 동원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이단 문제를 꾸준히 연구해 온 정윤석 목사는 "(신천지가) 특정 정당만 지지하는 것은 아니고 특정 정당에서 여러 정당으로 보험을 들 듯 포섭해 영향력을 넓히는 방식으로 활동한다"면서 "지파에서 한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하면 신도들에게 암암리에 고지해 투표나 기타 활동에 힘을 실어주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인이 표심을 끌기 위해 종교계에 손을 내민다는 비판은 종종 있어 왔지만, 신천지는 24만명을 훌쩍 넘는 신도 수를 보유하고 있고, 지파에서 내려온 지시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이들은 전한다.

정 목사는 "신천지는 한 정치권 행사에 3000명을 동원할 수 있는 단체"면서 "맹목적인 신천지 특성상 지파에서 '누구를 밀어라'라고 지시하면 판단을 배제하고 무조건 따르기 때문에 정치인 입장에서도 매력이 크다"고 밝혔다.

손혜원 의원도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한 지역에서 특정종교의 무더기 표가 눈에 보였다면 국회의원 후보들은 자기 지역 특정 종교 교주 및 신도들에게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구 지역 신천지 표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 신천지 산하 조직 행사에 축사 보낸 정치인...정말 몰랐을까

신천지는 'HWPL', 'IWPG' 등 위장 신천지 조직을 통해 정치인들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 몇몇 정치인들은 신천지 산하조직이 개최한 행사에 축사를 보냈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만희 대표'를 언급한 축사도 보였다. 그러나 정치인 대부분은 "신천지 연관 조직인지 알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천지 산하기관 HWPL((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은 세계 평화를 주장하는 신천지 산하 기관이다.
 

지난해 9월 열린 HWPL 주최 '9·18 평화 만국회의 제5주년 기념식 행사'에 축사를 보낸 이주영 국회부의장. [사진=HWPL 유튜브]


지난해 9월에 열린 HWPL의 '9·18 평화 만국회의 제5주년 기념식 행사'에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10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 6명, 무소속 1명이 축사를 보냈다. 몇몇 의원들은 축사에서 '이만희 대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화나무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신천지 유관 단체인지 몰랐다"는 해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열린 HWPL 주최 '9·18 평화 만국회의 제5주년 기념식 행사'에 축사를 보낸 미래한국당 김성찬 국회의원과 미래통합당 김진태 국회의원. [사진=HWPL 유튜브]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지난해 9월 "행사 취지와 내용에 대한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축사에 대한 경위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단체가 찾아와 축사를 부탁하기에 몇 마디를 한 것이 축사로 실렸다는 입장을 낸 의원도 있었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신천지 연관 단체의 행사에는 전·현직 정치권 인사들의 이름이 보였다.

HWPL 강원지부가 지난해 개최한 '세계평화선언 6주년 기념행사 및 전쟁종식 평화 걷기대회'에는 홍희표 전 국회의원이 축사를 보냈다.

HWPL과 함께 신천지의 또다른 산하 기관으로 꼽히는 IWPG(세계여성평화그룹)은 2018년부터 서울경기남부지부, 광주전남지부, 대구경북지부 등 여러 지역에서 '평화사랑 그림그리기 대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광주전남지부에서 열린 '평화사랑 그림그리기 대회'에서는 김희숙 전 여수시 의원이 축사를 했다. 김 전 의원은 같은 단체에서 개최한 '한반도 전쟁종식 평화협정 체결 촉구' 행사, '여성리더 평화간담회' 등에서도 목소리를 냈다.

신천지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는 행사지만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이 교묘하게 주관 단체에 포함된 경우도 있었다. 한국과 러시아의 공생 문제를 다룬 '한∙러공생연맹건립을 위한 실행방안' 학술대회에는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이 6개 주관사 중 하나로 포함돼 있었다. 민주평화당 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축전을 했다.

정 목사는 "주최측에 HWPL(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이나 IWPG(세계여성화그룹), IPYG 등이 있다면 모두 신천지 유관행사로 볼 수 있다"면서 "정치인 축사는 실무진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신천지 유관 기관 여부를 잘 모르고 축사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당사자 이름으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이 면제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에 고발장을 제출한 신천지피해자연대 한 관계자는 "추후 참고인 조사가 이루어지면 정치권과 유착된 내용들이 하나둘씩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압수수색 등으로 자료 확보가 원활히 이루어져 신속한 수사 진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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