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모리셔스 격리된 한국인 "격리된 호스텔, 방충망도 없어 열악"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정혜인·박경은 기자
입력 2020-02-25 18:5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모리셔스, 韓신혼부부 17쌍 격리수용

  • 25일부로 '한국發 입국' 일시적 금지

"타고 온 항공편을 이용해 알아서 한국으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여기에 남아 14일 격리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모리셔스공항 관계자)

아프리카 동부 휴양섬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떠난 한국인 이모씨가 25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모리셔스 도착 직후 공항 측으로부터 이 같은 통보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씨를 포함한 한국민 신혼부부 17쌍은 지난 22일 오후 11시 40분(한국시간) 출발해 23일 오후 5시경(현지시간) 공항에 도착했다. 모리셔스는 한국보다 5시간 늦다.

이들은 입국 심사까지 완료했지만, 마지막 검문과정에서 국적이 한국이라는 이유로 여권을 압수당하고 공항 내 별도 공간에 격리됐다. 이들 가운데에는 임신부도 포함돼 우려를 더했다.

그러나 공항 측은 별다른 안내 없이 '기다리라'라는 지시만 내놨다. 신혼부부 17쌍은 그렇게 7시간 이상을 기약 없이 기다렸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아프리카의 섬나라 모리셔스에 도착한 한국인 관광객 30여명의 입국이 보류됐다. 모리셔스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이런 조처를 했다. 사진은 24일 새벽 현지에서 한국인들의 격리 모습. [사진=연합뉴스]


틈틈이 열 체크를 계속 진행했지만, 격리당한 한국인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증상을 보이거나 열이 심각하게 높은 사람은 없었다.

이후 현지시간으로 자정이 넘어가자 공항 경찰들이 다가와 "공항에 머무를 수는 없으니 병원으로 다 같이 이동해 검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경찰들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무력으로 진압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경찰들은 임산부 부부와 다른 부부 한 쌍을 호명하더니 이들을 따로 데려가려고 했다. 이에 한국인들이 '따로 갈 수 없다', '다 같이 움직일 것'이라고 의사 표현을 했지만, 공항 측은 '밖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하고 4명을 데려갔다.

이씨는 "알고 보니 이들 4명은 남쪽에 위치한 병원으로, 나머지 부부는 공항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북쪽 끝 호스텔로 이송됐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들 4명은 이날 밤 11시(현지시간) 항공편을 통해 모리셔스를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나머지 한국인들이 호스텔로 이송된 후에도 별도의 검사를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진이나 의료 장비가 전혀 없었다"며 "지금까지(25일 현재) 열 체크 말고는 딱히 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다들 정상체온이고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면서 "남쪽 병원으로 이송된 4명과도 단톡(카카오톡 단체카톡방)으로 연락을 이어갔지만, 그쪽 병원에서도 딱히 열 체크 말고는 다른 검사 진행은 없었다고 한다. 한국인들을 격리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분리했다고 확신했다"고 언급했다.

현지 정부는 이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격리됐다'고 설명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해 음성이면 입국이 가능한 거냐', '여권은 왜 압수한 거냐' 등 여러 질문에는 "(일요일이라)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무조건 기다리라"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씨는 "입국 직전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모리셔스) 중간관리자급에서 대책 없이 긴급하게 내려진 결정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에 모리셔스 관할을 겸하는 주마다가스카르 한국대사관이 현지에 영사를 급파,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조치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지만, 격리된 한국인들에게는 "모리셔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발송한 공문이 없었다.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정도의 입장만 밝혔다.

이씨에 따르면 이들 부부 15쌍이 이송돼 머문 호스텔 역시 시설이 열악했다.

이씨는 "에어컨도 없고 수용소처럼 생겼다. 창문에 방충망도 없어 벌레가 들어와 문을 열고 잠을 잘 수조차 없다"며 "화장실에 남녀 구분이 없는 등 도저히 지낼 수 없는 곳이어서 제대로 씻을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밖에는 현지인이 개별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아놓고 주시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씨를 포함한 한국인 30명은 이날 오후 4시 45분(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9시 45분)에 출발하는 항공편을 통해 출국이 확정돼 현재 대기 중에 있다.

이씨는 "여행사 측에 피해 보상까지 받고 싶지만 전액환불만 요구했다. (그마저도) 확실히 해준다는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며 "모리셔스 측이나 여행사 모두 서로에게 떠넘기는 듯했다"고 했다.
 

25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