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사고, 안 먹고, 안 가고"…'코로나19'로 멈춰 서는 실물경제

기수정·김충범 기자입력 : 2020-02-24 15:42
코로나19로 집객 기반 유통·외식·여행 업계 '직격탄' 임시 휴점 사업장 늘면서 막대한 매출 손실…"소비심리 위축이 더 큰 문제"

[사진=아주경제 DB]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국내 실물경제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기본적으로 집객을 기반으로 하는 유통·외식·여행 업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확진자가 다녀간 점포는 하루 이상 임시 휴점에 나서면서 정상적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심각한 매출 손실을 입고 있다.

특히 업계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직접적으로 발생한 손실보다도 불안감 증폭으로 소비심리 자체가 위축되고, 이 같은 양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먼저 유통업계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피해가 심각하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19일 이후 임시 휴점에 돌입한 백화점, 마트 등 대형 유통매장은 20여곳이 넘는다. 확진자 발생이 잠시 중단됐던 이달 19일까지는 10여곳을 넘기는 수준이었지만, 확진자가 급증한 20일 이후 휴점 사업장이 급격히 늘어난 탓이다.

업계는 이 같은 대형 유통매장의 최근 1개월간 피해 금액만 3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소비가 진작되는 시기까지 매출 손실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이달 19일까지만 해도 백화점, 마트를 찾는 손님들이 조금씩 증가하는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이튿날인 20일 확진자가 대폭 늘면서 손님 발길도 뚝 끊겼다. 코로나 문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자체적 방역 말고는 이에 대한 정확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아쉬워했다.

외식 업계도 울상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이미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달 말 외식업체의 평균 고객이 평균적으로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 들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사람이 밀집한 레스토랑이나 식당 등으로의 외식을 자제하고, 집에서 식사를 하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수요층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여행업계도 역대급 악재에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일본 여행 불매운동과 홍콩 시위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폐업하는 중소 여행사도 발생했다. 여행업계는 사상 최악 위기에 직면하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여행사인 하나투어·모두투어·노랑풍선을 통한 이번 2월 여행상품 신규 예약률은 지난해보다 최대 90%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업계는 긴급 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등 저마다 살길을 찾아 나섰다. 하나투어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 3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임금 80%를 지급할 계획이다. 모두투어와 노랑풍선도 다음달부터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2개월간 유급휴직에 들어간다.

중소여행사 상황은 더 심각하다. 유급은커녕 무급휴가도 부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행정보센터 여행업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벌써 이달에만 24곳이 넘는 여행사가 폐업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상품 예약 취소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토종 1세대 온라인여행플랫폼(OTA) 호텔엔조이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여파가 온라인 여행사 피해로 번진 첫 사례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버텨왔던 호텔엔조이는 에어비앤비·트립닷컴 등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다 코로나19 쇼크에 결국 무너져 내렸다.

여행 취소로 인한 여행사 피해 금액은 코로나19 발생 2주 만에 300억원을 넘어섰다. 사태 장기화에 따라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2015년 메르스 수준으로 이어지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165만명 감소하고, 관광수입도 4조6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상황이 좋지 않은데 코로나19까지 겹쳐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도 "지역사회 감염에 돌입한 우리나라가 여행자제국으로 지정되면 방한 관광산업은 물론 국내여행에도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메르스 때보다 사태를 더 심각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문화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국립 박물관·미술관·도서관 등 24개 기관은 24일부터 순차적으로 잠정 휴관하기로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과 국립대구박물관, 국립세종도서관 등 3곳은 이미 휴관 조치 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앞으로 코로나 19 확산세가 진정되는 추이에 따라 해당 기관 재개관 여부를 별도 공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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