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변해야 산다②] ‘분열의 역사’ 통합협회…공정위 산하단체 회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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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02-2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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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상협 vs 대상협...업계, 통합 시도 흐름만 세 번째

  • 초대 회장 선임 문제로 사실상 무산...과거 실패 답습

  • “장기 발전 위한 새로운 길 찾아야” 목소리도

상조업계를 대변하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추진했던 통합 상조협회 설립이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각각 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가 중심이 된 한국상조산업협회, 대한상조산업협회는 개별적으로 출범식을 개최하면서 독자노선을 분명히 했다. 과거부터 통합 논의에 발목을 잡았던 상위 업체 간 분열이 이번에도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주관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양 단체의 사업자 단체 등록 신청을 모두 불허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 산하에서 통합협회가 설립된다고 해서 큰 변화가 있겠느냐”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상조업계와 과거 보도기록 등에 따르면 통합 상조협회 설립은 크게 세 번의 흐름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첫 번째는 2010년 이전부터 계속된 협회 설립 시도다. 당시에는 부산‧영남 상조업체가 중심이 된 한국상조연합회가 업계 최대 조직이었다. 최상위권 업체인 부산상조(구 라이프온, 현 늘곁애라이프온), 대구상조(현 디에스라이프)가 연합회의 주축이었고, 한때 보람상조도 소속돼 있었다. 2006년 조중래 회장이 초대 회장에 선임될 당시 한국상조연합회에는 80개 업체가 함께 했다.

한국상조연합회가 업계를 통합하는 모습을 갖췄지만, 이 때는 상조업을 담당하는 주관부처조차 없었다. 모든 정부부처에서는 상조 관련 업무를 기피했고, 2007년이 돼서야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이 나서 공정위를 주관부처로 정했다. 같은 해 10월, 공정위는 할부거래법을 개정 방침을 밝혔지만, 상조업체 실태파악조차 안 된 상황이었다. 한국상조연합회가 사업자 단체 등록 신청을 해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 여기에 전국상조연합, 전국상조협회 등 타 단체를 포함하지 못한 것도 인가를 받지 못하는데 영향을 줬다. 

두 번째 통합 시도는 2010~2011년에 있었다. 2004년 이후 상조 가입자가 전국적으로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영세 상조업체 폐업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자 정부 당국은 상조업계 전체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검찰의 첫 표적은 보람상조였다. 수사가 계속되면서 여론이 악화됐고, 한국상조연합회는 2009년 보람상조를 회원사에서 제명했다. 이듬해 말, 수사 범위는 현대종합상조(현 프리드라이프)까지 뻗쳤다. 업계 전반에 대한 수사 압박이 심해지자 상조업체들은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합 협회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 시기에 주목해야 할 단체는 전국상조협회다. 애초 전국상조협회는 부산 지역 중소형 업체가 모여 결성한 단체였는데, 2010년 박헌준 현대종합상조 회장이 새 협회장에 오르는 등 조직 규모를 빠르게 키워갔다. 현대종합상조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에 참여하는 등 사세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었다. 반면, 한국상조연합회는 보람상조가 빠지면서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이에 업계는 한국상조연합회와 전국상조협회가 양분하는 형태가 됐다.

2010~2011년 논의는 한국상조연합회와 전국상조협회 통합이 핵심이었다. 2010년 말 통합 목전까지 갔지만 한 차례 무산됐고, 전국상조협회는 이름을 한국상조업협회로 바꿨다. 이듬해 한국상조연합회와 한국상조업협회는 다시 논의를 진행해 통합 ‘한국상조연합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대종합상조가 빠졌고, 보람상조 또한 협회에 소속되지 않았다. 두 단체를 합치는 데는 성공했지만, 대형 상위권 업체 두 곳에 빠지면서 통합 ‘한국상조연합회’는 대표성을 갖지 못했다. 공정위는 이 이유로 사업자단체 인가를 내주지 않았다.

현대종합상조와 보람상조가 협회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공제 보증제도’ 도입에 따른 공제조합 설립에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정위는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예치계약, 공제조합과의 공제계약 등을 선택해 소비자 보호 제도를 선택하도록 규정했다. 현대종합상조와 보람상조는 공제조합을 설립해 전체 상조회사를 가입시키는 방향으로 통합을 생각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구상도 무산됐다. 현대종합상조와 보람상조 등이 주축이 된 한국상조공제조합이 탄생했지만, 한국상조연합회 회원사가 중심이 된 상조보증공제조합도 뒤이어 설립되면서 업계는 다시 분열했다.
 

[박헌준 한국상조산업협회 회장(왼쪽)과 김옥권 대한상조산업협회 회장. 두 협회는 통합이 아닌 독자노선을 선택했다.(사진=각 사)]


세 번째 흐름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할부거래법 개정으로 상조업체 설립을 위한 최소 자본금 요건이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강화됐고, 강력한 구조조정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영세‧부실업체가 폐업했고, 한때 300개가 넘었던 상조업체는 현재 80여 개를 유지 중이다. 비교적 건실한 업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상조업 발전을 위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에 ▲상조산업발전법 제정 ▲선수금을 부채로 인식하는 회계기준 개정 ▲소비자 신뢰 회복 등이 과제로 제시됐다. 법 제정 및 업계 이미지 개선은 개별 업체에서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협회를 설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한번 더 제기됐다.

이번에는 공정위에서도 적극적이었다. 할부거래과에 변호사 출신 홍정석 과장이 합류하면서 협회 설립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통상 정부부처는 사업자 단체가 설립되면 까다로운 점이 많아 반기지 않는다. 다만, 상조업 특성상 개별 업체 관리가 쉽지 않아 공정위도 단일 소통 창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통합 필요성과 함께 대외적 환경이 갖춰졌지만, 이번에도 상조업계는 분열했다. 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는 통합 협회의 초대 협회장 선임 문제로 이견을 보였고, 결국 한국상조산업협회, 대한상조산업협회로 갈라졌다.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물밑 협상을 지원하던 공정위도 “양 단체가 통합하지 않으면 사업자 단체 인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세웠다. 공정위는 ▲양 단체 모두 인가 ▲한 단체만 인가 ▲양 단체 모두 불허 세 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했으나 결국 모두 불허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통합 논의가 무산되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합 자체가 쉽지 않고, 어렵사리 통합 협회를 세운다고 해도 규제 중심 행정기관인 공정위 산하에서 업계 발전을 위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회의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상조협회 통합은 무산된 것으로 봐야 한다. 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의 간극을 줄이기 어렵고, 두 업체가 함께 하지 않으면 협회는 의미가 없다”며 “원점에서 생각하면 공정위 산하 협회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상조업을 장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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