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다시는 외국 업체에 기대는 서러움 없게..." 천리안 2B호 순수 한국기술로 우주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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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나 공동기자단·강일용 기자
입력 2020-02-1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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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재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 인터뷰

  • 천리안 1호 개발하며 겪은 외국업체의 홀대 토로... 순수 한국 기술로 위성 만들어 뿌듯함 느껴

"천리안 1호를 개발할 때 공동개발에 참여한 유럽 기업에게 서러움을 많이 당했다. 이런 서러움을 다시 겪지 말자는 목표를 세우고 천리안 2호 개발에 나섰다. 9년간 위성 2대를 동시에 개발하며 이런 목표를 달성해 기쁘다."

최재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이 기아나 공동기자단에 순수 한국 기술로 천리안 2B호를 개발·발사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최 단장은 1994년 ‘우리별 3호’ 위성개발을 시작으로 독자적인 국내 위성 개발에 매진한 대표적인 국내 위성 전문가다. 1996년부터는 우주 3만6000km 상공에서 지구와 같은 속도로 공전하며 지상의 한 지점을 집중 관측하는 정지궤도위성의 개발을 주도했다.

2018년 4월부터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을 맡아 기상관측위성인 천리안2A호와 환경관측위성인 천리안 2B호의 개발을 이끌었다.

천리안 2B호는 2010년 발사돼 현재까지 운영 중인 통신 및 기상·해양관측용 정지궤도 복합위성인 ‘천리안1호’의 뒤를 이어 해양을 관측하고 대기환경을 측정할 수 있는 차세대 정지궤도위성이다. 한국시간으로 19일 오전 7시 18분 프랑스령 기아나 기아나우주센터에서 유럽의 우주기업 아리안스페이스의 발사체 ‘아리안5ECA’ 실려 우주로 발사될 예정이다.

최 단장에게 천리안 2B호 개발비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들었다.
 

최재동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사진=기아나 공동취재단]


Q. 언제부터 현지에서 위성 발사 준비를 했나?

-지난해 12월 30일 초기 팀이 현지에 도착했다. 위성은 올해 1월 5일에 도착했다. 이후 성공적인 발사를 위한 위성 점검을 진행했다. 장거리 이동에 따른 이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학인했다. 이 과정에 2~3주 정도 걸렸다. 남은 것은 성공적인 발사뿐이다.

Q. 위성 발사의 성공기준은?

-발사체에서 위성이 분리된 뒤 8분 후 진행되는 첫 번째 교신이다. 그 다음 태양전지판 전개에 들어간다. 발사하고 1시간 뒤 전개를 진행하는데,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위성이 정상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위성의 성공적 발사와 작동 여부는 발사 1시간 뒤에 알 수 있다.

Q. 만에 하나 위성과 교신에 실패하는 것에 대한 대책은?

-발사체에서 위성이 분리된 후 첫 번째 교신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만약 여기서 교신을 실패하면 나머지 세 군데 추적소에서 계속해서 신호를 추적할 계획이다.

Q. 천리안 2B호 운용이 시작되면 기존과 무엇이 달라지나?

-천이란 2B호는 해양과 환경탑재체를 품고 있다. 환경탑재체는 정지궤도위성 중 세계 최초로 탑재했다. 해양탑재체는 기존의 천리안1호보다 해상도가 4배 이상 우수하기 때문에 해양오염이나 대기오염을 상시 관측할 수 있게 된다.

Q. 한동안 천리안 1호를 포함해 정지궤도에 3대의 위성이 운용된다. 이를 활용한 계획은 무엇인가?

-동일한 궤도에서 최대 4대까지 동시 운용을 고려하고 있다. 당연히 동시운용 기술도 확보했다. 향후 더 많은 위성이 궤도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천리안 1호의) 남은 수명과 관계없이 동시 운영을 진행할 계획이다.

Q. 이후 정지궤도위성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 있나?

-정지궤도 재난통신위성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재난 상황에서 통신을 목적으로 한다. 2027년 운용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천리안 1호의 통신 임무가 종료가 되면 이를 승계할 예정이다. 현재 위성 개발·발사를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이다. 통과될 경우 2021년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예타 통과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Q. 9년 동안 천리안 2호 개발을 진행했다. 소감은?

-2011년 7월 위성 개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국내에서 독자 위성 개발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졌다. 8년 넘게 도전한 끝에 국내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많은 기관과 연구자가 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난제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천리안 2B호는 위성 본체와 시스템을 독자 개발했고, 탑재체도 국내 연구팀과 국외 기업이 공동 개발했다. 어떤 의의가 있는가?

- 세계 최고 사양의 탑재체를 개발하려다 보니 미국, 유럽의 연구진도 많은 실수를 했다. 우리와 공동 개발을 하면서 연구진들의 협력으로 좋은 결과를 냈다. 특히 환경탑재체의 경우 탑재할 때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공동으로 문제를 극복해 기술의 내재화를 달성할 수 있었다.

Q. 독자적인 정지궤도위성 개발에 성공한 것이 향후 국내 위성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정지궤도 위성 업계에선 관측 못지않게 통신 기능도 중요하다. 남미나 중앙아시아의 경우 통신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지궤도위성을 이용한 통신위성 시스템 구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를 함께하자고 여러 국가가 제의를 해오고 이다. 이밖에 항법위성 공동 개발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Q. 개발 중 어려웠던 점은?

-천리안 1호를 해외 기업 아스트리움과 공동개발할 때 회사 건물에 상주 못하고 외부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대기하는 등 많은 서러움을 겪었다. 기술 이전이나 협력도 부족했다. 천리안 2호를 개발할 때에는 국내 독자개발을 진행해 이런 난관이나 서러움을 다시 겪지 말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밖에 탑재체 본체, 인터페이스 등을 개발할 때 해외 개발 부분과 국내 개발 부분을 연결할 때에도 혼란이 있었다. 양측의 숫자 단위가 달라 곤란을 겪기도 했고, 동일한 문장을 두고 이해도가 달라서 최종 결합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위성을 개발을 완료하고 발사에 나설 수 있었다.

Q. 국내 정지궤도위성 개발을 초창기부터 이끌어 온 산증인으로서, 한국 정지궤도위성 산업의 수준을 평가한다면?

-천리안 2A, 2B호를 동시에 개발하면서 많은 자긍심 갖게 됐다. 기술 측면에서 많으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통신위성은 태양전지판을 양쪽에 날개를 펼친 형태로 만드는데, 천리안 위성은 한쪽 날개만 펼친 형태로 만들었다. 한쪽 날개만 있다는 것은 비대칭자세 제어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대단히 고난이도 기술로, 한국이 타 국가보다 통신위성 분야에서 높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다.

Q. 앞으로의 위성 개발 계획은?

-정지궤도 위성은 한 해에 여러 개 만들 수 있는 위성이 아니다. 한 개의 위성을 만드는데 평균 7년이 필요하다. 때문에 동일한 위성 플랫폼을 활용해도 차세대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형후 신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위성 플랫폼과 위성체를 만들고, 통신, 항법 등 위성이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Q. 현재 사업단 인력은?

총 18명이다. 하지만 사업단뿐만 아니라 외부 협력인원도 많다. 40여개 사업체가 위성 개발에 참여했다. 항우연을 포함해 국내의 모든 인력을 동원해 개발에 나섰다고 보면 된다. 국내 산업체의 경우 처음에는 기술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천리안 2A와 2B호를 개발하면서 해외 업체에서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많은 기술력을 확보했다. 국내 기술 경쟁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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