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없는데 증거 숨긴 게 범죄?… 검찰, 스스로 주장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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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02-1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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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청문회 당시 정경심 교수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직원들과 나눈 연락을 두고 정 교수가 영향력을 끼친 '핵심적인 증거'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정 교수 측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문자가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12일 열린 속행 공판에서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증거인멸의) 선입증, 선논리(혐의 여부를 다투기에 앞서 전제돼야 할 논리나 사실관계)가 구성이 안 돼 있다. 본죄가 무엇인지 기소해야 범죄가 된다"고 밝혔다.

증거인멸은 ‘범죄의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성립되는데, ‘범죄의 증거’가 되려면 먼저 피고인이 저지른 ‘범죄’가 존재해야 한다. 변호인이 ‘본죄가 무엇이냐’라고 한 것은 정 교수가 인멸한 ‘증거’라는 것이 어떤 범죄를 숨기기 위한 것이었는지를 검찰이 명확히 하라는 의미다.

앞서 검찰은 증거인멸 교사와 관련해 ▲코링크PE 실소유주가 친척인 조범동인 사실 ▲블루펀드가 피고인 가족만 출자한 가족펀드인 사실 ▲블루펀드 투자처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사실 등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위법행위가 인정될 가능성 등을 염려해 은폐하기로 하고, 코링크PE 관계자로 하여금 의도 부합한 허위자료를 만들고 관련자료를 폐기 또는 은닉하게 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사건 초기부터 여러 가지 비판에 직면했다. 도덕적인 비판만 가능하거나 과태료 수준의 처벌은 가능한데, 범죄라고 볼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범죄가 아니거나 지극히 경범죄라는 말.

이날도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 자체가 '형사사건'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검찰에서는 독립적으로 범죄가 된다고 해서 기소하지도 않았다, 증거인멸·위조로 기소하려면 본죄가 무엇인지 기소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증거인멸을 증명하려면 위법한 행위가 무엇인지 먼저 증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살인 사건과 비교해 보면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사건현장에 갔다는 사실 자체는 죄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살인범이 현장에 간 사실을 숨기려고 타고 간 차나 근처 CCTV를 은닉하면 죄"라며 "피의자가 전체 범행을 숨기기 위해 전제사실인 현장 방문 사실을 숨기려 증거를 은닉하면 범죄가 된다는 게 대법원의 인정 판례"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 교수와 코링크 관계자들이 나눈 전체 대화를 보면 이같은 검찰의 주장에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변호인의 주장에 반박하는 내용이지만 변호인과 똑같은 말을 반복한 것.

특히 변호인이 제출한 청문회 당시 정 교수와 코링크 관계자가 나눈 전화, 메일 등의 내용을 보면 이같은 의문점은 더 커진다. 애초 정 교수가 투자처나 사업 구조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

변호인은 "정 교수가 여러 의혹 제기나 보도 내용 등에 대해 코링크 담당자들에게 전화했고, 검사도 여러 통화내역을 제시했다"며 "(청문회 당시) 나올 때마다 조씨와 다른 사람들에게 전화로 물어본 거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정 교수가 질문한 내용을 보면 ▲추가로 투자자를 모집한다고 했는데 왜 사전 공지를 안 했는지 ▲조씨의 부인인 이모씨가 웰스씨앤티 주주인데 배우자가 주주인 회사에 투자한 건 위법이 아닌지 ▲출자자수나 구체적인 투자처를 들은 적이 없는데 왜 언론에 먼저 터졌는지 등이다.

코링크 관계자들과 통화를 한 정 교수는 전화로 설명을 듣고도 이해 안 되는 부분에 대해 문자로 작성해서 보냈다. 검찰은 이같은 내용을 두고 허위 해명자료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조사 당시 조씨는 "정 교수는 주로 내용이 길고 어려우니, 쉽게 핵심만 적어달라고 했다, 청문 지원단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 코링크에 문의해 답변을 받아 전달해야 할 입장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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