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증원 논란] 감사품질 둘러싼 시각차..."증원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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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서호원 기자
입력 2020-02-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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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공인회계사를 늘리려는 이유는 막대한 업무량을 감당하고, 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되레 회계사들은 감사의 질을 떨어뜨릴 거라고 우려한다. 회계사 증원에 앞서 처우 개선이 우선이란 주장도 나온다. 
  
◆왜 회계사 늘리려 하나

12일 금융당국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회계사를 늘리려는 이유는 신 외부감사법 시행에 따른 외부 감사 업무량 증가 때문이다. 올해 최소 선발예정 인원은 사상 최대 규모인 1100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들의 감사 수요가 늘어난 데다 감사의 품질을 높일 필요가 있어 회계사 합격자를 늘릴 예정"이라며 "외부감사 대상 회사 수가 향후 4년간 약 4.22~4.8% 늘어나므로 이를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즉 외부감사 대상 기업 증가와 신 외감법 시행, 공인회계사 시험 응시자 추이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지난해 3월말 기준 등록 회계사는 총 2만884명이다. 이 중 감사인 역할을 하는 회계법인·감사반 소속 회계사 수는 1만2877명(전체 등록 회계사의 61.7%)이다.

금융위는 올해 외부감사 인력 수요가 1년 전보다 8.67%(1116명)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2000년까지 공인회계사를 해마다 500명 선발한 뒤 산업 규모에 비해 회계사가 적다는 이유로 2001~2008년까지 1000명씩 선발해왔다.

하지만 회계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 2008년부터는 900명 안팎으로 선발 인원을 다시 줄였고, 올해 재차 1000명으로 늘렸다. 앞으로 회계사 시험 응시자가 줄 거란 점도 증원 이유다. 장래인구(만 18~19세) 추계, 대학입학자 수 추이 등을 감안하면 응시자가 중장기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원이 능사는 아니다

단, 증원이 능사는 아니란 게 회계업계 반응이다. 회계사 자격을 얻으면 통상 40여년 동안 일을 한다. 따라서 선발 인원을 늘리면 중장기적으로 회계사 공급과잉을 부른다. 그리고 감사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공인회계사 증원 반대모임은 "시험 합격자의 자질을 떨어뜨려 회계투명성 꼴지란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피해는 결국 기업과 투자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도 같은 입장이다. 최중경 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정부의 증원 계획에 대해 "회계사법은 회계감사에 참여하는 사람을 공인회계사로 한정하는 데, 감사 보조 인력을 허용하면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회계 전문인력은 회계사 뿐만 아니라 회계사의 경리 회계담당 등도 포함한다"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회계사 선발인원을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증원에 앞서 열악한 업무 환경과 처우 개선이 급선무란 의견도 있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회계 감사인력이 부족한 것은 전체 회계사 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타업무 대비 높은 감사 업무와 열악한 처우 때문"이라며 "회계사 3명 중 1명이 사실상 휴업 상태인데 근로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채 증원만 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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