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정치학] ① 실검 폐지하는 카카오... AI로 방어하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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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0-02-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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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AI 기술 통해 이용자마다 실검 다르게 제공

  • 카카오, 이달 중 포털 다음 실검 폐지... 21대 총선 앞두고 변화

  • 정치권, 선거철마다 '포털 때리기'... 뉴스 배치, 정치적 편향 지적

  • 매크로 사용 막는 '실검법'까지 등장... 민간 기업 서비스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지적도

#사례1. 카카오가 운영하는 국내 2위 포털 ‘다음(Daum)’이 이달 중에 ‘실시간 이슈 검색어(이하 실검)’를 없앤다. 2005년 실검 서비스를 시작한 후 16년 만에 내린 파격적인 결정이다. 카카오는 이에 대해 “실검은 그동안 재난이나 속보와 같은 이용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했으나 최근에는 이 같은 사회문제를 오히려 증폭하는 역할로 변질됐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앞서 다음과 카카오톡 샵탭에서 제공하는 인물 관련 연관 검색어 서비스와 연예뉴스 댓글도 폐지했다.

#사례2. 국내 1위 포털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실검에서 ‘초성퀴즈’, ‘행운퀴즈’와 같은 상업성 키워드의 노출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네이버 이용자의 로그 데이터를 분석해 연령대별로 실검이 다르게 나오는 기능도 선보였다. 예를 들어 20대인 A사용자에게는 ‘20대’가 많이 찾은 검색어 차트가 먼저 보이고, 40대인 B사용자에게는 ‘40대’ 차트가 먼저 보이는 식이다. 네이버는 “실검이 이용자 개인의 관심과 취향이 반영된 양질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도록 개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대표 포털에 있었던 변화들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빠르고 쉽게 보여주는 실검 서비스를 개편하거나 폐지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재의 실검 서비스 방식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아예 실검을 폐지하는 결단을 내렸다. 반면 네이버는 실검 폐지 대신 AI와 같은 신기술로 사람의 개입과 편향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자발적인 변화 같지만, 오는 4월 15일 있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로 인한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10월 2일 오후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네이버 실검 순위 관련한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치권, 선거 앞두면 늘 ‘포털 때리기’ 반복

정치권은 선거철만 되면 ‘포털 때리기’에 집중해왔다. 포털은 뉴스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지 않지만, 제휴 언론사의 기사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 국민의 상당수는 포털을 통해 무료로 뉴스를 본다. 실제로 2019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9 한국’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인의 텔레비전 뉴스 의존도는 40%, 디지털 뉴스 의존도가 55%로 매년 이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뉴스의 경우 네이버에서 소비한다는 응답률이 66%로 가장 많았고, 유튜브(40%), 다음(34%) 순으로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이는 포털이 어떤 뉴스를 선정하고 배치하느냐에 따라 여론이 크게 좌우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치권이 선거가 다가오면 포털을 공격하는 이유다. 실제로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15년 국정감사에선 양대 포털의 임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본래 네이버와 다음의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요구했다. 뉴스 유통을 독점하고 뉴스 편집에 있어 기준과 원칙이 편향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은 2006년과 2007년, 2009년, 2012년 등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 열린 국정감사에 늘 포털 기업들의 임원을 불러 뉴스 편집에 대해 지적했다.
 

이해진 네이버 GIO(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2018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아주경제DB]
 

◆ 드루킹 사태가 ‘실검법’ 발의까지... ‘민간 기업 서비스에 과도하게 개입한다’ 지적도

2018년 3월 ‘드루킹 댓글 조작 사태’는 포털 때리기의 정점을 찍는 사건이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자 파워블로거인 ‘드루킹(필명)’이 자신의 인사 청탁이 막히자,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아 적발된 사건이다.

이는 네이버의 댓글 정책을 포함한 뉴스 서비스 개편, 모바일 앱 첫 화면 개편 등으로 이어졌다. 네이버 뉴스판에서 기사 배치권, 댓글 정책 결정권 등을 언론에 넘긴 것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그해 국정감사에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지난해 8월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 후보자 신분일 당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조국법대로임명’과 ‘조국사퇴하세요’라는 키워드가 양대 포털 실검 순위에 올랐다. 당시 두 키워드는 일주일가량 머물러 화제가 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의사 표현 방식이라는 입장과 조직적인 여론 조작이라는 입장이 충돌했고, 그해 국정감사에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를 국감장으로 불렀다.

자유한국당은 올해 총선을 앞두고 ‘실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실검법은 부당한 목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타인 개인정보를 이용한 정보통신서비스 조작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다. 그러나 포털과 스타트업 등은 민간기업의 사업활동에 정치권과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한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이 민간기업의 특정 서비스를 바꾸도록 압박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정부나 국회에서 가이드라인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기업의 경영 자율성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사업자들이 알아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개입하려면 그에 맞는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SNS와 포털의 실검, 댓글이 사회적으로 어떤 역기능이 있는지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치권은 선거철만 되면 ‘포털 때리기’에 집중해왔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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